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젯밤 떡진 남편의 머릴 보고...
요즘 꽃보다 라는 드라마에서 서민서민 하는데, 정말이지 제가 그 진정한 서민인것 같네요.
오랫만에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며 두세번이나 전화를 하며 기다리라고 하더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 후다닥 들어선 남편.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연신 웃으며 저녁을 먹고, 놀아주고, 재워주더니 갑자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네요.
다늦게 어디 가냐고 했더니 낼 출장가는데 부장님이 표 끊어놓으랬다며 고속버스터미널 다녀온다 나갑니다.
다녀오고, 씻고 하다보니 금방 12시가 넘는데, 낼 6시엔 일어나야 한다며 골아떨어지네요.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즘들어 부쩍 회사가기 싫다, 나이 40에 만년 과장인게 힘들다,
얼마전엔 결혼 후 냉담중인 제게 뜬금없이 성당은 언제가? 나도 데리고 가 하던 애잔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맘 같아선 "그렇게 힘들면 한 10년 일했으니까 일년정도 쉬어! 내가 벌어올께! " 하고 싶지만, 애랑 둘이 집에 있는 제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새벽6시. 일어나기 힘든 몸을 이끌고 국에 밥을 말아주니 뚝딱 하길래,
"잘 먹네?"하니까,
"아침밥은 먹는게 아냐 밀어넣는거지."라며 허허 웃습니다.
하루지만, 출장이라고 저녁시간에 돌어온 남편이 아이를 들어올립니다.
연신 아이에게 뽀뽀하며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니 머리가 떡져있네요.
"왜 이렇게 됐어? 그래, 왜 서울까지 가면서 버스를 타고 다녀? 기차타지."
"얼마나 좋아? 푹 자면서 오고..."
하며 바라보는 남편의 눈이 피곤에 쩔어 빨갛게 충열되어 있습니다.
전염인지 제 눈도 덩달아 열이 오르네요.
나이 더 먹으면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읖조리면서도...
이제 40이 되고 보니 그것도 힘겨워집니다.
"나 퇴직할때까지 부장 될 수 있을까?"
라며 쓸쓸히 웃는 모습이 가슴에 묻어납니다.
진정한 서민이 되어버린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죠?
컴퓨터앞 찢어진 로또 한 조각과 떡졌던 남편의 머리에 갑자기 울컥해 글을 올립니다.
서민 여러분들~
더욱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진정한 서민들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1. ㅎㅎ
'09.2.4 10:22 AM (119.64.xxx.146)우리집은 요즘 승진안해도 좋으니 짤리지만 말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2. 웃음조각^^
'09.2.4 10:26 AM (203.142.xxx.9)흐흐.. 전 난민수준입니다만..
원글님 그래도 여유롭진 못하지만.. 진정 '행복한' 서민이신 것 같아요.
남편분을 애틋하게 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느껴지고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가정의 행복이 최고 아닙니까 사실..
행복하세요^^3. 파란하늘
'09.2.4 10:27 AM (210.113.xxx.252)네~ 당연히 좋은 날은 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사시다 보면 어느날 내 눈앞에
좋은 날이 와있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사세요
반드시 좋은 날은 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4. ..
'09.2.4 10:30 AM (59.10.xxx.219)잔잔한 우리들의 이야기네요..
다들 그리 살지요..
힘내세요^^
아참.. 담부턴 고속버스도 인터넷으로 예매할 수 있으니 터미널로 직접 뛰어다니지 말라고 해주세요..5. ...
'09.2.4 10:30 AM (122.40.xxx.102)요즘은 그냥 직장만 무사했음하는게 바램입니다.
매일같이 7시에 출근해서 10전에 퇴근이 없는 사람,,
중소기업이지만 너무나 힘들고 피곤해하지만 지금은 그냥 무사했음하는게 바램입니다.6. 힘들지만
'09.2.4 10:31 AM (115.178.xxx.253)지금도 좋은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주는 배우자가 있으니
지금도 좋은 날입니다.
더 좋은날이 오겠지요..7. -.-
'09.2.4 10:31 AM (219.240.xxx.246)큽~~ 부장님두 참 넘하네요..부장이 그런 잔심부름시킬정도로 높은 군번도 아닌듯한데..
걍 자기애들한테 인터넷예매하라그러징 쯧
괜시리 제가 속상하네요^^* 대부분 남편들의 모습인거 같아요8. 행복하세요
'09.2.4 10:32 AM (115.129.xxx.51)체념인가? 그런게 사람 사는거 같애요. 왜 난 이렇게밖에 못살아라는생각보다 그 속에서 원글님처럼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수 있는 상황이 보기 좋습니다.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9. 행복의 조건
'09.2.4 10:41 AM (211.214.xxx.170)사실 서민이면 어떻겠나요.
행복하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행복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 않는 것인데.
하지만 이넘의 현실은 행복한 서민이 있기기 힘든 상황이니.
생필품 값의 안정,
깨끗한 주거, 자연환경,
의료혜택 제공,
안정된 직장 생활,
그리고 돈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입시.
2009년 현실에서, 이만큼이나 왔는데,
단군이래 이땅에서 이만큼이나 견뎌왔는데,
아직도 우리들 대다수는 힘들게 허덕여야 하니.
저런 기초적인 것들의 보장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퇴보하고 있으니.10. 참고로
'09.2.4 10:42 AM (122.36.xxx.199)요즘 고속버스 인터넷 예매 정말 편합니다.
http://www.kobus.co.kr/web/index.jsp
좌석번호까지 지정할 수 있구요,
프린트에 연결하면 그 자리에서 티켓 출력까지 가능합니다.11. 그래도 님은
'09.2.4 10:42 AM (121.130.xxx.107)아직 남편이 직장엘 다니니 행복한 거에요.
울 남편은 직장 짤린지 몇년 되었는데, 아직 자리를 못잡고,
사업 한답시고,있는 돈 다 말아먹고....
제가 돈을 벌고 있는데.사실 넘 힘들어서,
어떨땐 이혼까지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다고 돈 못버는 거 말고는 잘못하는 것도 없고,
나나 아이한테도 잘하는데,,,.,
정말 힘이 들때도 많지만,그래도 사는게 그러려니 하고 산답니다.
더 못한 사람도 많으니, 행복하게 잘 사세요.12. ..
'09.2.4 10:58 AM (211.202.xxx.53)너무 부러워요. 행복해 보이셔서요. 전 어제도 남편과 대판 싸웠는데...
그나저나 부장님 정말 너무하시네요.13. 진정한 서민
'09.2.4 11:00 AM (124.56.xxx.209)힘내라는 글에 눈물이 나니, 이것도 병인가 봅니다.
친정엄마에게도 못할 말을 털어놓고 위로 받을 수 있어서 기뻐요.
저보다 더 힘드신 분도 많으실텐데... 괜한 글 올렸나 생각도 되지만,
정말 힘드신 모든 분들 더욱 나아지고 더욱더 행복해지시길 바랄께요.
사이트 주소까지 알려주시고... 모두 감사드립니다.14. 항상
'09.2.4 11:11 AM (59.8.xxx.88)행복하시라고 기운 보내드립니다
행복이 별건가요
서로 사랑하면 행복이지...
지금 그마음 변치만 않으면 되는겁니다15. 서민 연대^^
'09.2.4 11:35 AM (210.210.xxx.218)이렇게 서로 힘내자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서민이면 어때요. 부끄러운 것 없는 서민이라 자랑스럽습니다.16. 서민되고파
'09.2.4 12:03 PM (149.159.xxx.198)요즘은 서민도 어려워요.
17. 맞아요.
'09.2.4 1:30 PM (59.187.xxx.56)그래도 월급 나오는 직장에 다니시는 원글님 남편분이 부럽네요.
그냥 살면서 잔잔한 행복 누리고 살고 싶은데 그것 마저도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