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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도리 박순찬 화백 인텁입니다.

시사인 에서 조회수 : 446
작성일 : 2009-01-15 20:29:09
흐르는 청계천 위로 용 한 마리가 유유히 솟아오른다. 그 다음 컷에는 주식 폭락·환율 폭등·인권 탄압 등으로 절규하는 시민의 모습이 등장한다. 마지막 컷에서 이들 시민을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을 한 용가리다. 이와 함께 흐르는 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나온 건지, 용가리가 나온 건지’다(지난해 10월29일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71쪽 그림❷).

현직 대통령을 ‘대괴수 용가리’에 비유한 이 ‘불경스러운’ 만평에 수많은 이가 배꼽을 잡았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가히 ‘대통령 모독’을 떠올릴 법한 풍자였지만, 인터넷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한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서는 이 ‘용가리 만평’이 수천 건 추천을 받았다. ‘걸작 중의 걸작’ ‘쌓인 게 풀린다’는 지지 댓글도 수백 개가 달렸다.  

‘한물간’ 네 컷 만평, 대중을 사로잡다

단지 용가리 만평뿐만 아니다. 인터넷에서 박순찬 화백(41)의 여러 작품은 어느새 ‘전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매일 아침 그의 만평을 보고 “뿜었다”(웃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그는 이제 ‘한물갔다’라고 여겨지는 ‘네 컷 만평’ 작가 아닌가. 이런 인기에 힘입어 박 화백은 지난해 말 전국시사만화작가협회가 수여하는 ‘2008 올해의 시사만화상’까지 거머쥐었다. 경향신문 화백실에서 만난 그에게 ‘벅찬 소감’을 기대하며 인사말을 건넸더니 웬걸, 그는 뜻밖에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라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잘 모르겠어요. 일시적인 반응일 수도 있고,  워낙 이명박 정부에 울분이 쌓인 분도 많으니까요…. 아는 사람이 ‘인터넷에서 네 작품 반응이 좋더라’며 오랜만에 연락해온 일은 최근 종종 있었죠. 하지만 제가 표현하고자 한 것에 대한 정확한 반응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박 화백이 마뜩잖아 하는 건 현 정부를 향한 불만이 자기 작품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이어진 것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작가로서 그런 ‘포퓰리즘’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게다. 자신에게 무섭도록 냉철한 면모를 보이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두고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기자가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지적한 만평(그림❸)이 재미있었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반색하며 말했다.

“그 작품은 저도 마음에 들어요. 그게 진짜 우리 현실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잠도 못 자고 공부하지만, 정작 학교를 다 졸업한 뒤에는 청년 백수 신세가 되어 실컷 잘 수밖에 없는 현실. 전 그저 사실을 그렸을 뿐인데 그게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그런 현실을 잘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끼죠.”
  
그래서일까. 박 화백이 스스로 꼽는 최고의 ‘수작’은 독도 문제에 빗대어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꼬집은 작품(그림❶)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8 시사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누구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본 거죠. 그럼 독도를 제외한 나머지 땅은 과연 우리 땅인가. 그리고 그 ‘우리’란 누구인가. 결국 상위 1% 소유인 게 우리의 현실이잖아요.”

“날마다 대통령 그리는 건 괴로운 일”

‘장도리’의 인기가 새삼 눈길을 끄는 건 4컷 만평이라는 형식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조선일보가 네 컷 만평을 없앤 이래 네 컷 만평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중앙 일간지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위상이 희미해졌다. 재미있는 작품이 생산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 컷 만평은 시각 효과가 중요한 데 비해 네 컷은 이야기가 중요하거든요. 책으로 쓰면 한 권짜리 분량의 이야기라 해도 네 칸 안에서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썰렁할 가능성도 많아요. 본전 찾기 어렵죠. 그럼에도 네 컷만의 묘미가 있어요. 더욱 은유적으로 풍자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과거 군사 독재 시절 ‘왈순아지매’나 ‘고바우’ 같은 작품이 맹위를 떨친 거예요. 기사로 쓰지 못하는 어떤 사건을 ‘이야기’를 빌려 우회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거죠.”

    

그러니 은유보다는 ‘직설’로 지배 권력의 치부를 건드린 장도리 만평이 더욱 대중에게 호응을 얻는 이 세태가 작가에게는 ‘비극’일 수도 있다. 박 화백은 “이명박 대통령이 날마다 만평에 등장하는 건 작가로서 괴로운 일이다. 정치 권력이 문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한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저를 염려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이를테면 ‘MB 악법 통과되면 박순찬 화백 잡혀간다’는 내용이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어쨌든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거예요. 이런 형편에선 작가가 제대로 창작 활동을 하기 어려워요. 이런 시대에 제 만화가 뜬다는 건 사실 기쁘다기보다는 씁쓸한 거죠.”

박 화백의 씁쓸함은 한국 만화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박 화백은 1995년 2월, 스물일곱 살 나이로 경향신문 화백석에 앉았다. 사상 최연소였고, 지금도 중앙 일간지 만평 작가 중 여전히  말단이다. 어느덧 14년째 펜대를 쥔 이 ‘막내’ 작가가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날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한국 만화의 오늘이다. “만화가 죽었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만화 많이 봅니다. 특히 일본 만화 인기는 엄청나죠. 인기 있는 드라마·영화의 원작은 거의 일본 만화잖아요. 문제는 대중이 우리 문화를 잃어간다는 겁니다. 홍대앞에 가보세요. 전부 다 일본 술집이에요. 이게 일본 만화의 힘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론 창작을 하더라도 일본식으로 해야 먹힐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이 점점 사라지게 돼요. 그럼 결국 신문도 읽지 않게 될 겁니다. 신문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매체니까요. 저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 화백의 바람은 이런 문화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나, SF물에도 도전할 작정이다. 하지만 이 급박한 현실 앞에서 그의 소망은 무척 멀어 보인다. 앞으로도 한참 동안 그의 네 칸짜리 만화에 ‘용가리’며 ‘미네르바’ 같은 주인공이 등장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쩌겠나, 이것이 풍자가 세상을 구원하는 방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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