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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도 조회수 : 880
작성일 : 2008-11-15 20:18:45
어제 오늘 시부모님 인품때문에 게시판이 쑤군쑤군이네요^^
저 결혼전에 저희 시어머니 첨 뵙고 정말 생각 많았습니다.
시어머니만 생각하면 그냥 남친하고 그대로 바이바이 하고 싶을 정도로 막말 본좌에 세상의 중심이 셨습니다.
그저 연애하는 사이인데도 전화번호 알아내서 저희 회사 찾아오셔서 우리아들은 여자 한번 안사겨본 쑥맥인데 어떤 여자 만나나 궁금해서 왔다하셨구요 어머니 생신 안챙겼다고 친구랑 만나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해서 내생일인거 몰랐니?  너 때문에 내 아들하고 안좋다 이러구선 전화 딱 끊어버리시기도 했구요-연애중일 뿐인데 뭘 어쩌라는 건지....- 결혼이야기 오가기도 전에 넌 직장생활 오래했으니 돈은 많이 모았겠구나 나는 고생고생해서 애들 공부시키느라 몸은 힘들고 빚만남았다. 이러실 정도였어요.
저 남편하고 연애 오래도록하면서 수시로 어머니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거 아닌가 고민고민 했었어요.
전 제 남친이랑 헤어진 모습만 상상하면 왜그렇게 가슴을 도려내는거 같이 아프고 슬픈지....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고 심장 한켠에 칼을 꽂은듯 깊숙한 통증이 느껴졋었어요.
결혼 날 잡고도 제 주변에 지인들 깰 수 있음 이제라도 결혼 깨라 할 정도로 아쉬운 결혼을 했네요.
결혼하고 나니 예비 며느리때 막말본좌엿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확 바꼇을 리도 없고 말그대로 빚뿐인 집이라 방한칸 얻어줄 여력도 없어 남편쓰던방 베란다 터서 신접살림 꾸렸습니다.
제가 그래도 다른데 가선 꽤 똑똑다 소리 듣는데 남편한테는 손익계산이 안돼서 시댁서 신접살림 시작하고 몇푼 있는 제돈으로 시댁빚 조금 갚아주고 시댁 식구들이랑 화합하면 금새 잘 되겠지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저희 남편도 계산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둘이 매일매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거 그거 하나만 좋아서 결혼한거에요.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나이 서른에 그 무슨 철딱서니 없는 결혼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겠지만 저는 우리 남편이랑 만날때 마다 각자의 집으로 아쉬운 발걸음 안떼게 된것만도 너무 좋았어요.
만날수록 더 좋아지니 돈이고 조건이고 아무것도 뵈는게 없더군요.
이렇게 죽고 못사는 저희 부부 단 한번도 저희 문제로 싸워본적이 없었어요.  
시어머니의 얼토당토 않은 억지나 막말시리즈가 늘 제 삶의 가장 큰 불행 요소였어요.
처음엔 멋모르고 맨날 어머니한테 당하고 억울해하고 남편한테 말도 못하고 그러다 일이년 지날수록 어머니랑 조금씩 맞장모드로 전환되었네요.
저 남편한테 말도 못하고 참을때 저희 어머닌 저희 남편 잡고 엄청 제 흉보셨었나봐요.  딱 한번 남편이 어머니한테 일방적인 제 이야기 듣고 저한테 난리친적 있었어요.  제가 그때 정말 제정신이 아닐정도로 더 난리쳤어요.
당신이 어머니 말만 듣고 나를 잡겟다고 들면 좋다 나도 내 이야기 일방적으로 다하고 어머니 한테도 내키는데로 다할테니 알아서 잘 처신해라.  여자들 문제에 남자 함부로 개입하지 말고 내문제 내가 해결할테니 아니꼬와도 나서지 말고 내편도 어머니 편도 들지마라.  함부로 편들면 요단강 건널줄 알아라 막 난리쳤었어요.
남편 그 후로 어머니와 저 트러블 생길때 한 2년여간 거의 개입하지 않았어요.
계속 어머니와 저 물과 기름같이 때론 제가 참기도 하고 어머니랑 싸우기도 하면서 사년정도 지날때 어머니가 또 한건 올려 주신 사건이 있었어요.
시댁 일가분 생신인데 생전 안하시던 생신챙기라는 요구요.
저 그때 몇번쯤 참았던 얼토당토 않는 억지들 더합해서 열이 올랐어요.
남편한테 전화해서 이건 참자참자하니 도를 넘어서 오늘만은 그냥 못넘기겠으니 집에와서 분위기 쏴아해도 신경쓰지 말라 선전포고 날렸습니다.
집앞에 도착할 무렵 남편 전화가 왔어요.
아직 집에 들어가기 전이면 자기랑 조금만 통화하고 들어가면 안되겠냐구....
단지내 벤치에 앉아 할말있음 해라 했더니 남편이 제게 묻더군요.
니가 만일 부모를 고른다면 너는 어떤부모를 고르겠니?  질문의 의도 파악이 안되 우물쭈물 할때 남편이 그러더군요.
나는 만일 내가 부모를 고를 수 있었다면 돈도 많고 교양도 있는 부모 골랐을거야.  엄마는 엄마가 아는 한도내에선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나한테 해주었고 나는 그게 감사해.  못배워서 생각 없이 말하는걸 조금더 똑똑하고 많이 배운 니가 이해해주면 안되겟니?  친척 생일 챙기는거 나도 이해는 안되지만 니가 엄마한테 가르키듯 따지듯 말하면 엄마는 엄마 잘못보다는 당장 서운한것만 더 생각나실지도 몰라.  그냥 우리 형편이 아직은 친척 생일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는 정도만 하면 그 다음엔 한번 더 생각하고 우리 상태 살필수도 있잖아.
우리 엄마가 너한테 못하는거 다 아는데 나도 속상한데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우리 키우느라 온갖 고생 다하신거 나는 모른체 할수가 없어.  그러니까 니가 힘들겠지만 조금 우회해서 할수 없는걸 피해가주면 안되겠니?
하더군요.  
그랬습니다.  저 한테 형편없는 시어머니였던 그분이 제 남편 이렇게 훌륭한 인품으로 키워주신 어머니였어요.
저 물론 그날 응이라고 바로 대답하진 않았고요 그래 노력은 해볼게 하지만 노력해도 안될땐 나를 마냥 나쁘게만 생각지 말고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차이는 그냥 힘들겠지만 인정해달라 했었습니다.
그러구 시어머니가 얼토당토 않은 억지쓰실때 강하게 거절할때 조차도 어머니가 자존심 상해하실 태도는 조심했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머니와 애증이 교차하는 삶을 살겠지만 먹고 사는게 바빠 나이만큼 성숙할 여력이 없었던 어른들이 세월 흐를수록 마냥 이해불가는 아니네요.
자녀들 생활이 경제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만큼 어머니도 조금씩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것도 다행이고요.
결혼은 사람에 따라 숲을 보기도 나무를 보기도 하는데 저는 아직 나무를 본거 후회하지 않아요.

IP : 59.16.xxx.7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동..
    '08.11.15 8:24 PM (221.162.xxx.86)

    눈물날 거 같아요. 멋진 남편분이시네요. 행복하세요...

  • 2. ㅇㄹㄴ
    '08.11.15 8:28 PM (219.255.xxx.181)

    저도 살짝 눈물이 나면서 남편분 그렇게 좋아하실만했구나 싶어요. 남편분 말씀 공감이 많이 가요. 시어머님께 저도 좀 더 마음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ㅜㅠ

  • 3. carmen
    '08.11.15 9:01 PM (122.46.xxx.34)

    훌륭하십니다. 사리판단의 현명함이 보입니다. 아무리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헌신 일변도라고도 하지만 평생을 바쳐 훌륭히 길러낸 아들에 대한 일말의 보상심리 같은 것은 보통의 어머니들에게는 누구나 조금씩 있겠지요. 다만 표출 방삭이 문제가 되겠지요. 많이 이해해주시면 그 맘을 아실 날이 곧 올 것입니다.

  • 4.
    '08.11.15 9:18 PM (121.161.xxx.164)

    한국사람들이 자아는 강하지만 분별이 좀 없죠.

    근데 참 명문이고 깊이가 느껴집니다. 훈훈한 맘이 다 드는 건 뭔지..원..
    부부가 예쁜건가? ㅎㅎ

  • 5. 아름다운
    '08.11.15 9:25 PM (59.25.xxx.166)

    부부이십니다
    지혜로운 분들이고요

    어머님도 여유로와지신다니 다행입니다

    이런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6. 맞아요
    '08.11.15 11:25 PM (211.192.xxx.23)

    이런남편분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뭐라고 하시려나,..
    어느 시어머니가 내 맘에 들겠습니까..
    그렇다고 내 어머니,나는 완벽하겠어요,,사람 사는게 다 이해하기 나름입니다,
    원글님 너무 훌륭하세요^^

  • 7. 원글님같은
    '08.11.16 9:11 AM (211.219.xxx.27)

    분이 며느리여서 그 시댁은 복이네요.

    저 상황에선 그런 시댁 모르는 척 원글님 행복만 찾으라거나, 시어머니 편드는 남편 탓하실,
    내지는 남편 잘 잡으라고 코치하실 분들 여기에도 많으실 텐데

    원글님은 그래도 애증이 교차하더라고 부여잡고 이해해 가시면서 사시겠다고 하시니
    원글님이 참 예뻐보입니다.
    시어머님도 저같은 눈으로 며느님을 예뻐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 보구요.

    님 남편분과 행복하세요.

    저도 이런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 8. 현명하고
    '08.11.16 9:19 AM (222.239.xxx.243)

    지헤로운 부부이십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무조건 참는 것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결과적으로 훨씬 좋았습니다.
    말하는 내용보다 말투가 더 영향을 미칠때가 많으니 차분하게 설명드리면 어머님도 점차 나아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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