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내복과 엄마..

조금은 철든딸 조회수 : 333
작성일 : 2008-11-12 23:06:42
초등학교 때 입어보고 처음 내복을 입어봤어요.
따뜻하고...뭐 좋네요^^

결혼한지 일년 남짓...결혼하자마자 외국으로 나왔어요.
평생 서울 한복판에서 살다가 시골에서 살아본 것도 처음이고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주택에 살아보기도 처음이네요.

여기 날씨는 한겨울에는 한국만큼 온도가 내려가지 않지만
유럽 특유의 스산하고 바람이 옷 속으로 슬쩍 휘감겨 들어오는...
그닥 정직하지 않은 날씨랄까? 온도계와 체감온도가 확연히 다른...하여튼 그래요 ㅎㅎ

집에 있어도 한국처럼 바닥에서 열이 나지 않아 양말에 슬리퍼도 꼭 챙겨 신어야 하고
게다가 주택이다보니 난방을 해도 그 근처만 따뜻하고 열이 잘 퍼지지 않더라구요.
지난 겨울의 끝자락...생전 처음 느껴본 추위에 화들짝 놀라 전기 라디에이터를 구입했지요.
나름대로는 아껴 쓴다고 추울 때만 잠시잠시 틀고 했는데 몇 달 후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니..ㅠㅠ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여긴 벌써 겨울 분위기가 나요. 길에 나가면 다 코트에 목도리...)
라디에이터를 쓰지 않으려 했는데 점점 추워지니 버티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워낙 물가가 비싼 데다 요즘 환율도 오르고 해서 가급적 난방비를 줄여보려고
옷도 최대한 많이 입고 잠옷도 두꺼운 것으로 바꿨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추워서 계속 움츠리고 있으니까 목이며 등도 아프고 부엌이 추우니 밥하러 가기도 싫고..

그러다가 예전에 내복을 입으면 실내온도를 몇 도 내릴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한테 내복을 몇 벌 사서 보내달라고 했지요.
울엄마..."아니, 한겨울에도 코트 속에 반팔 입고 미니스커트 입던 네가 웬 내복을 찾냐?"

그 말을 들으니 참...결혼 전 내가 정말 철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겨울에도 실내온도는 늘 23~24도에 맞춰놓고 보일러를 줄창 틀고 반바지 반팔로 지내고
여름에는 전기세 걱정하시는 엄마와 싸워가며 에어컨 틀어놓고 잠들곤 했었는데...
유난히 더위에도 추위에도 약한 딸이라 아껴 써라 말도 못하고
아빠는 늘 애들 춥다는데 왜 그러냐, 그런 걸로 잔소리 말라 하시고
관리비 영수증 기다리면서 울엄마가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생각하니...

지금은 20도에 맞춰놓고 하루에 2-3시간 보일러를 틀면서도 이걸 19도로 내릴까 말까 고민하고
두 개밖에 없는 방에서 움직일 때도 난방기 밸브를 꼭 잠갔다 풀었다 하고
전기 담요도 자기 전에만 잠깐 켜놓았다가 끄고 잠잘 때 수면 양말도 꼭 챙겨 신고
심지어는 집에서 내복까지 입고 있으니 이걸 철들었다고 해야 할라나요?

어제 엄마가 보내주신 소포를 받았어요.
내복 두어벌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종류별로 내복 세 벌에(두꺼운 거, 얇은 거 등등..)
두툼한 수면 양말에, 책에, 온갖 먹을 거리까지 큼직한 상자가 도착했더군요.

아들 딸 다 나가 사는 요즘, 울 부모님은 난방이나 제대로 하고 사실런지..
이제 철이 들락말락하는데 부모님께 뭐라도 해드릴 능력이 없네요.
오래오래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IP : 81.152.xxx.21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비소년
    '08.11.13 1:51 AM (218.237.xxx.48)

    부모님 슬하를 벗어나봐야 부모님 사랑이 차고 넘쳤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구요.
    자식 낳아보니 나도 내 부모님께 이렇게 귀여운 존재였구나 싶어서 더 마음이 아리구요.
    원글님 글 읽고 나니 문득 저희 친정 엄마 따뜻한 슬리퍼라도 한 켤레 사드려야겠다 싶어요.^_^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9040 한겨레 21에 나온 만수이야기 2 은하철도99.. 2008/11/13 454
249039 댁의 남편 핸드폰에는 .... 1 .. 2008/11/13 692
249038 혀가 아픈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요 4 병원 2008/11/13 542
249037 북한은 왜 갑자기 강경한 거죠? 9 왜? 2008/11/13 1,065
249036 엄기준이란 배우를 처음 알았어요 22 포비 2008/11/13 3,300
249035 웨이브펌하고 막누워자면...컬 풀리나요? 1 뽀글이 2008/11/13 2,299
249034 영어유치원이 대세인가요 14 아~` 2008/11/13 1,140
249033 급질>추나요법에 대해서 아시는분 계신가요?^^; 23 두아이맘 2008/11/13 874
249032 옆집 아이가 학대를 받는 거 같아요 34 걱정이예요 2008/11/12 5,817
249031 우유값이 그냥 빠져나갔을때 2 초1 2008/11/12 256
249030 오렌지색 티와 가장 어울리는 색상은요? 14 패션. 2008/11/12 2,515
249029 동생에대한책 소개 감사합니다. // 2008/11/12 233
249028 간만에 친구의 서울나들이...어디갈까요? 5 서울나들이 2008/11/12 507
249027 건강검진한 병원서 자궁암검사를 좀 정밀하게 4 받아보라고 .. 2008/11/12 724
249026 내복과 엄마.. 1 조금은 철든.. 2008/11/12 333
249025 어머니가 땅을 사셨는데 말려주세요 8 미쳐요 2008/11/12 1,634
249024 살돋보면 1 ㅎㅎ 2008/11/12 429
249023 15세 여권만들려는데 필요한것이무엇인가요 2 시월이 2008/11/12 258
249022 변액보험 해약.. 거울아~ 2008/11/12 485
249021 긁적긁적... 에헤헤헤 죄송한데... 요즘 샤넬 캐비어 백화점에서 얼마에요? 2 뻘쭘... 2008/11/12 941
249020 무이자 할부가 은근 중독이네요. 14 흠~ 2008/11/12 1,770
249019 지하철 언제.. 수지 2008/11/12 206
249018 이제 니가 강해질 차례야 6 강마에 2008/11/12 854
249017 아고라펌-[배달부] 유모차맘에게 시비거는 이들에게..... 5 은석형맘 2008/11/12 602
249016 인간관계^^;;(좀 길어요.) 14 우울 2008/11/12 2,004
249015 갈비탕 끓이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5 갈비탕 2008/11/12 589
249014 친구에게 아이옷 리싸 받았어요..그런데 수선해서 입음 어떨까요? 1 엄마 2008/11/12 370
249013 아버님 기일 2 .. 2008/11/12 276
249012 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싶다면? 4 게임운영자 2008/11/12 266
249011 반품이 안된답니다. 5 인터넷쇼핑몰.. 2008/11/12 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