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의 ‘左右비판’
입력: 2008년 10월 10일 17:49:54
ㆍ“촛불을 횃불로 바꾸는 좌파세력” 힐난 이어 여권·우파엔 “선진화 타령 뚝 그쳐라” 질책
김지하 시인이 진보를 표방하는 좌파세력과 뉴라이트, 이명박 정부를 향해 독설이 가득 찬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7일부터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촛불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으로 연쇄기고를 하고 있는 김 시인은 9일 ‘좌익에 묻는다’라는 글에서 “촛불을 횃불로 바꾸는” 좌파세력을 힐난한 데 이어 10일에는 ‘우익 잘해봐라, 잘하면 망할 것이다’라는 글로 우파를 질책했다.
이 글들은 김 시인이 지난달 6일 생명평화운동의 시각서 바라본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들을 200자 원고지 250장 분량으로 정리한 <당파(把)>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세 창의 길이가 모두 다른 삼지창(三枝槍)인 ‘당파’는 사람과 짐승에 대해 ‘조용히 모시는 죽임’의 예절이 가능했던 살상기구로 시인은 새로운 개벽에 대비한 마음자세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했다.
“촛불을 횃불로 바꾸려는 자들이 있었다. 촛불은 옛 우리 할머니들처럼 간절한 소망을 조용히 뒤뜰에 맑은 물 한 그릇 떠놓고 비는 것이요, 횃불은 불현당(불켠당·明火賊)이 높이 쳐들어 부잣집을 덮치면서 허공에 지글지글 타오르던 것이다. 4월29일 청계광장에서 어린이, 청소년, 여성들이 가만히 촛불을 켰을 때 비웃음을 일삼던 정의의 홍길동들이 6월10일 전후로부터 끼어들기 시작해 6월29일에는 완연히 촛불을 횃불로 바꾸어버리려 했다.”
‘촛불’을 생명평화운동의 시발로 바라본 김 시인은 자칭 진보세력이 촛불을 잘못 이해하고 “흉흉칙칙한 구정물 바다에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것이 풍자시 <오적>의 시학적 근거였던 ‘적대와 증오에 가득 찬 낄낄대는 웃음’을 퍼트린 자신의 ‘업(業)’이라고 자책하면서도 자신의 생명평화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대해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시인은 좌파의 타락에 대해 지난 5년의 집권을 이유로 들었다. “정치는 개떡으로 하면서 만판으로 저희들끼리만 즐겼던 것”이라며 “심지어 공적인 문화예산 가운데서 상당 액수를 제 개인 빚 갚는다며 ‘인 마이 포켓’한 놈도 있다고 들었다”고 꼬집었다. 김 시인은 이어 유물론과 변증법의 오류, 자본주의 자체의 성격 변화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 글을 맺었다.
한편 우익과 정부 비판은 더욱 강도 높고 신랄했다. “우리집 전화는 오래 전부터, 그러나 요즘에 와서 현저하게 괴상하다. 나는 긴 세월을 하도 당해서 금방 안다. 우리집을 왜 도청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포문을 연 그는 “정보기관을 국정운영의 첨병으로 삼는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다 끝났다. 국정원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시도에 목매는 정부·여당은 오늘 이 순간부터 ‘선진화’ 타령을 뚝 그쳐라”라며 최근 공안정국을 ‘지리멸렬’이란 말로 비난했다.
김 시인의 비판은 공기업 민영화, ‘녹색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녹색성장은 분수에 안맞거나 사기라는 뜻에서 녹색분칠”이라며 “녹색성장을 악쓰듯이 떠들다가 전혀 그와는 반대되는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로 ‘건설경기 부양’을 떠들면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한다”고 꼬집었다. 또 경제위기를 틈타 대운하를 강행하는 데 대한 우려와 이명박 대통령의 말바꾸기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 시인은 이 두 글에 앞서 ‘환경운동에 묻는다’와 ‘최재천·장회익 교수에 묻는다’는 글을 기고했으며 앞으로 ‘평화의 시각에서 보는 분단과 통일’ 등 4편을 추가로 실을 예정이다.
<한윤정기자>
출처: 경향신문(2008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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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역시 예리한 비판!
리치코바 조회수 : 635
작성일 : 2008-10-11 14:06:23
IP : 203.142.xxx.17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리치코바
'08.10.11 2:12 PM (203.142.xxx.171)양비론으로 매도하지 말고, 민주개혁세력, 진보인이라면 조용히 음미하며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에 이렇게 옳은 말은 하는 분은 흔치 않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이 왜 지난번에 판판이 선거에서 참패했으며, 아직도 처절한 반성을 못하고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차라리 "82쿡닷컴"의 회원들이 주체가 되어 대동단결하면 뭐든지 잘될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 처음에 촛불집회가 학생들과 젊은층의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는데, 파이가 커지기 시작하자, 불순세력(?)이 숨어들어서 자기들이 주체라고 행세하는 것을 똑똑히 목격하였다!2. 구름이
'08.10.12 9:59 AM (147.47.xxx.131)글쎄요. 김지하를 촛불에서 만난적이 없던 것 처럼... 촛불에 대해 그가 무엇을 아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또한 불순세력이라는 말은 제 얼굴에 오물이 날아오는 것 같아서 참기가 힘드네요.
마치 80년 광주의 5월 그들은 불순세력이 움직였다는 전두환의 말과 다를바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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