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 아시죠?
어제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녀석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저 시가 떠오르는거에요.
뜬금없이 말이죠.
그런데 저 위에 글은 검색해서 복사해온것이고..
40이 막 넘은 제 엉터리 머릿속엔 이것 저것 막 믹스되어 입력이 되어 있던거에요.
그래서 열심히 밥 먹는 아들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요.
"엄마가 시 하나 들려줄께 듣고서 엄마한테 짜증내는 너 자신을 한번 반성해봐라"
해놓고서 열심히 기억나는대로 짜집기 해서 읊어댔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어쩌고 저쩌고...
(여기부터는 제 머릿속에 짜집기 되어 있는 어디선가 본 구절들이에요.ㅎ)
엄마는 과일을 먹어도 과일속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생선을 먹어도 생선 머리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도 (지금 원문을 찾아보니까) 안되는 시를 아들녀석에게 멋지게 읊어대고는
아들 녀석의 반응을 살폈어요.
우리 아들 열심히 밥 먹다가 어이 없다는 듯 절 쳐다보더니...
생선토막을 제 밥 그릇 위에 올려놓으며 그럽디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 먹어!! 그냥 달라고 그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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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아들녀석
황당맘 조회수 : 1,666
작성일 : 2008-10-09 18:10:41
IP : 58.230.xxx.11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I hate Machos!
'08.10.9 6:13 PM (117.20.xxx.41)ㅋㅋㅋㅋㅋㅋ 넘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 ...
'08.10.9 6:14 PM (222.109.xxx.55)웃기네요... 아들 속이 깊어요^^^
3. 하하하
'08.10.9 6:16 PM (61.99.xxx.161)하하...
4. ㅎㅎㅎ
'08.10.9 6:19 PM (122.34.xxx.210)위에 있는 시를 보면서는 내엄마를 생각하면서 코가찡했는데
아랫글을 보면서 울다가 웃었네요...5. 아웅~
'08.10.9 6:31 PM (125.31.xxx.3)ㅎㅎㅎㅎ
아들내미가 몇 살인가요?
너무너무 귀엽네용6. 간만에
'08.10.9 7:05 PM (203.235.xxx.19)웃어 보네요
7. ㅋㅋㅋㅋ
'08.10.9 7:10 PM (122.32.xxx.149)아드님 입장에선 기가 막혔을거 같아요. ㅋㅋㅋㅋ
8. 아이코
'08.10.9 7:15 PM (59.10.xxx.167)귀여워요.
진짜 제가 원글님 아들이었다면 그런 생각 들었을 거 같네요
'나 참.. 엄마가 이거 디게 먹고 싶은갑네..'
아 모니터에 침튈뻔했네요 웃느라고9. 개미
'08.10.9 7:31 PM (222.237.xxx.227)정말 가슴에 와 닿는 시였어요ㅠ.ㅠ
그런데
아들의 말도 확~~ 와 닿네용*^.^*10. ㅎㅎㅎ
'08.10.10 1:41 AM (59.20.xxx.52)아드님 넘 귀여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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