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들

옳으신 말씀 조회수 : 1,368
작성일 : 2008-09-24 19:17:19
[삶과 문화/9월 23일]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들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 없다. 지시만 기다린다. 로봇이 되어버린 아이들. 지시에 의한 복종과 강요에 의한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고등학생임에도 야무지게 청소하는 아이가 극히 적다. 시키는 일만 할뿐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닦으라고 해야 닦고 분리수거 하라고 해야 분리수거를 한다. 그것도 그 날로 끝이다. 공부도 스스로 하는 아이는 드물다. 대답도 못하고 발표도 못하고 질문도 못한다. 함께 슬퍼할 줄도 모르고 함께 기뻐할 줄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가장 노릇을 할 다 큰 청년들을 어린아이 취급한다. 믿고 맡겨주면 잘해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도 주지 않고 할 수 없노라 무시하면서 참견을 멈추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어리석음도, 잘못도 이만한 것이 없다. 마마보이는 아이들에게서가 아니라 부모의 무지와 자기위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스로 하도록 맡겨 주었어야 옳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였어야 옳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었어야만 했고, 젊었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어야만 했다. 믿지 못하였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줄 몰랐던 어른들은 이제라도 용서를 구하여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할 수 없다고 의심하며 맡겨주지 못한 어른들은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지각하여 야단맞는 것도 네 일이니 늦잠을 자든 여유를 부리든 알아서 하라고 해야 했고, 방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스스로 치울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이제 막 하려고 하였는데 기다리지 못하여 대신 해 주고서 야단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3×7이라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왜 답을 말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지 말고 5분이고 10분이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면서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야단치기 전에 네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믿고 맡겨 주었어야 옳다. 과잉 친절로 정상적인 아이를 약한 아이, 무능력한 아이, 창의성 없는 아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음에 이제라도 반성하여야 한다.

도와주는 것이 위하는 일이 아니라 바보 만들기일 수 있고 행복을 빼앗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불쌍하지 않은가? 직접 해야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성취감을 맛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인데 자신의 의지나 힘으로 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였다. 사랑도 주어본 사람이 잘 주고, 용서도 해 본 사람이 잘한다. 일도 해 본 사람이 잘하고 공부도 스스로 해 본 사람이 스스로 잘한다. 언제까지 간섭하고 도와줄 것인가? 어른들이 무슨 권리로 자녀가 가지고 있는 기회와 권리, 그리고 행복까지 빼앗고 있는가?

실업자는 불행한 사람이다. 돈이 많아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기만 하는 무위도식은 바보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아무 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바보 만들기일 뿐이다. '네 마음대로, 네가 알아서'를 많이 외쳐야 한다. 물론 무관심하라는 말이 아니고 스스로 하도록 믿고 맡기라는 말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성취감도 좌절감도 느끼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행복을 맛볼 기회를 빼앗지 말았으면 좋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였으니까.


<출처 : 선영아 사랑해, 마이클럽 www.miclub.com>

IP : 119.149.xxx.1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
    '08.9.24 7:28 PM (118.216.xxx.147)

    4학년큰아이 담임샘께서도 학부모들 상담때 모아놓고 그러시더군요,,
    애들을 이제 좀 놓아주시라고.. 스스로 할 수 있게 그리고 판단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이제 내 손아귀에서 좀 풀어 놓으시라고..요즘은 의욕이나 재미가나서 눈이 반짝거리는 아이를 찾아볼 수 없다고요..
    교외 대회 같은것도 내 보낼라고하면 엄마한테서 바로 전화와서 컷트 시킨데요..공부때문에 그런거 나갈 시간이 없다고.아이가 결정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 시대라고 하네요...많이 반성했어요.

  • 2. 비를머금은바람
    '08.9.24 7:41 PM (125.184.xxx.8)

    내 아이들에게 뭘 해라(공부해라, 청소해라, 숙제해라) 하고 말하기 보다
    아무 말 안하고 참는 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훨씬 훨씬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아이를 꽉 채우는 것 보다 비워둘 줄 아는 것. 이것 또한 훨씬 훨씬 어렵습니다.
    아이 보다 세배는 더 오래 산 엄마의 판단을 접고, 제멋대로인 아이의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따라주는 것......그것은 경험해본 엄마만이 아는 심정입니다.
    원글님이 올리신 어느 선생님의 글을 보니, 저와 부합하는 면이 많은 듯 해서
    많이 위로가 됩니다. ㅜㅜ

  • 3. 정말
    '08.9.24 8:03 PM (118.218.xxx.254)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아이들의 뭔가를 기다려준다는게, 부모로서 가장 힘들고 힘든 일이지 싶습니다.

  • 4.
    '08.9.24 8:05 PM (121.151.xxx.149)

    민들레에서 나온 바보만들기라는 책을 읽어보세요
    정말 이게 아닌데 싶은생각이 들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5033 이런 사람에게도 자녀 과외 맡기실 분 계신가요?? 12 답답해요.... 2008/09/24 1,511
235032 시동생예복(무플시러요~) 9 결혼식 2008/09/24 446
235031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들 4 옳으신 말씀.. 2008/09/24 1,368
235030 깐생강에서 쉰내 나요~ 4 냄새뭐야 2008/09/24 586
235029 파티용품 파는 오프라인 매장 어디 없나요? 3 파티 2008/09/24 1,304
235028 책상고민 1 ... 2008/09/24 324
235027 정신과약을 먹고 술을마시면 중추신경계이상이 온다는말은? 2 하루 2008/09/24 632
235026 연말 정산 회사를 옮길때.조기 퇴직할때. 1 연말정산 2008/09/24 316
235025 40대이상의 82님들...얼굴과 몸에 투자하시나요? 23 40대 중반.. 2008/09/24 4,793
235024 건오미자와 생오미자 몸에 좋은건 똑같나요? 2 오미자 2008/09/24 438
235023 경찰청 조사후기문 23 유모차부대지.. 2008/09/24 672
235022 흔히 말하는 사교육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요? 3 궁금 2008/09/24 545
235021 호두과자 5 남쪽 2008/09/24 869
235020 어반 스타일이 뭐예요? 4 궁금이 2008/09/24 1,472
235019 영화트로이보신분 10 2008/09/24 736
235018 제주도 여행 조언 좀 해주세요 5 프라다 2008/09/24 631
235017 오늘 대전중부서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3 구름이 2008/09/24 711
235016 전처가 글 올렸다면서요? (관심없으신분은 통과요~ ^^;) 8 인간극장 2008/09/24 1,981
235015 위즈*드에서 물건 구입해 보신 분이요? 11 가을 2008/09/24 802
235014 '인간극장' 논란 일파만파..강씨 전처 입장 밝혀 4 어느날 갑자.. 2008/09/24 2,882
235013 요밑에 pc가능자 글보고..취업가능할까요?? 2 저도궁금 2008/09/24 354
235012 연민은 다 사라지고... 정선희 대체 뭘 숨기는지 궁금하기만 한... 41 이젠 2008/09/24 10,322
235011 힘들게 누군가를 잊어야할때.. 무얼하면 좋을까요? 18 음.. 2008/09/24 1,270
235010 다음달 입주합니다.축하해 주세요^__^.울 시누에게 감사드려요. 12 아줌마^^ 2008/09/24 1,087
235009 저녁 메뉴 좀 봐 주세요!! - 남편의 급퇴근 14 급한여자 2008/09/24 1,184
235008 아들얘긴데요..help~ 4 3학년이상 .. 2008/09/24 822
235007 저도 3 과외비땜에... 2008/09/24 279
235006 낸시랭도 인각극장에 나왔다 하던데 왜 낸새랭인지 알았습니다. 12 낸시랭 2008/09/24 6,643
235005 pb제품 선뜻 사지시나요..? 31 대형마트 2008/09/24 1,513
235004 평촌에 안양샘과 신일 유치원 어떤가요? 1 아이엄마 2008/09/24 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