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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엽기시댁에서만 나쁜 며느리가 나와야 하나?

시댁시댁!! 조회수 : 1,128
작성일 : 2008-09-23 12:26:45
차라리 우리 시댁이 엽기시댁이었음 합니다.

그럼 어떤 계기가 있어, 한 번 뒤집고 뭔 해결을 볼거 아닙니까?

결혼한지 5년차... 전 아직도 시댁이 싫습니다.

시댁에 관련된 모든 대소사가 귀찮고 짜증납니다.



하지만 우리 시댁은...

친정어머니나, 친구들이나, 제가 볼때에도 그다지 나쁜 시댁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나 저를 때마다 잘 챙겨주십니다.

명품백 사주고, 비싼 옷 사주고.. 그런건 아니지만

생일때나 명절때 선물이나 10만원 가량 용돈 주시구요,

친정에서 오는게 있으면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돈댁에 챙겨 주십니다.

임신, 출산, 돌잔치 등등에도 서운하게 하진 않으셨고,

명절때나 이럴때 고생했다 말 해주시고 많이 먹어라, 틈틈히 누워자라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시댁이 싫은 이유가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부모님이 옛날 분이시라는거.

둘째. 가족이 너무 화목하다는거.



부모님께서 옛날 분들이라

생신상은 꼭 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을 받으셔야 합니다.

물론 점심이나 저녁에 가족끼리 모여 외식도 하지만,

생신날은 아침에 가족이 다함께 밥을 먹어야 흐믓해 하십니다.

그리고 보통 일주일에 한번은 안부전화 드려야 하구요,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서 친정에 가면 도착하자마자 전화 드려야 하구요.

기타 병원에 다녀오신날, 여행다녀오신날, 지방 친지방문전 등등 전화 드려야 합니다.

생각는게 이정돈데... 암튼 걍 옛날어른들 생각하면 됩니다. 옛날어르신들.

위에 사항에 강요는 없으시나, 불이행시에는 눈치는 주십니다.

때 지나서 전화하면 목소리가 싸아~ 하세요.

때 지나서 찾아가면 부엌에서 내다보지도 앉으시고

그리고 그날 하루 내내 남편 얼굴이 않좋네, 애들이 안자랐다는 둥 심술을 부리시죠.



그리고

가족이 너무 화목합니다.

남편을 비롯 형제자매가 효자, 효녑니다.

모이는거 좋아하고, 함께 놀러가는거 좋아합니다.

손자손녀들 할어버지 할머니 앞에서 노래 부르고 온가족이 같이 박수쳐주고

며느리들은 자자. 할아버지 뭐 해드려야지~ 할머니 뭐뭐 해드려야지~ 시키기 바쁩니다.

모여앉은 얼굴들보면 다들 우리는 한가족, 너무너무 행복한 가족입니다.

시부모님 얼굴들 보면, 암먼~ 가족이란 이런것이지.. 흐뭇하고 뿌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는 거실에까지 이부자리를 펴고 다함께 자고 또 일어나서 먹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내고, 먹고하는 와중에 가족의 정이 새록새록 생기는것이지요.



그런데

그 와중에 저만 미운오리새끼마냥 심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번 아버님 생신때 형님이 애들과 함께 케익을 구워오고 선물을 드리는데

형님, 형님 친정 부모님 생신이나 잘 챙겨주시죠?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더군요.

실제로 형님은 친정이 해남이라 일년에 두 번 정도 가시는것 외에는 못 가시거든요.

저는 생신상 앞에 앉아. 추석 다음날이 생신이라 늘 변변히 챙겨드리지 못한 친정 어머니를 생각했구요.

암튼 손자손녀들을 앉고 있는 부모님이 그렇게 탐욕스럽게 보일 수가 없더군요.

밥먹으라는 부모님 성화에 손사래를 쳐가며 이것만 가져갈께요~ 하며 부엌에서 머뭇거리는 며느리들.

마치 며느리 밥먹이기위해 차린 밥상인양 어여 밥먹으라고 다시 재촉하는 시어머니.

(에전에 그말 곧이듣고 냉큼 달려가 밥 먹었다가 시누한테 한소리 들었다죠??)

쇼를해라 쇼를... 얼마나 못나게 맘 속으로 이죽거렸는지 모릅니다.



본심은 없을지언정 그래도 이렇게 때마다 모시고 챙겨드리니

내 본심은 애틋할지언정 그만큼 못해드리는 친정부모님이 불쌍합니다.



어쩔땐 여자로 태어난거 억울하고

심술맞은 시어머니 한마디에 마음 아플때마다 남편이 그럽니다.

옛날 분들이니 이해해라. 앞으로 사신다면 얼마나 사신다고...

그래도 바락바락 대들라치면 한마디 하죠, 우리나라 여자 대부분 다 그러고 살어!!!

기가막혀서 아무말 못하고 앉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억울하고 또 억울합니다.

주변 친구들 중 확실히 시댁에 할 말 다하고 사는 친구들은 스트레스가 없더군요.

추석을 기점으로 저희 시댁은 이제 본격적인 행사 시작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생신, 시누와 아주버님, 조카들 생일 김장에 설... 답답합니다


차라리 엽기 시댁이었음 좋겠습니다.

한바탕 뒤집고 나쁜 며느리되서 시댁 좀 그만 갔음 합니다.





IP : 222.117.xxx.232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후하하
    '08.9.23 12:35 PM (117.20.xxx.59)

    시부모님이 특별히 나쁜 분 같진 않고
    원글님이 자라신 집안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거북하게 느끼신거 같아요.

    근데 저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시어머니는..아휴..말도 다 못 해요! ㅋㅋㅋㅋㅋ

  • 2.
    '08.9.23 12:36 PM (221.149.xxx.232)

    가족가족 강조하는 집안이 있죠
    그런집안 잘 아는데 당신들 가족들만 챙기느라 정작 당신형제 자매는 만나지도 않는다는거...
    그래서 더더더더더더더 당신 아들 딸 손주만 챙겨서 며느리 사위가 몹시도 그거 맞춰주느라 피곤모드
    놀러갈래도 우리가족만 갈 수 없어 온가족이 행차 하셔야하고 집안에 가전제품 하나 하나 들여놓을적에도 시부모한테 검사받고 말해야 하고 사는 수준들도 비슷하게 맞춰야 하고 집안평수도 비슷해야하고 모이면 김치며 된장 고추장 간장 먹을거리얘기만 하고 일요일이든 토요일이든 모여서 밥먹고 치우고 또 돌아서면 밥먹고 치우고...개인시간 절대 없다라는거...
    화목이란게 어찌보면 일방적인것이고 한쪽은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라는걸 보고 배웠습니다.

  • 3. 동감
    '08.9.23 12:42 PM (211.52.xxx.254)

    자식들이 효도하는 집의 며느리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모든 자식, 며느리, 손주들이 그 효도를 위해 다 맞춰야하죠.
    특히 며느리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화목한 가정 연출을 위해서는 필수요소이고요.
    개인의 호,불호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죠.
    전 아내로써는 효심 가득한 남편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화목한 가족이 항상 나의 행복인 건 아니죠.

  • 4. ^^;
    '08.9.23 12:44 PM (221.139.xxx.141)

    저도 우리 시부모님 너무너무 좋으신 분인데 전 같이 살긴 싫어요... 너무 자식자식 그중에서도 아들아들 하는 스타일이셔서... 가끔 본인도 모르시게 며느리인 저에게 상처주는 말들을 하십니다... 제 아들도 제아들이 아니라 시어머니 아들 대신 키워주는 느낌 들게 하시구요... 엽기 시댁이 아니어도 나쁜며느리 나올 수 있는 거 같아요... 저도 저만 착해지면 되는데 쉽지 않습니다.

  • 5. 원글이
    '08.9.23 12:56 PM (222.117.xxx.232)

    제 아들도 제아들이 아니라 시어머니 아들 대신 키워주는 느낌... 동감입니다.
    사실 이 문제로 맘 고생이 심해서 시댁에 대한 불만이 더 쌓여가는 듯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진 없구요. 고모는 있어도 이모란 없는 듯.
    차라리 병원에서 아이를 갓 나았을때 ***(내이름)아기로 불리웠을때가 정말 행복했네요.
    힘든 산바라지는 친정 몫.
    아이는 때마다 조공이나 세금처럼 꼬박꼬박 안겨드리고 보여드려야 합니다.
    옛날 어르신들이 그래야 좋아하시니까요.

  • 6. 전통적
    '08.9.23 1:11 PM (203.244.xxx.254)

    사고방식에 의해선 며느리는 친정을 떠나 시댁으로 들어가는것이니...
    하지만 지금은 21세기고.. 딸은 출가외인이 아니거든요.
    어르신들은 이런 지금의 며느리들을 이해못하시겠죠..
    컬쳐쇼크인지.. 문제는 원글님 집안을 부러워 하는 시어머님들 & 남편들이 너무 많다는거죠
    반란은 며느리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니 요즘 여자들 어쩌고 하는말이 나오는가 봅니다.
    저도..
    그래서 못되고 되바라진 며느리 되었지요
    시아버지 시동생은 절때 외동딸하고 장가 못가게 하겠다고(저 외동딸.. 저만 아는 극이기주의로 낙인)

  • 7. ....
    '08.9.23 1:47 PM (211.210.xxx.30)

    충분히 공감가는 글이에요.
    막상 들어가 앉으면 같이 박수치고 놀고 하지만
    뒤돌아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 싫은 집이 바로 시댁이죠.
    에휴... 다른 형제들이 모두 천사표라면 제일 먼저 터트린쪽이 돌맞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모르긴 몰라도 며느리끼리 모여 이야기 하면 다들 속사정 한마디씩 할거에요.

  • 8. ㅎㅎㅎ
    '08.9.23 2:37 PM (222.109.xxx.35)

    이글 읽는 분들 중에 동감 하시는 분 많을것 같아요.
    대부분의 며느리들 마음 이예요. 시댁에 장단 맞추고 살지요.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요.

  • 9. 100배 공감
    '08.9.23 2:39 PM (210.90.xxx.2)

    너무나 똑같아요.
    며느리도 시어른들을 기쁘게 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소품에 불과.
    이 며느리가 아니면 다른 며느리도 좋고...^^
    원글님 심정 백배 공감.

  • 10. ...
    '08.9.23 3:13 PM (121.152.xxx.191)

    kbs 저녁드라마 - 특히 온가족이 갑자기 화해하고 웃는 마지막편 - 가 연상되네요.
    저희 친정도 그런 분위기여서 저도 공감이 갑니다.
    아버지는 꽤 민주적인 분이고 격식도 안따지는데
    오직 어머니 한분(70대 후반)의 고루한 취향과 사고방식에 맞춰 모든가족이 쇼를 해야합니다.

    저희 형제들, 원래 서로 위해주고 사이 좋거든요.
    근데 여기에 친정엄마가 들어오면 정말 원글님 말씀하신 그런 풍경이...화목하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참 불편해요.
    게다가 저희 어머니는 자식들 생각과 너무 다른 방향을 원하는데다, 그 요구가 너무 일관성 없이 이랬다 저랬다...해서 자식들은 매번 <이번에 엄마 심기가 어떤지, 원하는 게 뭔지> 신경써야 하고 거기에 맞춰서 '알아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되고.. 하여간 저도 숨막혀요.

    형제들끼리나 아버지를 모신 자리에선 '편하게 잘 놀다왔다'는 기분이 드는데
    거기에 엄마가 들어가면 '연기하고 왔다' 는 생각에 몸도 정신도 너무 피곤해집니다.

  • 11. ....
    '08.9.23 3:29 PM (61.66.xxx.98)

    저도 읽으면서 가족드라마가 떠올랐어요.
    특히 ㄱ ㅅ ㅎ 표...
    시부모 아들 며느리들 모여서 하하호호 하는거 보면
    묘한 뒤틀림이 느껴지곤 했지요.
    요샌 한국 드라마 안봐서 어떨지 모르지만...
    원글님의 불편한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 12. ...
    '08.9.23 5:21 PM (121.131.xxx.251)

    왜..김수현 드라마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은데요
    아마 김나운이 원글님같은 심정 아닐까요?

  • 13. 나도..
    '08.9.23 5:57 PM (210.109.xxx.0)

    위의 몇몇 댓글에 너무 공감해서...
    저희 시댁도 일명 "비둘기 가족"입니다.
    전 매주 비둘기인척 하느라 너무 힘들어요 ^^:;
    금주 주말의 행사들이 벌써부터 버겁습니다...

  • 14. 소정아
    '08.9.23 6:36 PM (124.56.xxx.81)

    저희 시댁도 그래요. 나쁜 분들은 아니신데, 옛날 사람이라 말이 안통하는.
    뭔가 딱히 저를 막~ 괴롭히거나 못되게 구시는 건 아닌데,
    사위는 어렵고 며느리는 가벼이 여기시는 마음 씀씀이,
    자기 가족들 모여 밥 먹고 노는데, 난 친정 부모님 생각나고 이방인 같은 것.
    내... 딱 제 심정이에요.
    정말 한번 뒤집어버리고 싶은데, 특별한 계기도 없고 그냥 눈한번 꾹 감으면 될 소소한 것들이라..
    아.. 이 땅의 며느리들이여~ 일어나라~ 외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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