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버지와 나

꼭미남 조회수 : 722
작성일 : 2008-08-09 02:16:33
http://mediafile.paran.com/MEDIA_11250655/BLOG/200707/1184203204_신해철-... 나.mp3


오늘 올림픽 개막식을 차에서 중간 중간 보다가 88서울 올림픽 당시, 저의 손을 꼭 잡고 개막식장을 향하시던..

18년 전 흙과 한 몸이 되신 아버지가 생각이나 올려봅니다. 참 서글픈 곡이지요.....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IP : 211.176.xxx.9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꼭미남
    '08.8.9 2:16 AM (211.176.xxx.97)

    http://mediafile.paran.com/MEDIA_11250655/BLOG/200707/1184203204_신해철-... 나.mp3

  • 2. 꼭미남
    '08.8.9 2:17 AM (211.176.xxx.97)

    재생 안 되는 분들은 복사한 후 주소창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 3. 비단
    '08.8.9 8:01 AM (211.210.xxx.41)

    저도 좋아하는 곡이에요.
    신해철의 곡은 가사가 의미심장하지요.
    그나저나 개미약은 언제쯤 또 살 수 있어요?
    꼭미남님 개미약 너무 좋아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3033 펌)민폐명박? 11 2008/08/09 707
223032 옥수수 벌레 옥수수 2008/08/09 298
223031 [급질] 발리 풀빌라 여행관련 5 마쿠즈 2008/08/09 605
223030 장사하시는분들~ 가계부 어떻게 쓰세용..ㅡ.ㅡㅋ 1 보광애미 2008/08/09 266
223029 [급질]침대위에 놓을 만한 자리 추천 좀 부탁드려요. 2 두아이맘 2008/08/09 254
223028 방영된 VJ특공대 3 7월 25일.. 2008/08/09 895
223027 더워서 그런지 짜증이 나요. 9 짜증만땅 2008/08/09 767
223026 조선찌라시 칭찬해주기 16 일찍일어난기.. 2008/08/09 347
223025 부동산 관련해서 질문드립니다.지금 저희 상황에 집을 팔고 전세로 가는게 옳은건지.. 9 조중동폐간 2008/08/09 895
223024 음란물 홍보 사이트 올리는 사람들은 해외아이피던데... 2008/08/09 165
223023 잃을 게 없는 mb정부, '무한질주' 페달 5 퇴진 2008/08/09 483
223022 왜이리 출장이 많은거여 나쁜회사 2008/08/09 249
223021 한의사님들에게 묻습니다. 69 여울마루 2008/08/09 4,040
223020 오세훈 소환과 이명박 탄핵 10 많이보고듣고.. 2008/08/09 527
223019 현실에 또 분노가 10 보나맘 2008/08/09 643
223018 장터사진올리기 2 장터 2008/08/09 359
223017 "야당은 의원직 총사퇴의 배수진을 쳐라" 5 제대로해 2008/08/09 258
223016 쭈꾸미철은 언제인가요?~ 3 ss 2008/08/09 2,828
223015 귀국한 아이 언어 영역 대비 3 맘만 바쁜 .. 2008/08/09 589
223014 광우병. 대통령의 결정 하나하나가 일상을 뒤흔들어놓네요 9 봉팔엄마 2008/08/09 518
223013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울던 여자...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14 인생이 2008/08/09 4,329
223012 얼마전부터 1 궁금이 2008/08/09 320
223011 힘내라 촛불아~ 지역촛불이 번지고있다!!!! 7 콘도르 2008/08/09 482
223010 낯에내연녀가 만나자고한 글쓴 5 사람인데요 2008/08/09 3,359
223009 남편 문자를 봤다가.. 16 문자 2008/08/09 4,387
223008 동탄 촛불후기-아고라 4 개막식 2008/08/09 265
223007 아고라에서 kbs 다녀온 분 후기 8 분노 2008/08/09 368
223006 일요일날 워터파크 가려고 하는데요.. 워터파크궁금.. 2008/08/09 240
223005 아버지와 나 3 꼭미남 2008/08/09 722
223004 눈물나게 슬픈영화 추천해주세요 16 나난 2008/08/09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