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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아, 전대협! 87년 충남대를 기억하며

... 조회수 : 408
작성일 : 2008-07-20 14:43:17
아고라에서 퍼왔습니다. ㅠㅠ

................................................................................................................................................................


전대협, 나의 동지들에게.

87년 7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던 우리의 눈물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멈추지 않는다.



6월 항쟁, 절반의 성공을 거둔 87년 여름.

그리고 우리들이 한반도 남쪽의 중심, 충남대에 모였던 그 날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영남에서, 호남에서, 서울에서 강원도에서

그 뜨거웠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고 또 걸어, 충남대 대운동장에 감격스럽게 만났던 그 날을 기억하는가.

그 날 우리는 "빰빰빠 빰빠바 빠바빰바바 ~"라는 신세계 교향곡의 주제음악을

입으로 연주하며 전국에서 모인 서로를 격려했다.

5월과 6월 내내, 최루탄과 지랄탄으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싸웠던

우리들을 서로 보듬고 안았다.



전농(전국농민연합)의 우뢰와 같은 협조와 지지를 받으며

마을회관에서, 한데에서 잠을 자며 일주일을 꼬박 걸어 우리는 모였다.

조국의 산하를 한발 한발 밟으며, 눈물같은 땀을 흘리며

걷고 또 걸어, 한밭 충남대에 다 같이 모였었지.



아, 그 때 마중나온 충남대 동지들의 감격에 찬 표정을 잊지 못한다.

일주일을 걸어온 우리들을 부등켜 안으며 우리들의 배낭을 몇 개나 메고 받아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도 지치지 않았었다.

조국의 곳곳에서 싸웠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 장관을 보면서

피곤은 이미 우리의 장애가 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모인 동지들을 보며 감격해서 울고 기뻐서 웃고

우리는 웃고 울고 또 웃고 울었다.



전대협 동지들아, 그대들도 기억하는가.

뜨거운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충남대 대운동장에 앉아

전대협의 깃발이 올라가던 그 첫날을.

그 날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그러나...

그대들 처럼, 나도, 그리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20년도 더 지난 오늘에 전대협의 깃발이 다시 광화문에서 종로에서 휘날릴줄 말이다.

그대들 처럼 나도 많이 슬프다.

이젠 똥배가 나오고 머리는 반백이 되거나 또는 벗겨져 버린 중년의 우리가

다시 운동화끈을 졸라매고 시위의 선봉에 서게 될 줄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 후배들을 욕하거나 원망하지 말자.

우리가 사과탄 파편에 얼굴이 수십군데도 더 찢겨진 동지들을 보며 가슴을 치던

그 순간에도 도서관에서 취직공부를 하거나, 시원한 다방에서 놀고 있던 친구들은

그 때도 있었잖아.

지금 대학생들도 먹고사는 취직이 우선이고,

이성친구가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그들 몫의 삶을 살게 놓아두자.



이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하자.

그냥, 이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이 시대에 태어난 우리가 그냥 묵묵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하자.

87년 그 날에 우리가 눈물로 뛰어다니며 열었던 이 길들을

오늘에 우리가 다시 열고 있다고 그렇게 믿자.



동지들아, 나는 너희들이 참 좋다. 고맙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이렇게 꿋꿋하게 버티어준 너희들이 너무 든든하다.

그 때 전대협의 얼굴이었던 총학생회장들이 모두 변절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했었다.

하지만 역시 그 때나 지금이나,

전대협의 깃발을 지키는 동지들은 우리 처럼 이름없는

묵묵히 꽃병을 나르고 파이를 들고 백골단과 싸우던,

바로 우리다.

우리가 바로 역사의 주인공이다.

고맙다, 든든하다, 사랑한다. 내 동지들아.

눈물이 나는구나...  

  
IP : 116.126.xxx.1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7.20 2:43 PM (116.126.xxx.125)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commentList?cPageIndex=4&bbsI...

  • 2. 에고..
    '08.7.20 3:02 PM (58.226.xxx.119)

    저도 안쓰러워 눈물이 납니다..ㅠㅠ

  • 3. 감동
    '08.7.20 4:20 PM (116.36.xxx.16)

    어제는 다른 때와 달리 전술적이고, 치밀한 행진도 있었고, 더 단결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대엽이 앞에 있어서 더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누구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 생각해서 나온 분들 모두 손에 피 나도록 박수쳐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즐겁게 행진했습니다. 다음에는 우리82님들 많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4. 정말
    '08.7.20 5:48 PM (220.94.xxx.231)

    아~~~ 눈물나네요~~

    세상은 그냥 살아지는게 아닌걸 깨닫는 요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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