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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촛불집회에 관한 우석훈님의글!! 필독요망

민주주의 만세~~ 조회수 : 400
작성일 : 2008-06-30 14:48:37
펌) 원봉,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 (우석훈)

대책위가 사라졌고, 마이크도 뺏어갔다.

주말을 경계로 청와대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역시 아마추어티가 엄청 난다.

이번 촛불 문화제의 3대 특징은, 대책위가 없으면, 대형 앰프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또 아고라와 같은 게시판 몇 개 막는다고 종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

대책위가 없으면, 정말로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직접 많은 것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허게 되면 '민회' 형식이 되는데, 이 일종의 임시 의사결정체계가 자발적으로 구성되면, 이제 정말로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된다. 그걸 청와대가 만들어주었다.

대책위는 시민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서 사실 권한의 위임 관계가 아니고, 소위 로지스틱스(logistics)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의사결정체는, 그야말로 민회이다. 이렇게 결성된 지도부는, 정말로 무서운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꽃인 '민회', 그것이 정말로 등장하게 된 셈이다.

두번째 특징인, 앰프가 사라지면 통일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의사가 작은 단위로 만들어져서, 분화와 진화가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기부터 차라리 이 앰프를 치우고, 어수선해도 시민들이 작은 목소리라도 자발적으로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는데, 90년대 시민운동 방식에 익숙한 단체지도자들이 앰프를 치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걸 청와대가 방송차를 견인하면서 치워버렸다.

아고라가, 정말 아고라가 되어버렸다. 거리의 아고라, 그것이 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화려했던 시절, 아테네가 만든 장치이다. 이 아고라는 효율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휩슬림 현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청와대의 골방의 아마추어 몇 명이 내리는 결정보다는 훨씬 신속하고도 효율적이다.

이 두 가지 장치로 인하여, 10만 규모의 촛불이, 더욱 강력하고, 신속하고, 광범위해지게 되었다.

청와대 아마추어들에게는 차라리 사람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편이 나았고, 대책위의 지시를 따르고, 대형 앰프에 이끌리는 편이 나았다.

교과서 안에 있는, 페르시아의 대군을 이겨낸바로 그 아고라의 직접 민주주의의 최상위에 있는 조직들이 광화문에서 종로까지에 펼쳐지는, 이 역사적인 상황은, 역설적으로 청와대의 아마추어들 덕분에 생긴 셈이다.

50일이 넘도록 경찰들은, 비교적 효율적으로 촛불들을 막아왔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이 아마추어티 팍팍 내면서, 다 잡아, 그리고 원천봉쇄, 연이틀 두 개의 삽질을 했다.

촛불들이 말하지 않던가? 명박, 너는 아무 것도 하지마. 그 말은 진실이다. 그새를 못참고, 프로들인 경찰 대신 청와대가 직접 몇 가지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원천봉쇄 덕분에 2008년 촛불이 다음 스테이지로 진화하게 되었다.

80년 광주와, 08년 서울의 상황은 아주 많이 다르다. 광주사태로 전또깡은 정권을 열었지만, 서울 한 가운데에서 그런 것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 아마추어들, 하여간 공부는 하고 볼 일이다.

서울 시민이 천 만이고, 그 중에 명박 지지하는 사람은 3% 밖에 안된다. 간단한 시스템 계산만으로도, 이 도시는 다른 도시의 지원이 없이 고립되어도 자체적으로 200~300만의 대오를 금방 만들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 촛불집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연인원으로 200만 정도 된다는 사실, 그리고 확률적으로 모든 가정에서 한 명 이상의 촛불이 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인 분석인데, 이걸 힘으로 밀어붙인다? 불가능하다.

7월의 첫 주, 한국 역사는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중인 것 같다.

훗날, 역사는 08년 6.29를, 한국이 선진국이 된 첫 날로 기록하지 않을까?

2008년 서울, 집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성격이 도시가 아니고, 한국도 그런 나라가 아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집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나라는 없고, 한국은 OECD 국가가 된지 10년 째이다.

청와대, 유학을 갔다오고, 교수를 하면 뭘 하느냐. 70년대 문명을 간직한 유신시대 화석들 속에서 30년을 살아왔으니, 골동품 의식을 가진 아마추어가 되어버렸는데.

하여간 촛불, 드디어 집단지성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상태로 다시 한 스테이지 진화한다.

이걸 보면서 가슴이 설래인다.

이렇게 협박과 폭력으로 통치되기를 거부하는 국민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http://retired.tistory.com/ 출처
IP : 119.149.xxx.13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석훈
    '08.6.30 2:55 PM (203.229.xxx.188)

    며칠전에 백분토론회에 나와서 감동을 주셨던 곽동수씨가 CBS 싱싱.경제에 초청을 하셔서
    거기나온 프로필을 잠깐 소개합니다...
    ===============================================================================
    우석훈 서울에서 태어나연세대경제학과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인생의 1/4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등의 외국에서 지냈고, UN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생활에서 은퇴했다. 『한겨레』에 경제칼럼를 연재하던 시절을 행복했던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며, 고액연봉 대신 ‘가난한 자유’를 선택하고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88만 원 세대』의 저자이며, 이한동 총리 시절 만들었던 「한국 기후변화 협약 2차 종합대책」이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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