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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오월대와 녹두대..처음 알았어요-_-;;

w 조회수 : 1,799
작성일 : 2008-06-29 21:43:18
참고로, 본좌도 들은 이야기여... 틀린 거 있음 댓글 달라구~

시청광장에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 깃발 뜬거 봤지?

느그들... '전대협/오월대/녹두대'가 뭔지 아나? 아는 사람은 그냥 패스하쇼~



전대협은 쉽게 말허자면, 전국의 모든 대학교 학생회장단들의 모임이여...



80년대 후~90년대 초까지 대학생들은 '전대협' 이름아래 하나였다구~

전두환이 노태우가 대통령할때 대학생들이 공부가 잘 되었겠어? 매일같이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날 일들이었다구... 지금 명박이가 하는 짓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구...걸핏하면 시민들 잡아다가 남산으로 끌고가서 치도곤을 쳐대니까 그나마 겁대가리 없는 우리 대학생 형들이 젤 앞에서 매일같이 싸울수 밖에 없었다구...



그땐 데모할때 '촛불'같은 건 없었어.

뭐... 거의 90%의 학생들은 그냥 맨손으로 나갔어. 생각해봐... 여학생들이 쇠파이프 휘두르는 건 좀 이상하쟎어? 남학생들도 보통 깡다구가 아니면 전경애들하고 맞짱뜨기가 쉽지가 않았어...그때는 전경한테 잡히면 작살나는게 문제가 아니라 까닥 잘못하면 빨간줄이었단 말이여...



그런데도, 우리 형님들... 지금은 다들 애기아빠가 된 형님들인데... 그 형님들 중에 몇몇은 쇠파이프(파이..라고 불렀어)/화염병(꽃병...이라고 불렀어) 을 들고 제일 앞에 서서 수백~수천명의 자기학교 학생들을 보호하면서 전경애들하고 데모할때마다 맞짱을 떴단 말이지... 보통은 다들 쇠파이프를 들고 나가고 어느 순간 뒤에서 '찔러 넣어준' 꽃병을 휘리릭~ 날려준단 말이여... 과격하다구? 웃기지말어... 내가 말했지? 전두환이 노태우 때 였다구... 시민한테 총 쏜놈들한테 꽃병이 뭐가 과격해... 앙?



하여간에 학교마다 그렇게 소위 '쇠파이프 들고 싸우는' 형님들끼리 본진의 학생들을 사수하기 위해 만든 '사수대'들이 있었어... 사수대의 싸움실력도 천차만별이라구... 보통은 학교크기순서대로 싸움을 잘하다고 생각하면 되... 당연한거 아니겠어? 학생수가 많으면 지켜야 할 시위대 규모도 크고 그런 학교일수록 '사수대' 숫자도 많으니까... 대략 전국적으로 잘 싸운다고 소문난 학교들이 몇개 있는데, 서울은 보통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이 세 학교의 사수대가 서울집회때마다 젤 앞에 서는 경우가 많았어. 세 학교 모두 80년대만 해도 학교안에서 '여학생' 찾기 힘들 정도로 남자들이 득실득실한 학교였쟎어... 그런데, 이 학교들의 사수대도 한수 아니라 세수쯤 접어줘야 하는 사수대가 있었다고... 그게 바로 '오월대'여... 오월대란 학교가 어디 있냐구? 학교 이름이 아니라 전남대학교의 사수대 이름이 바로 '오월대'란 말이여... 쌈실력으로 하면 최고여...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녹두대'여... 전남대에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조선대학교의 사수대가 바로 '녹두대'였다... 이말이지...



그때도 지금 같아서 서울에서 크게 한판 붙어야 할때는 지방에서 다들 올라왔는데, 그런 전국규모 시위에서 가장 '위급할 때'면 늘 오월대/녹두대가 앞장을 섰다고...



촛불집회 하면서 강달프/칼라티비/엠비쒸/오마이... 옆에 지나가면 박수치지? 그때는 '오월대'와 '녹두대'가 옆으로 지나가면 '박수'도 치지만 '안심'을 했다고... 아, 오월대랑 녹두대가 있구나...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거지....



좀 길어졌지? 그래도 에피소드 하나는 말해줘야겠어... 녹두대와 오월대가 얼마나 위대한 사수대였는지 말이여.. 때는 바야흐로... 19년전이여... 그러니까... 89년도란 말이지... 그것도 바로 89년 6월 29일부터 7월 1일일까지의 2박3일이여... 아주 정확하게 19년전일이네?



뭐... 무지하게 긴 이야기지만, 짧게할게... 89년 6월 29일에 한양대로 전국의 대학생들이 다 모이기로 했는데 당연히 노태우는 못 모이게 하고 싶어서 한양대를 완전히 봉쇄를 해버린거여... 그나마 일찍 학교로 들어간 학생들도 있었지만 못 들어간 학생들도 엄청나게 많았다구... 근데, 그때 우리 형아/누나들은 지금하고는 틀려서 못 넘게 해도 어떻게든 뚫어내야 직성이 풀렸단 말이지? 그래서... 위에서 '지령'(그때는 다들 "택"이라고 그랬어)을 내렸어... 아, 그땐 핸드폰 아니라 삐삐도 없던 때야… 어느 학교는 몇시에 지하철 2호선 무슨역으로, 어느학교는 또 무슨 역으로 가서, 몇시에 들어오는 지하철을 무조건 타라!!! 그래서 우리 형아 누나들이 시키는대로 했다나봐... 지하철 열 칸이 다 대학생들로 가득차서... 짐칸에도 사람들이 올라가야 할 정도였대...



형 누나들을 태운 지하철이 한양대 역으로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올때쯤... 드디어 '오월대'와 '녹두대'가 한양대 안에 짱박혀 있다가 슬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 쇠파이프를 들고말이여... 그리고 X나게 내려치기 시작한거여... 전경들 깜~짝 놀래서 그때부터 한양대 정문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한거지... 여기저기 흩어졌던 전경들을 죄다 정문으로 모았을때쯤...



지하철은 뚝섬역으로 도착해... 그리고... 몇몇 학생들이 지하철을 막아 서고... 지하철 안에 있던 엄청난 숫자의 학생들이 나와서 뚝섬역에서 한양대역까지 철길을 '냅다' 뛰기 시작한것이여... 오월대와 녹두대가 선봉에 서서 정문에서 전경이랑 '한판' 제대로 붙으면서 경찰애들 시선 붙잡아두고는 일반 학우들이 무사히 철길을 뛰어 사다리를 타고 한양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거지... 대단하지 않어? 아, 글 쓰면서... 닭살이 일어 난다....



그리고 그날 밤, 임종석 전대협 3기 의장이 3만여 학생을 앞에두고 엄청난 발표를 해버려... '한국외대 임수경'이란 여대생이 평양으로 들어갔다!!!



그때 평양에서는 '평양 학생 축전'이라고 해서 평양으로 전세계의 (주로) 공산권 국가의 대학생대표들이 모여서 회의도하고 뭐 그런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임수경 학생을 일본으로 독일로 해서 결국 평양으로 들여보내버린 것이었어...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구...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을때였거든... 그리고 그 엄청난 사실을 '한양대'에서 임종석 전대협 의장이 발표를 덜커덕 해버린 것이었어... 그 발표를 듣고 한양대에 모여있던 학우들도 놀랬지만 노태우도 놀래자빠져서 무조건 임종석이랑 전대협 지도부를 잡아들이라고 하지...



자, 한양대에 진입할때는 뚝섬역에서 냅다 뛰어서 들어가긴 했는데... 나올때는 어떻게 나올수 있을까? 뭐 명박산선을 어떻게 넘을까...고민하는 우리랑 그때 우리 형/누나들이랑 처지는 비슷한거 같다. 그지? 아무튼... 학교 밖으로 나오기는 나와야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은거여... 쇠파이프 휘두르면서 나올 수 밖에 없는데, 누가 앞에 설 것이냐? 얼마나 잘 싸워야 학생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학교밖으로 무사히 다 빠져나올 것이냐... 고민들어가는거지...



드디어... 나와야 하는 때가 되었어... 도저히 더 버틸 수 없어서 나오기로 했을때... 제일 선봉에 선 사람들이 누구냐... 바로 녹두대와 오월대야... 쇠파이프 단단히 붙들어 매고 녹두대와 오월대, 오월대와 녹두대가 선봉에 서서 길을 열기 시작한거야... 길을 연다고 싸움만 한게 아니라... 그 한가운데 전대협 3기 지도부를 호위하면서 싸움을 한것이란 말이지... 조선대/전남대 재학생들은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대단하지 않어?



결과?



허접했으면 어디 아까 '뚝섬대첩(혹은 한양대대첩 이라고도 많이 불렀어)'이라고 했겠어? 당연히 이겼지... 그때 한양대 앞에 깔렸던 전경의 숫자는 지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 않았을 거야... 뭐..숫자가 뭐가 중요해... 그때는 아예 대놓고 학생들 두들겨패고 최루탄/지랄탄 쏴대던 시대였쟎어...



아, 너무 길게 썼다...



아무튼... 전대협/오월대/녹두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건... '애기 아빠'들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는거야... 두달 동안 촛불 보면서... 나이 마흔 살 가까이 된 사람들이... 많이 울었어... 난 알아... 그 사람들 마음을... 저 촛불을 같이 들고 싶은데, 아니 촛불 아닌 화염병이라도 들고 싶은데 속물이 될대로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싫었고, 아직도 그 순수와 열정이 가슴속에 살아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었고, 그 파~랗던 시절이 그리워서 촛불을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려왔다는 걸 알아...



오늘은 2008년 6월 28일이야...

명박이하고 제대로 한판 승부를 하는 날이지...

난...

그때 그 형/누나들이 지금도 참 자랑스럽고,

그때 그 형/누나들보다 지금 물대포를 맞으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매일같이 촛불을 들어주는 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워...



우리는...

꼭 이길거야...

난 믿어.

왜냐면 말이지...

우리는 지는 싸움은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두달동안 이미 우리는 승리해왔으니까.....



그냥...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 깃발을 보고 길게 적어봤어... 쇠파이프 들란 소리로 절대 듣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냥… 전대협이 뭔지, 오월대는 뭔지, 녹두대는 뭔지, 그때 이십년전 우리 형, 누나들은 어떻게 데모 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적어본거야. 정말이야.



혹시 오늘 거리에서 전대협 깃발 아래 팔뚝질 하는 형/누나들을 보면... 아, 저 형/누나들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저 사람들이 우리가 지금 마셨어야 할지도 모를 최루탄 가쓰를 다 마셔주어서 우린 물대포로 끝나나보다~ 하는 생각을 쫌만 해줬으면 해...



아무튼, 모두들 너무 고맙고 사랑해~~~

자, 이제 쥐 잡으러 가자!!!
IP : 125.186.xxx.13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쿠쿠리
    '08.6.29 9:57 PM (125.184.xxx.192)

    와...

  • 2. 그때 그 감동...
    '08.6.29 10:03 PM (58.120.xxx.3)

    88학번인 이제 나이 40이 된 아줌마가 구국의 강철대오란 깃발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는지...
    구국의 강철대오! 전! 대! 협! 일어섰다. 우리 청년 학생들...
    다 기억나시나요?

    지금 쓰신 얘기 다 맞구요... 그때 그 철길을 따라 냅다 뛴 남학생 중 한명이 지금 제 남편입니다.
    ㅎㅎ
    그때 원천봉쇄란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아까 뉴스보다가 원천봉쇄란 말을 들어도 낯설지 않더군요... 조용히 살려고 하는데 이 세상이 그렇게 놔두지 않네요... 낼 나가야겠어요...

  • 3. 마딛구나
    '08.6.29 10:05 PM (220.79.xxx.25)

    요즘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웁니다..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희생하고 피를 흘렸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었음을 깨닫습니다..고맙습니다..그리고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습니다.

  • 4. w
    '08.6.29 10:07 PM (125.186.xxx.132)

    http://board.wassada.com/iboard.asp?code=free_pds&mode=view&num=96557
    사진 ㅋㅋ 좀 통쾌하네요-_-;;

  • 5. w
    '08.6.29 10:09 PM (125.186.xxx.132)

    -------------------------------------------------------------------------------------------



    어느 분이 남총련 전투조들은 공포에 의해서 더 자기방어적인 물리력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공포에 의해서가 아니라 5.18에 대한 분노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서였습니다. 공포로 추동되는 폭력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울러, 신념이 없는 물리력은
    금새 방향성을 잃고 제풀에 쓰러집니다. 하지만 분노와 신념을 바탕으로 한 행동은 더 강합니다.

    제가 직접 겪은 바를 근거로 또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를 근거로 저는 남총련이 과격하고 무식한 집단이
    아니라 분노의 신념에 찬 집단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좌빨이네
    주사파네 뭐네 욕을 하더라도요. 마치 지금 촛불집회에 나오는 유모차부대가 북한의 지령에 홀려서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님과 같습니다.

    일화 1

    89년, 임종석 전 국회의원이 전대협 의장으로 있던 시절. 여학우들이 임종석 의장 나오는 포스터를 찢어서
    집에 가져가 붙일 정도로 당시 '얼짱'이었던 임의장의 인기는 높았었지요.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축전에
    즈음하여 서울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주관하였습니다. 한양대에서 행사 중, 임수경 학우가 평양에 도착했다,
    는 소식을 전했을때 집회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진압부대는 한양대에 총 공세를
    강행하여 수천명의 학우가 한양대 건물 안에 갇힙니다. 이른바 89년 평축 임수경 북파 사건(?) 이지요.

    한양대는 원래 처음부터 완벽히 봉쇄되었습니다. 결국 집회참가자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한양대에
    진입을 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닥 뚝섬역에 내린 후 철로를 따라 한양대역 근처에 와서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타고 한양대에 진입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아래 링크된 사이트에 보이는 철길장면이 바로 그 유명한 환상의 진입작전 모습입니다.

    http://club.cyworld.com/club/main/club_main.asp?club_id=52031694

    이때도 남대협의 학우들은 전경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왕십리와 한양대 입구쪽에서 가혹한 가투를
    벌입니다. 어렵사리 진입한 한양대였지만 언제 경찰병력이 진입을 할 지 모르는 상황. 전경병력 절대다수가
    배치된 정문쪽은 녹두대와 오월대의 남대협과 전북학협(전북지역 학생조직)이 맡고 있었고 끝까지 잘 버티고
    있었는데, 결국 서총련과 경인총련이었나 ? 암튼 서울쪽 사수대가 맡고 있던 한양대 병원쪽이 뚫리고
    학내에 전경들이 밀물처럼 쳐들어 왔습니다.

    각 지구에서 방어하던 학우들도 혼비백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인근의 가까운 건물들로 대피했습니다.
    정문쪽을 막던 남대협도 눈물을 머금고 지도부를 호위하며 한양대 인문관으로 퇴각, 농성을 시작합니다.

    다른 건물로 산재한 학우들은 경찰의 검색에 의해 많은 이들이 연행이 되었습니다. 훗날의 후일담으로
    어느 건물로 퇴각한 시위대 몇 명은 꼬박 이틀동안 숨어있었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물로 버텼다고도 하죠.
    혹시라도 일어서서 창문에 그림자가 비칠까봐 똥오줌도 누워서 해결을 봤을 정도랍니다. 그 이틀동안
    한양대 인문관은 섬이었습니다. 김원중이라는 가수가 5.18 광주를 섬처럼 느껴져서 부른 노래 '바위섬'처럼
    한양대 인문관에 모든 이들이 고립되었습니다.

    경찰이 철통같이 한양대 인문관을 포위 해버리고 만 상태에서 그대로 고사되어 제2의 건대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시점.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대협 지도부는 정면돌파를 시도합니다. 한양대 인문관은
    삼면이 절벽같은 산만디(^^;)로 되어있는 건물이어서 들고 나는 건 모두 현관쪽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때 남대협(후에 남총련으로 확대재편되는 전남지역 대학생 대표자협의회)의 학우들이 선봉에 서서
    수천명의 경찰이 진을 친 삼엄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합니다. 이 작전을 위해 인문관 옥상에는 수십명의
    학우들이 깃발을 걸고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경찰들에게 정면돌파의
    낌새를 눈치 못채게 하기 위해서지요. 당황한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시위대를 돌파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도부를 중심에 두고 남대협 학우들이 둘러싼채로 정면돌파한 후 우회로를 통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이미 학내외 주변에 수만명의 경찰병력이 포진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인근 가옥의 돌담과 지붕을 넘어
    퇴로를 확보합니다. 또 이들을 쫓기 위해 백골단과 체포조들이 따라다니르라 수많은 가정집들의 옥상과
    기와가 거의 초토화될 지경이었다고 하지요.

    일각에서는 경찰이 일부러 봐줬다는 썰이 있으나 당시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봐준 것 같지는 않고요,
    아무튼 오월대와 녹두대를 주축으로 한 남대협은 용자 중의 용자였습니다.

    일화 2

    90년 광주 전남대에서 전대협 출범식이 열립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폐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칩니다.
    이때 대구,부산, 대전, 서울 등 각 지의 전경들도 차출되어 광주에 집결합니다. 온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집니다.

    저는 봉쇄된 전남대에 들어가기 위해 여학우와 함께 정장을 입고 갔습니다. 부부처럼 보이고 싶어서였지요.
    광주공영터미널에서부터 대학생으로 보이면 무조건 검문검색을 해서 다른 지역 학생이면 닥치고 닭장차에
    연행하고 저 멀리 순창같은 허허벌판 논두렁에 내다버리고 오곤 했었거든요. 여차저차해서 전남대에 들어간
    다음에 교문을 뚫고 나와서 시내에서 가투를 벌입니다. 광주쪽은 전경이나 백골단들도 상상초월입니다.

    본대에 있다가 진압이 들어와서 대오가 흐트러져서 어떻게하다보니 백골단 뒤쪽근처로 오게 되었습니다.
    황당~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이쪽 백골단으로 화염병이 날아오며 전투가 붙었
    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백골단 한 명은 화염병을 방패로 막는데 병이 깨지면서 머리 뒤쪽으로 불길이
    옮겼죠. 동시에 소화기 꺼내서 치치칙 뿌리더니 태연히 불 다끄고 욕 허벌나게 뱉어내더니 또 다시 전방으로
    나가서 진압하더군요. 독한 놈들... 그런 애들하고 남대협하고 붙는 싸움은 정말 전쟁같았습니다.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벌이는 집회와 진압이 아니라 마치 원수나라의 군인들이 벌이는 싸움.

    남대협 전투조와 싸워본 적이 없던 타 지역의 전경들은 곳곳에서 무장해제를 당합니다. 이때 진압에 참가한
    제 친구--대전 전경이었지요--는, 다른 지역은 지랄탄 쏘고 sy-44탄 날리고 연기 자욱한 상태에서 소리 지르며
    달려가면 애들이 멀찌감치 물러서 다 도망가곤 하는데, 남대협 애들한테 똑같이 그렇게 해서 연기속에
    막 달려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대협 애들하고 막 뒤섞여서 싸우고 있더랍니다. ^^;

    일화 3

    범민족대회가 연세대에서 열렸는데 집회장소가 원천봉쇄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연세대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골목 어귀에 범대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 수십명 되었습니다. 골목 저 앞 쪽에는
    전경 수백명이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때는 뭐 당연히 핸폰같은 건 없고 삐삐도 광역삐삐가 나왔나 어쨌나
    모르겠으나 암튼 뭐 택(전술지침)전달이 안되어서 저기를 뚫고 가냐 아니면 다른데로 모이냐 우왕좌왕하던
    차였습니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뜬금없이 전라도 사투리 걸쭉하게 쓰는 몇 명이 그러더군요.

    "보씨시요, 쩌그 쟈들이 얼마 안되니께, 우리가 저짜로 뛰어가면서 쟈들을 유인할텡께, 그 참에 조오~기로
    뛰가서 담치기(담장넘어)해서 들어가씨씨요. 돌 좀 모아보소, 병은 못 만들겠고...." 다른 학우들이 말리자,
    이거 말고 방법이 없지않느냐, 우리들이 (경찰에) 달려(잡혀)드가는 대신 여러분들이 (행사장으로)드가면
    우리 할 도리 다 한 거 같응께,우리 대신 잘 싸워주씨시요. 그러더군요. 눈물인지 뭔지.. 전율스런 감동이...

    결국 그들 네 명은 조립식 쇠파이프 들고 수백명의 전경 무리속으로 짱돌을 던지며 돌진,
    그 참에 나머지 범대회 참가자들은 무사히 학내로 진입했습니다.

    일화 4

    전대협 출범식 때 전국의 놀이패도 거의 다 집결합니다. 엄청난 규모죠. 북만 한 500개 넘게 모여서 치는데
    장관입니다. 놀이패들도 가투에 나가는데, 대개는 전투가 벌어지면 뒤로 빠지죠. 고대에서 벌어진 행사 이후
    회기역 쪽에서였던 것 같은데 지랄탄이 터져서 정말이지 한치 앞도 분간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루가스가
    좀 걷히고 난 다음에도 저 앞쪽에 한 무리의 놀이패가 자리를 고수하고 소리를 냅니다. 바로 남총련 풍물패
    연합(?)이었습니다. 그쪽 방어는 서총련이 맡았던 쪽 같은데요, 의혈중앙이랑 민족고대 뻘건 깃발도 지랄탄과
    sy-44탄을 피해서 뒤로 물러나 있는데 저 앞쪽에, 그러니까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 한가운데서 숨도 쉬기
    힘든 곳에서 방독면도 없이 눈물 흘리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없이 북치는 거 보니,
    저거는 한이 맺히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다 싶었습니다.

    일화 5

    운암대첩이라고 하는데, 91년 강경대 열사의 시신이 광주로 운구되오는 시점에서 전경들이 이를 막아버립니다.
    광주 운암동 근처입니다. 507, 506 전경대대들도 용자였으나 남총련 학우들은 결국 이들을 무장해제시키고
    강경대 열사의 시신을 안전히 망월동에 모셔옵니다. 이들이 싸움을 잘해서 운구차를 탈취하려던 전경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입니다. 광주의 아들 강경대를 편히 쉬게 하고자, 그 분노와 가슴절절한
    안타까움에 이틀밤낮을 싸워가며 운구차를 되찾은 거지요.

    .........

    이거 말고도 몇가지 일화가 더 있죠. 전남대인가 조선대 축제에 광주 뭐시기파라는 조폭들이 야구방망이랑
    회칼 들고 들어와서 학우들이 차린 천막에서 시비걸고 천막 뒤엎었는데 이 때 사수대가 출동 완전개박살
    나고 무장해제 당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뭐... 암튼 대단했죠.
    ------------------요즘 알아가는게 참많아요^^;;;

  • 6. 원글도 멋지고
    '08.6.29 10:13 PM (211.215.xxx.55)

    그때 그 감동.. 님의 글도 왠지 두근거리게 만드네요.
    전 93학번이라 한양대역에서 전철 세운 얘기..
    선배들한테 많이 들었는데요.. 그 때 그 얘기를 하는 선배들의 눈빛이 기억납니다.
    자긍심과 전율이 느껴지는 눈빛이었죠..
    그래서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 7. 파랑
    '08.6.29 10:17 PM (121.139.xxx.27)

    원글 출처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29718

  • 8. ㅠ.ㅜ
    '08.6.29 10:27 PM (124.111.xxx.169)

    너무 멋지고 가슴 벅차네요.. ㅠ.ㅠ

  • 9. w
    '08.6.29 10:29 PM (125.186.xxx.132)

    http://cfs.tistory.com/custom/blog/18/189493/skin/images/frame.html?http://nt...

  • 10. 여기광주
    '08.6.29 11:03 PM (121.148.xxx.247)

    그시절(저 대학때 입니다) 전남대 근처 북구청 앞 보도블럭은 제대로 자리잡고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다 깨부셔서 데모 하느라고요 (여학생들이 깨서 나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거의매일 최루탄 가스냄새를 맡고 살았었죠 그때 이후로 이런날이 대한민국에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시절로 다시 돌아가는것 같아서 꼭 꿈 같습니다 미치것습니다 ㅠㅠㅠ

  • 11. 아이고
    '08.6.29 11:22 PM (124.63.xxx.18)

    그 때 그 양반들..지금 나이가 몇살인가요,,,,,,,,,,나이는 못 속이는데 젊은 대학생들은
    엉뚱한 소리나 하고 앉아 있으니 얼마나 한심할까요,,그 386의 후예들은 너무 편하게 살았나봅니다........애비가 그렇게 뛰어서 만들어 준 세상이 어떻게 얻어 낸 건지 알기나 할른지..

  • 12. 반찬걱정
    '08.6.30 12:22 AM (121.179.xxx.118)

    아! 운암대첩....
    고속도로가 완전히 끝나고 광주시로 들어오는 길목.
    문예회관 옆 운암동 주공 서민아파트 대단지 있는 곳.
    운암동의 모오든 시민들이 다 나와서 강경대 열사의 운구차량을 지켰지요.
    오직하면 운암대첩이라 했을까요.
    우리 큰언니 일주일이나 앓아누웠어요.

  • 13. 그러나
    '08.6.30 12:54 AM (211.192.xxx.23)

    그 반동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학생운동은 몰락했습니다,
    정도와 정당성의 줄을 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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