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요.
장마시각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남편은 농장에서 꼼짝도 못하더니
오늘은 아마 늘어지게 자고 있을 겁니다.
이 비속에 촛불은 어찌 되는걸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그런데도 비가 창을 마구 두드리니 괜히 센치해지네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찐한 커피생각 나고,
메르세데스 소사의 '생의 감사'라는 음악을 틀어봅니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국외추방까지 당한 아르헨티나의 저항가수입니다.
민주화된 세상이 되고나서 환국하고
가진 콘서트 실황음반이 있습니다.
그 중에 그라시아 달라 비다 (생에 감사드립니다)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그녀도, 청중도 모두 울면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맙소사, 생에 감사하다니요! 저항하다 남편도 잃었는데...
영낙없는 인디오의 외모를 지닌 그녀의, 무게있는 음악을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한 번 들어보십시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제 얘기를 한 번 들어주십시오.
82쿡 사랑합니다.
저는 사실 회원된 지 반달밖에 안됐습니다.
묵은 것을 더 좋아하는 제가 이곳을 알게 되고나서는
도통 다른 곳에 클릭이 안되네요.
어떤 분은 이 곳의 새로운 분위기가 부담스러울 겁니다.
반대로 저는 이 곳처럼 스팩트럼 넓은 곳을 못본 것 같아요.
정치, 경제, 사회, 유아, 살림, 교육.....
그 어떤 이야기도 뱉을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다니....
정치가 센 사이트에 들어가서 '외제차 뭐가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거의 환자취급합니다.
남편 바람 편 얘기 못합니다. 유학코스 못 물어봐요. ipl어때요라는 말 꺼내도 않습니다.
이것은 거꾸로 '잡다한 살림얘기하는 곳에서 진지한 정치얘기도 통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간혹 이런 분위기를 힘들어하는 분들을 봅니다.
탈퇴글을 읽기도 합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탈퇴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분들에 대한 포용력입니다.
지나치게 무안을 주는 글을 읽을 때면 저도 모르게 '이건 아닌데,,,'싶습니다.
생활을 통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시민의식!
업그레이되고 진화한 주부 맞습니다.
하지만 100미터 달리기하듯이 모두가 다 한 라인에 서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지나치게 상대를 공격한다면
'우리'라는 테두리는 절대적으로 좁아집니다.
결국엔 '우리'안에서 또다시 정파를 만들게 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어요.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냄비'입니다.
쉬 달궈지다가 또 쉬 식어버릴까 그게 걱정입니다.
82쿡의 정체성을 잃지는 맙시다.
82쿡은 요리 혹은 살림, 생활정보를 주고 받는 곳입니다.
쉬 식지않을 냄비가 되려면 생활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속성을 지녀야 합니다.
이 곳에서의 인연은 그게 아무리 사이버라지만 정말 소중합니다.
삼인행필유아사, 즉 세 사람이 길을 걸을 때조차 그 중에 스승이 있다잖아요.
떠나려는 님이 나의 스승일 수도 있어요.
내가 너무 심했나보다라고 고민하게 되었다면 그 분이 바로 나의 스승이 되는 거지요.
누가 뭐래도 '사람'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소수의 목소리는 높여봐야 목만 아파요. 길게도 못해요.
그러다 보니 냄비가 되기 쉽지요.
저변을 넓혀야 합니다. 목소리도 한 옥타브 낮출 필요가 있어요.
그러러면 서로서로 사랑하고 따뜻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이 없이 어떻게 세상을 바꿉니까?
미워하기보다는 껴안아야 합니다.
냉소보다는 관심과 아량이 필요한 때입니다.
모두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가능성을 얘기하는 겁니다.)
누군 이걸 '똘레랑스'라고 하였지요?
며칠전에도 글 올렸지만 60억의 인구에는 60억개의 진실이 있다더군요.
다양한 목소리를 차별하진 맙시다.
다양한 목소리도 낼 수 있는 82쿡이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탈퇴하신 분들도 습관적으로, 혹은 남아있는 그 놈의 정때문에
눈팅하고 계실 겁니다.
넓은 의미의 '우리', '82쿡사람'입니다.
그 분들을 다시 모아야 합니다. 기분좋게 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82쿡은 그 분들의 노고가 더 컸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것 같은 기분 안들게 하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저도 박힌 돌이 될 거거든요.
(이제 슬슬 마무리를 멋지게 해야 하는데
어떤 멘트를 써야 멋지게 보일꺼나. )
장터에서 헌 책 한 세트를 샀습니다.
판매자께서 수제비누를 선물로 넣으셨다네요.
어제는 중고 토드백을 택배로 받았는데 화장품 샘플을 넣으셨더라구요.
바로 이겁니다.
82쿡사람들, 이래서 제가 (묵은 친구들만 사귀는) 사랑한다니까요.
이 비때문에 농사꾼들 큰 피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촛불, 꺼지지 않아야 할텐데요.
우리들 모두 냄비 안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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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걱정
반찬걱정 조회수 : 459
작성일 : 2008-06-18 13:56:42
IP : 121.179.xxx.2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알루
'08.6.18 2:08 PM (122.46.xxx.124)제목보고 나도 냄비 사야하는데...라고 들어왔다가 ^^;;; 진지한 글을 만나 제목도 잊고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82에 출근(?)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원글님같은 생각했었어요.
흥분하시고 한 마디 하신 분들 뜻이야 왜 모르겠습니까만은 그 뜻을 아는 저로서도 따끔한 말들이 꽤 있더군요.
그래도 82답게... 잘 마무리 되겠지요.
그리고 원글님은 이미 박힌돌의 마음 갖고 계신 듯해요. ^^2. ...
'08.6.18 2:15 PM (116.39.xxx.81)아줌마들은 한번 기억된거 잘 잊지 않습니다.
두고두고 기억하고 되새기고 확인합니다...
^^ 오늘은 무얼 먹을까 하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애들오면 김치전이나 먹을까요? ^^3. 하하하
'08.6.18 2:47 PM (122.43.xxx.8)http://blog.naver.com/allabio?Redirect=Log&logNo=110022202716
그라시아 달라 비다 (생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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