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흔다되가는 직장맘이에요.
평소 다섯시 반에 일어나면,
밥상차려놓고 (일주일에 두번 밥 나머진 만만한 간식이나 과일로 ㅠㅠ)
남편이랑 여섯살 아들 깨우는데 남편 삼십분 애 오십분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 다 쏟고
애 옷입히고 어린이집 델다 주면 일곱시반에서 사십오분사이.
부랴부랴 회사 출근하면 차안밀리면 여덟시반 밀리면 아홉시도 넘고요.
여섯시퇴근하고 애찾아서 집에오면 일곱시반에서 여덟시사이.
어영부영 이것저것하고 애씻기고 재우고 하면 열시사십분이 넘어요.
애만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닥 힘들게 없는데 여섯살 애들이 그렇듯이 엄청 엄마속을 뒤집습니다.
징징거리고 짜증내고 뭐든 제손 타서 해결할라고 하고.
밤에 책읽어서 재울땐 세권만 보자하면 예닐곱권 가져와서 정성껏 안읽으면 그거가지고 삐지고....
어제밤에도 삐져서 식탁밑에 기어들어가 잠자는거 간신히 방에 옮겨놨습니다.
남편은 이번 프로젝트가 빡빡해서 이개월 넘게 열두시한시까지 야근이라 대놓고 성질도 못냅니다.
어제일입니다.
아침에 아들녀석이 너무 제 진을 빼놔서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서 꽥꽥거리고 화냈더니 어린이집에서 헤어질때까지 울면서 절 외면하더군요.
평소엔 그러다가도 헤어질때 되면 엄마 사랑해요. 나 보고싶어도 울지말고 열심히 일하세요! 이러는 녀석인데.... 웬종일 맘이 안좋고 남편도 제가 짜증내니까 기분좋은 얼굴 아니었고요.
근데 어제 저녁에 남편이 일찍 나왔다며 저녁먹고 드가자고 해서 간만에 아들녀석 데리고 근사한 저녁먹었습니다.
하도 오랫만에 평일날 저녁을 남편과 먹으니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밥차리는거 귀찮아서 따라간거지요.
아들녀석도 올만에 엄마아빠 다 일찍오니 좋은지 연신 재잘대고 춤추고 비벼대고요.
그러고 집에 왔는데 어제 남편이 늦잠을 자서 저보다 늦게 나갔거든요.
근데 지각임에도 불구하고 집을 싹 치우고 나갔더군요.
자기딴에 참 제가 안돼보였었나봐요.
원래 남편이 청소당번인데 요즘 하도 야근 빡세게 하고 토욜도 없이 일나가고 그래서 넘 안된마음에 제가 일부러 청소해놓고 했었거든요.
참 힘들게 시작한 하루였는데 남편때문에 그리고 울 아들 헤맑은 웃음때문에 행복하게 마친 하루가 되었네요.
가끔 다 접고 집에 들어앉고 싶을때 있는데 이럴때 새힘받아서 한참 잘 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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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제가 포기를 못해요.
직딩줌마 조회수 : 1,242
작성일 : 2008-03-07 15:18:18
IP : 121.162.xxx.25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3.7 3:30 PM (210.109.xxx.55)숨차게 읽어내려갔는데 해피엔딩이라 너무 좋아요.
고된 하루 끝의 깜짝선물...님의 미소에 저도 행복해집니다.
저도 두아들 키우는 직장맘인데요
우리 힘내요^^2. 오래오래
'08.3.7 3:50 PM (61.38.xxx.69)행복하세요.
건강만 챙기시면 행복은 당연하실 가족들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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