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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차이가 오늘은 참 저를 못나게 하네요

결혼의 차이 조회수 : 2,063
작성일 : 2008-03-04 23:09:30
저는 서울 모 여대 미대를 나왔어요.

미대라고 다 그런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학부에서 과를 선택할때 소위 곱게 자라고 똑똑하고
집안도 아주 빵빵한데다가 외모까지 많이 세련된, 그런 친구들이 저희 과에 많이 왔습니다.
오죽하면 저희 미대에서 저희 학부만 '명품숄과'라고 불렀을 정도라죠.
(그때당시 에뜨로나 기타 명품브랜드의 숄 같은 스카프를 우아하게 두르는것이 참한 아가씨 스탈의 유행이었을 때 ㅎㅎ)

저는 나름대로 그 분야가 좋아서 그 과를 갔던 터였고
어린나이에 이미 저와 저희 집에 대해서 분수?를 알았다거나,
혹은 제가 자아가 강한 편이라 너는 너고 나는 나, 라는 생각에 크게 영향받진 않았습니다.
저는 실력으로 보여지고 싶었고 솔직히 외모에도 컴플렉스는 없는 정도였어요.
집도 그냥저냥 먹고살만했기 때문에 저 자신에 불만이 없었습니다.
다만 가까워진 친구들 생일파티를 하는데 무슨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다던가 그럴때
옷을 뭘 입어야 하나, 생일선물을 뭘 준비해야하나, 방학때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할때 라던가 이럴때
약간의 고민을 하는 정도였지요.

개중에 인격이 덜 되어
잘난 애들, 집안 잘살고 옷잘입고 어디 멋진 인맥 가진 애들만 만나며
저와 가깝지 않으려는 깍쟁이들도 있었지만  저 나름대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학교생활 한 결과
진로나 인생살이 같은 이야기들을 속깊게 나누는 친구들도 몇 생겼습니다.

저는 졸업을 하고 자그마한 편집회사에 들어와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몇번의 스카웃을 거쳐 꽤 괜찮은 출판사에 근무합니다. 5년차입니다. 처음엔 편집디자이너였지만
중간에 다른 쪽으로 제 능력을 발견해 지금은 기획을 합니다.
대학때 친구들과도 종종 만나, 제 일상생활에서는 잘 가지지 않는 예쁜 레스토랑도 가서 밥한끼 먹고
사는 이야기들도 나누고, 때로는 집안이 잘 되어 있어 일찍부터 세련되어진 아가씨들이
얼마나 사회생활하는데 유리한지를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보다 조금씩들 결혼을 빨리 했는데,
여유롭기도 하고 거리낄게 없으니 마음만 맞으면 빨리빨리 진행해서 아기도 얼른 갖고 행복하게 잘 살더군요.

그중 저하고 젤 가깝던 친구가 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조건 괜찮은 검사하고 결혼했습니다.
드레스 고를때도 따라다녔는데 웬만한 연예인들 했던 드레스로 쭉 골라 빼입었고
혼수도 만만찮게 해갔고, 집도 송파구에 33평짜리 아파트를 친정부모 시부모 다 보태서 아예 샀다고 합니다.
결혼식장도 요즘 꽤 뜨는 모 하우스웨딩에서 고급으로 깔끔하게 했구요.
다른 친구들도 여기에서 그닥 다른 모습이 없습니다.

그리고서... 이제 제가 결혼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제가 학교때 난 실력이 있고 자긍심이 있으니까 라고 자랑스러워했던 것들이
많이 산산조각이 나고 저를 좌절하게 하네요.........
못났게도.. 그 친구들이 제 결혼식장에 오면 상대적으로 초라하다고 느낄 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많이 슬픕니다.

여태껏 그런생각 전혀 없이 그 친구들과 1:1로 재미나게 살아왔는데
제가 먼저 이런 자격지심을 가져버리게 되니, 앞으로 결혼하고서 그 친구들과 멀어져버릴것만 같네요...
결혼한 친구들은 이미 신랑들끼리도 만나 인맥도 쌓고 돈독하게 지내고 모임을 만들어 가더군요.
아마 그들이 자식을 낳으면 또 다른 유대관계와 친분을 쌓아 주겠죠
돈독한 환경 넉넉한 환경 세련된 환경 속에서........
솔직히 제 예비신랑, 그들보다 환경적 직업적으로 못합니다.
그중 한 친구가 저를 어리석게 안타깝게 말하는 바람에 많이 속이 상했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그들이 생각할때는 그것이 바로 평범한 '중산층'이라는것이죠.
그렇다면 저는? 당연히 서민이겠죠?^^

그러니 아마.. 저와 제 반려자가 될 지금 사람은.. 그 속에 물처럼 끼어들기는 쉽지 않겠죠..
미래에 올 우리 아기는..제가 괜찮다 하더라도 그들을 보면서 엄마와 아빠를 비교하겠죠..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는 심지 곧은 아기로 키우는것이 제 책임일지라도
오늘만큼은 이렇게 약하게 슬프고 속상한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그들과 필연적으로 잘 섞이지 못할거라는 이런 생각이 참 저를 슬프게 합니다.


IP : 118.36.xxx.25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하
    '08.3.4 11:21 PM (221.146.xxx.147)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에 우울해지곤 하거든요...
    하지만 님은 님 자체로 자랑할만 할 것 같은데요? 그게 더 소중한 자산이지 않을까요? ^^
    저도 커갈수록, 사회에 섞일수록 자라온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껴요...
    하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결핍이 나를 키우고 지탱해온 거라고 생각하고,
    또 따지고보면.. 그리 부족한 것도 없더라구요...
    님 자체로 자랑스러워하셨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게 그동안 바르게 열심히 산 것을
    축하하고 격려해주세요. 화이팅~

  • 2. ^^
    '08.3.4 11:26 PM (220.120.xxx.226)

    왜 고민하시는지 이해도 가고, 공감도 절절하게 갑니다.
    저는 서민중에서도 좀 아래쪽 클래스에서, 진짜 성적하나만가지고 대학간 케이스거든요.
    대학다니는동안 돈없어서 고생 많이 해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없는 부모님이 [그래도 니네학교는 가난한집 애들만 가지않냐?]라고 해서 속터져했더랬습니다. 70년대에는 제가 나온 대학이 시골에서 소팔고 논팔아서 온 학생 투성이였을지몰라도..제가 다닐때는 아니었거든요. 절반이상이 서울의 부유하고 안정된 집안 애들이었어요. 전 노티카가 뭔지도 모를때였는데.. ^^

    뭐가 결핍감이 느껴지시는지..왜 우울하신건지 정말 다 이해가 가요.
    그런데 그걸 해결해줄 뾰족한 수가 없다는걸 잘 아시니까 더 우울하신거죠?
    저도.. 같은 고민을 수도없이 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질 일은 없더라구요.
    객관적으로 봤을때 한계는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저.. 공감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걸로 작은 위안을 삼아주심이.. ^^

  • 3. ....
    '08.3.4 11:27 PM (61.97.xxx.215)

    저도 그런 기분에 시달려; 왔었는데요. 결국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바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 내가 환경 차이로 속상해 한다고 해서 내가 자라온 환경이 바뀌진 않고. 이만큼의 환경이라도 어디냐 싶더라고요. 내 아이한테 최고의 환경을 못 만들어주는 건 미안하고 재력이 있다면 많은 걸 해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게 문제되지 않을 만큼 사랑해 주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환경에 대한 고민이 가장 심할 때가 철없는 아가씨 시절인 듯 한데.. 그 시절을 줏대있게 살아오셨으니 앞으로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구요. ^^

  • 4. 원글님은
    '08.3.5 12:37 AM (121.115.xxx.208)

    자아가 강하다...고 썼지만 제가 보기엔 자존감이 강하신데요^^

    그 기분은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비교한다고 해서 당장에 바뀌는게 아무것도 없는걸요.
    내게 주어진것들을 사랑하며 더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줘야겠죠.
    아직 인생 절반도 안 사셨쟎아요.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거에요.
    저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 살아 본 바로는 그렇더라구요.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일이 있으면 깊은 산이 나타나고 그 산을 넘으면 또 다른 평지가 보이고.
    그러면서 종착점을 향해서 가는거에요.
    관뚜껑 덮을때까지 아직 인생은 진행형이랍니다.
    설령 지금의 환경이 죽을때까지 이어진들 어쩌겠어요.
    내가 가진것들을 보듬고 사랑하며 가는게 정말 현명한 여인입니다.
    원글님은 잘 해 내실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행복한 결혼식 되시길^^

  • 5. ....
    '08.3.5 12:57 AM (219.241.xxx.152)

    저도 대학원 다닐때 친구들이 다 그런과여서 그 기분 잘 알지요..ㅎㅎㅎ

    다른 친구들 결혼식은 다 하얏트 등등에서 하다가 막상 제 결혼식장 알아보려니 참 그렇더라구요..
    그렇다고 몇백만원 하는 꽃값에 돈 쳐들이고 싶지도 않구요..
    그래서 그냥 저렴한 곳에서(그 친구들 기준으로-.-) 했는데 후회는 전혀 없어요..

    그런데요.. 님께서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 친구들 다 님의 경제상태를 알고 있는거잖아요...
    그걸 다 알고있는 친구들이 결혼식장이나 드레스 신부화장을 보고 뭐라고 하지 않아요.. 결혼식까지 와주는 친한 친구들은 그런거 가지고 뭐라 하지도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답니다. 괜히 혼자만 비교하는 거지요...

    그리고 드레스나 신부화장은 돈을 많이 들이고 적게 들이고가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거 같아요(신부만 신경쓰는듯..^^;;;) 신부 외모가 받쳐주면 뭘해도 예쁘고 아니면 아닌거에요...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지금 경제상태와 소신에 맞게 그대로 진행하시면 되는거에요..

    그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 가지고 소시민 왈가왈부하는건 타인의 삶이라 그렇게 말하는 거지 친구에게 그런 생각 가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님께서 그런게 신경쓰여서 무리하면 그게 더 잘보일거 같아요... 그런게 더 보기 안좋던데요..

    결혼준비 잘하세요~(참, 신부화장 드레스 신경쓸 시간과 정성을 가구 가전 살림살이에 들여보세요~~~ 저는 그렇게 못해서 후회 만빵이랍니다...ㅠ.ㅠ 82쿡을 몰랐던 지난날이 후회되요..)

  • 6. .
    '08.3.5 10:29 AM (122.32.xxx.149)

    어차피 결혼하고 애 낳고 키우다보면 대학때 친구들하고 점점 멀어집니다.
    남편분이 그쪽 친구분들하고 어울릴 일은 거의 없구요.
    원글님의 아기도, 그쪽 친구분들의 아이들과 자주 접촉하거나 비교할일은 없을거예요.
    좋은 일 앞두고 쓸데없는 비교로 기운 빼지 마세요.
    원글님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 남편 되실분이 알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 7. ...
    '08.3.5 11:57 AM (211.210.xxx.30)

    결혼하고 세월 지나면 대학친구들은 한두명만 연락 되는것 같아요.
    그야말로 처지 비슷하고 잘 이해하고 이해해 주는 친구들만 남는거죠.
    너무 연연해 하지 마시고 결혼 초에는 남편과 친구들이 잘 섞일까 걱정했는데요
    결혼하고 나니 친구 남편하고 내 남편하고 잘 어울리면 그게 또 같은 그룹이 되더라구요.

  • 8. 힘내세요~
    '08.3.5 12:17 PM (220.75.xxx.252)

    어차피 그들과는 백 그라운드가 다르다고 인정하셨고, 결혼하게 될 사람 역시 그들의 신랑과 비슷한 부류가 아니라고 원글님이 인정하셨으니 당연 삶도 미래도 다르겠죠.
    힘내세요~~~ 남들에게 보여지는게 전부는 아니예요.
    남들에게 좋아보이고 행복해보여야하는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다라고 느껴야 행복한 인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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