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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어도 갈 친정도 없구..ㅠㅠ

슬퍼요..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7-09-18 14:02:31
저희 아빠는 공식적으로 이혼만 2번 그동안 4번이나 엄마가 바뀌었어요.
집도 너무 못살아서 고등학교때까지 푸세식 화장실에 단칸방에서 살았구요.
아빠는 빌딩 수위로 성실하긴 했었는데 매일 밤만 되면 술 먹고 와서 자신의 인생이 괴롭다고
울고 불고 잠 못자게 주정부렸구요.
중학교 2학년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엄마가 없어서
제가 도시락 싸고 밥해서 먹고 다녔구요..
아빠가 저를 귀여워하고 사랑했던건 알지만
매일 술 먹고 주정부리며 너때문에 죽지 않고 산다며 신세한탄하는
무능력한 아빠가 너무 너무 싫었어요.

저는 그 와중에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  열심히 공부해 그래도 좋은 학교 졸업하고
그럭저럭 남보기에 그럴듯한 남편 만나서 부자는 아니고 서울 20평대 전세로 그냥 저냥 아둥바둥살아요.
고등학교때 이웃 친구들 빼고는
제가 이렇게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구요..


아이 낳고 시집와서 살고 있는 중에도 그때 그 푸세식 화장실과
초등때 날 때리고 구박하던 새엄마가 자꾸 악몽으로 꿈에 나타났죠..

아빠는 지금 새엄마하고 살고 계신데..
아빠하고 새엄마 나이가 70이 넘으세요.

두분 다 돈 벌 능력이 없으니 저희 오빠가 생활비 지원하고 있고 지방에서 3500짜리 전세살고 있어요.
저는 저 살기 바빠서 생활비는 지원못하고 명절때나 용돈만 조금씩 붙여드리죠..
저희 새언니한테는 너무 미안해서
저라도 부담 안 주고 스스로 알아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새언니한테 전화 자주 안 하고 집에 자주 안 가고
새언니가 너무 신경쓸 곳이 많아서 시누이인 나한테라도 신경끊으라고
그러는 건데 새언니는 제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할까요?

아빠 삶에 큰 보탬이 되지도 못하면서
능력없는 아빠가 원망스럽고...
왜 이리 친정아빠의 삶은 구질 구질 할까 화가 나다가도
아빠가 날 막내라고 아주 이뻐하셨지 생각하면
미안하고 슬프기도 하고
난 왜 이리 나만 아는 이기주의일까..죄책감 느끼다가도
나 살기 바빠 손 벌리는 아빠 도와주다가 나도 못 살 수는 없잖아..생각하면서 위안 삼다가도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


명절때는 아빠한테 갔는데
새엄마가 오빠네 갈 거니까 올 추석에는 우리보러 아빠네 집에 오지 말라고 하네요.
느낌에 겨우 10만원 주면서 와서 너네 밥 차려주면 뭘 남냐..
나도 너무 힘들다..이런 느낌이예요.

오빠넨 너무 멀고 만약에 가게 되면 저도 시댁 제사 지내고 가야해서 언니한테 일거리 주고 부담될까봐 갈 수가 없어요.
저도 살림해보니 누가 오면 밥 상 차리는 일이 힘들고 귀찮다는 것 알지만
그리고 저도 친엄마도 아니고 해서 그런지.. 아이들 데리고 갈려면 번거롭고..
서로 서로 귀찮지 않고 좋은 것 같은데도..

추석인데도 갈 곳 없는 제 처지가 너무 슬퍼져요..ㅠㅠ
기댈 엄마가 없다는 게 학교다닐때도 많이 힘들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너무 힘드네요..

IP : 58.230.xxx.12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07.9.18 2:22 PM (219.249.xxx.216)

    그래도 친정에 늦게가니 못가게하니
    친정가서 시누노릇 하니 마니
    요즘 82는 맨날 그 얘긴데...
    시댁에서 명절 치르고나면 친정가서 놀 재미에 들뜨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맘이 짠하고 저도 아프네요.
    언능 님도 형편도 풀리시고 친정이나 오빠네도 마음놓고 나들이하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 2. ..
    '07.9.18 2:33 PM (124.54.xxx.133)

    토닥토닥
    새언니가 좋아할만한 선물과 현금을 준비해서 어렵더라도 가서 뵈면 좋을것 같아요.
    자주 보는 것두 아니고 명절때 보는건데, 잘 생각해 보시고 남편분과도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 3. ...
    '07.9.18 2:47 PM (58.148.xxx.34)

    그래도 원글님 잘 크셨네요.
    따스한 마음씨 가진 어른으로...
    새언니는 혹 원글님 마음을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라도 님이 생각하시는 고마움이나 배려 그런 걸
    뭐, 편지나 메일이라도 하나 전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랑은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쵸?

  • 4. 토닥토닥2
    '07.9.18 3:06 PM (211.218.xxx.94)

    저도 그 생각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말 잘 컸구나...
    새언니 생각하는 맘까지...제가 새언니라면 정말 고마워할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만 그렇게 하고 계시고 한번도 마음 안내비쳤다면
    오히려 기분 안좋을수도 있을테니
    가면 손가는 일 더 생길까봐 그냥 작은 선물 추석이라 보낸다...
    하시면서 편지에 맘 담으시면 마음 제대로 전해질것 같아요^^
    추석같이 풍성한 일만 가득하시기 바래요^^

  • 5. 저도 새엄마
    '07.9.18 3:24 PM (220.75.xxx.138)

    8살때부터 새엄마밑에서 자랐어요.
    전 원글님보다는 나은 상황인편이요.
    저도 어릴땐 구박받고 자랐지만 자라면서는 새엄마와 맞서 싸우면서 똑뿌러진 소리만 새어머니가 많이 져주셨지요.
    결혼해서도 첨엔 명절때 친정에 오지 말라하시더군요. 해서 한판 싸웠습니다.
    명절때도 친정엘 안가면 내 아버지계신집에 언젤 와보냐고 당당하게 말씀드렸지요.
    아마도 사위상 차리는게 힘드실테니, 키운것도 감지덕지인것을 시집간 전처의 딸 뒷바라지는 명절때 한,두번도 싫으셨나봐요.
    여하간 명절 당일 친정가서 밥 얻어먹고 오긴 합니다. 물론 어머니께 용돈 두둑히 드리는편이니 이젠 오지말라소리는 안하십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돈 모아 여행이나 갈걸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원글님 서운하시면 친정아버지께 용돈이라도 조금 부쳐드리세요.
    아님 명절 앞서 잠깐 친정들러 용돈 직접 쥐어드리고 오세요.
    새언니에게는 간단한 선물이나 안부전화라도 하세요.
    원글님도 결혼하셨으니 새언니입장이 얼마나 힘들지 아실텐데 모른척 하는것보다는 따뜻한 한마디라고 거들어주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 6. 99
    '07.9.18 3:26 PM (203.170.xxx.99)

    저랑 정말 비슷하시네요..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저도 친정 아빠가 이혼 2번에 지금도 비공식 몇번째인지는 모르고
    그나마 세번째로 공.인.된 분과 사십니다.
    혼인신고 하셨나 안하셨나 몰라요.

    저도 오빠가 하나 있고요
    오빠는 계속 방황하다가 이제 겨우 정신차리고 사는 것 같아요
    좋은 새언니 만나서.
    우리 아빠도 맨날 저땜에 산다고 하셨었죠.
    그 와중에 제가 대학도 잘 가주었고,,말썽 부린적도 없고..
    새엄마와도 큰 트러블 없이! 저를 누르고 살았죠.
    울음을 참으며..

    지금도 저 끔찍히 아끼시는 거 알지만..
    그런 사랑이 이젠 전 부담스러워서 내가 먼저 잘 연락은 안합니다.

    저도 새엄마가 가끔 꿈에 나타나죠..싸늘하게.
    가끔씩...고딩때 야자끝나가고 집에오면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다 자고있고
    제가 도시락 씻던 기억이 납니다.아무것도 아니지만요.

    저도 기댈 친정이 없어서 (전 친엄마와 연락은 됩니다만..마음은 안갑니다.)
    산후조리며 아이키울때도 역시 다 제 힘으로...도우미 불러서 했지요.
    그게 좀 마음에 남더라고요.

    원글님 너무 착한 여자가 되지 마시길..
    저도 35년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결국은 더 상처입는 자신밖에 남지 않거든요.
    섭섭한 거 화나는 거 감정 표현 하시면서 사세요..

    저도 한 번 미친척 하고 폭발한 적 있었는데
    그때 울고 불고 한 번 했더니 많이 풀립니다....

    그래도 평생을 다스리고 치유해야할 상처가 있다고 생각하고..
    겸손한 맘으로 살아야겠다 싶어요..

    전 죽고싶은 적이 참 많았거든요.

    심리치유책들.....성경.....좋은 말씀....내적 치유..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세요.
    원글님 잘못 없어요.

    그렇게 죄책감과 친정아빠에 대한 안쓰러움과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되는 거
    꼭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새언니와는 맘 편히 말해보는 자리가 있으면 어떨까요.
    님 형편도 편하게 이야기해 보고...도울거 있으면 돕고.
    하지만...억지로는 하지 마시고요.


    참..저는 이번에 함께 사시는 분은 얼굴도 몰라요
    계속 함께 보자고 하는데
    그 전에....새엄마하고 10년 함께 산 세월...그걸로 족하다 했어요.
    그냥 아빠의 삶의 행복하게 사시라고...

    한두해에 자유로와 질 일은 아니고...

    이제는 나와는 독립된 분들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죠...

    친정...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전 안가는 게 맘 편해요.
    (명절이나 생신때는 가죠...꼭 가야할때도..)

    전 이제부터 제 자신의 맘을 제일 잘 돌보려고요..
    그래야 내 가족이 행복하니깐...

  • 7. 아항..
    '07.9.19 2:17 PM (155.230.xxx.43)

    원글 읽고.. 댓글 읽으면서. 맘이 너무 아파서.. 친정엄마, 친정이라는게 그냥 있는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다시 한번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 되네요.

    다들.. 힘내시고요... 지금 자기 자식들에겐 정말 푸근한 엄마, 친정이 되어줄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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