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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버리는 남편

더워요 조회수 : 997
작성일 : 2007-08-24 15:15:13
집에 애들 어릴때 가지고 놀던 농구공이 하나 있어요.
초등학교때 가끔 가지고 놀았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은 그냥 굴러다니고 있지요.
저는 필요없는 물건은 버리자 주의이고 남편은 끼고 있자 주의입니다.

그래서 그 공, 어디 매달아 두지도 못하고 정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면서 10여년...

얼마전에 이사를 했는데 전에 살던 집보다 많이 좁은 곳으로 옮겼지요.
이사하면서 살림정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남편과 많이 충돌했답니다.
저는 좁으니까 정말 필요치 않은건 버리자고 하면
남편은 그거 쓸데가 있으니 버리면 안된다고 하고,
그래서 남편 모르게 살짝살짝 내다 버린게 많아요.

그놈의 농구공도 그때 버릴껄...

낼 군에 있는 아들애 면회를 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가는 길에 그 농구공도 갖다주자고 했지요.
그냥 버리는것 보다는 부대에 갖다주면 같이 근무하는 병사들이 쉴때 쓰면 좋지 않겠어요?

그랬더니만 그걸 왜 갖다 주냐는겁니다.
아들 제대하면 다시 쓸 수도 있다구요.

내 참, 기가 막혀서....

그 애가 입대하기 전에도 맨날 공부하느라 도서실에서 살던 녀석인데,
이제 제대하면 4학년이라 복학하면 바로 취업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하다는데,
제대하면 언제, 혼자서 농구공 들고 동네 초등학교운동장 가서 놀까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이거든요.

우쨌든 이전 10년 동안 쓰여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전혀 쓰일거 같지 않은 물건을 무조건 끼고 살려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네요.

아무래도 어느날 살짜기,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 던져놓구 와야 하려나 봐요.

아유...
덥다.....
IP : 221.147.xxx.19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쩜
    '07.8.24 3:45 PM (59.3.xxx.81)

    우리남편이랑 똑 같네요.
    사무실에서 오래된 물건도 집에 끌고 옵니다.
    전선줄이랑 다 필요한거라면서요.
    물론 놔두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만...시골에 살면서
    창고 같은 곳에 보관 해야 가능한 얘기지요.
    남자들은 나이들 수록 더 꼼꼼해 지는건지...
    버리는 지혜도 필요하지요.

  • 2. 울 남편이랑
    '07.8.24 3:56 PM (125.186.xxx.18)

    똑 같은지,,,
    10년정도 되었으니 버리자고 했더니 그럼 부모도 남편도 10년이 되면 버릴거냐네요.ㅎㅎㅎ
    살짝 혼자 말로 부모는 내가 못 버려도 당신은 버리고 싶을때가 있다고 중얼거렸네요.

  • 3. 추가
    '07.8.24 4:08 PM (207.46.xxx.28)

    저도 전에 한번 넘 답답해서 글 올린적 있습니다. 안버리고 새물건 사는 건 좋아하고, 심지어 회사 행사같은데서 주는 사은품도 꼭 2개씩 챙겨옵니다(전 줘도 안 가지고 오는 스탈). 많이 사니까 포장도 안 뜯고 5년씩 고대로 먼지만.. 제가 골동품이라고 구박하면 우리집에서 제가 젤 오래되었답니다ㅠㅠ

  • 4. 울남편도
    '07.8.24 4:20 PM (61.102.xxx.218)

    나중에 전파상 차릴건가봐요
    무슨 전선줄을 그렇게 챙기는지...

  • 5. ^&^
    '07.8.24 6:03 PM (222.101.xxx.110)

    우리집은 제가 못버립니다.
    그래서 남편이 살짝살짝 버립니다.
    그전에 가죽자켓을 버렸길래 속상해서 우리 시어머니께 일렀더니
    "새로 좋은 걸로 사달라"고 하래요.
    버려야 생긴다고.....
    오죽하면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 이라는 책까지 샀을까????

  • 6. 전...
    '07.8.24 9:30 PM (218.39.xxx.79)

    없을 때 버려요. 버리기 전에 절대 안 물어보구요. 가끔 버린 사실이 발각되어 잔소리 듣기도 하지만...대체로 버린 사실도 모르더라구요. 쓰지도 않으면서 왜 그리도 끼고 살려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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