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도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했지요.
이야기...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덧 흘러 저의 친정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구요.
그 다음엔 시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이런거 속에 파뭍고 살면 나중에 누구만 만나면 주절주절 떠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제 저는 그러지 않을거 같아요.
정말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왜냐면...나처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줄줄이 신세한탄 하느라 해가 질때까지 수다였던거 같거든요.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나 오늘 또 상담받으러 이따 오후에 나가야 합니다.
상담받은지 3주 되었지요.
이 3주 동안....
처음 치료받아야 겠다고 생각한건 나의 아들을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고
나처럼 때로는 소심하고, 때로는 온갖 푼수 다 떠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도 않았고
부모님에 대한 불신이 커서 나름의 멘토를 찾아 헤매다 허송세월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단
생각때문에 치료를 받기 시작한건데...
정말 아이를 위해서 시작한거지만...
3주 동안
나를 많이 뒤돌아 봤어요.
솔직히 저에겐 멘토가 있으세요. 아주 멀리...
그 분도 저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건 아니지만 기도를 하면서 내가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많이 울면서 기도를 하셨대요.
100일 기도가 끝날 무렵 머릿속에 그려진 건 부모님이었다고 하더군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솔직히...
왜냐면 그때까지만 해도 난 부모님에 대해 용서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대요.
"우리가 잘못되면 조상탓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잘되도 조상탓, 못되도 조상탓이다"라구요.
조상이 잘해야 아래 후손들이 잘한다고.
이번주는 어버이날까지 끼어있어서 그런지...저번주에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나의 이런 불안감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렇게 나에게 조금의 피해라도 끼치면 그 사람이 죽도록 미웠는지...그게 어디서 온 불씨였는가~
그게 화두였어요.
부모님이었어요.
지금 완전히 용서를 했다고는 하진 못하겠지만
이젠 전화하는게 조금 편해요.
아버지의 걱정소리도...엄마의 푸념도...할머니의 칭얼거림도...
심지어 시어머니의 흥분된 소리도...조금은 편해요.
떨어져 있어야 애뜻하다고 했던가요.
시어머니가 매일 집에서 애봐주시고 구석구석 다니면서 청소하시던게 정말 불편했어요.
내 공간에 침범한다는 생각만 들었죠.
그런데. 마침 노인대학에 등록하시고 봄소풍으로 하루종일 외출을 하셨는데
어제 하루 애보고 청소하고 밥하고 큰아이 공부시키느라 아주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소풍다녀오셔서 너 덕분에 잘 다녀왔다 하시는데 뿌루뚱한 얼굴이 조금 펴지더군요.
그리고 덕분에 잘 다녀와서 너무 고마웠노라고 노인대학 가길 잘했노라고 노래를 하시더니
신나게 집안일을 또 하시네요.
그게 갑자기 고마워졌어요.
지금은 너무 즐거우신지 아이를 데리고 산책나가셔서 제가 덕분에 너무 편하네요.
"낀세대"님 글 읽으며 반성 반성 또 반성하며
생각도 많이 했답니다.
푸념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되네요.
이렇게 말해도 또 변덕이 나서 다 보기도 싫다고 화내기도 하겠죠.
하지만...그런 어른스러운 마음이 한시간 두시간 늘어나도록 노력해야겠죠.
그게 어른이라 하더군요.
어른되기 정말 힘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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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엄마네요
고민맘 조회수 : 671
작성일 : 2007-05-11 12:55:26
IP : 222.235.xxx.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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