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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플릇전공에 대하여...
딸아이가 중1인데 취미로 시작한 플릇을 이젠 전공하고 싶다고 합니다.
헌데 걱정이 앞섭니다.
보내기까지 레슨비와, 예고를 보내고 드는비용이 어느정도드는지...
혹 82식구중 잘 아시는분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텐데...
1. 조금
'06.3.4 3:51 PM (61.104.xxx.153)늦으신거 같아요..
제 남편도 음악전공이고 제 주변에 꽤 많은데
정말정말 뛰어난 천재아니면 중학교때 시작해서 예고 들어가기 쉽지 않아요.
예중에서 예고로 거의 가고 경쟁이 만만찮아요..
음악전공을 거의 유치원때부터 마음먹고 쭉 밀어주는 경우나
레슨은 계속 받다가 초등때 결심해서 전공으로 미는 경우만 봐와서인지
중학생인데 이제 취미로 시작한것으로 전공하려한다하니
조금 걱정스러워서 몇자 적습니다.
올해 플룻으로 대학들어간 조카의 경우말씀 드리자면
초등1학년 입학과 동시에 시작했어요.
사립학교라 매주5일 특별활동으로 방과후 한시간씩 학교에서 수업
집에서 개인레슨 주 2회 한학기 하다가
소질 있다고 전공으로 하기위해
1학년 2학기부터 교수레슨 주 1회 새끼레슨 주 1회로 바꾸고요.
학교에서도 계속하고..
학년이 올라가며 개인레슨 횟수도 많아지고 가격도 올라가고
중학교를 예원갔고,서울예고 갔고요..
대학교를 서울대를 못가고..그래도 좋은데는 갔고요..
딸하나고 사업하는 집이라 그렇게 돈에 구애 안받는 편인데도
아이나 엄마나 돈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 했어요..
상상할 수 없는 부잣집들이 너무너무나 많더군요..
상대적인 박탈감..악기가격의 차이..
작년에 다른악기로 예원들어간 다른조카는 올해 아예 온식구가 이민을 갔어요.
엄마가 예원,예고,서울대음대나오고 유학갔다와서 교수인데도
금전적으로 도저히 뒷바라지할 여력이 안돼서요..
미국가서 가르친다고요..
생각보다 어렵고,돈 많이 들고,힘든 길이예요...2. 끼리
'06.3.4 4:11 PM (222.119.xxx.70)제가 교대와서 잠시 플룻 했었는데요..저 가르치시던 분도 유학파에 집도 정치하시는 집안 따님이시라 금전적으로 구애 안받으시고 하셨는데도..플룻..힘들다고..
금전적인건 제가 잘 모르겠지만.. 플룻은 오케스트라에서 몇 안되니까...필요가 없으면 그 해 안뽑는 학교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경쟁도 더 치열하고.. 악기도 억단위던데요..중고때 쓰는 플룻인데도 말이예요
또 플룻은 소모성 악기라서 10년 정도 쓰면 못쓴다고 하데요..
하나 산다고 두고 두고 쓰는게 아니라서...아마도 돈이 상당히 들듯하네요.
레슨비는 두말할것도 없고....어차리 레슨이 얼굴도장 몫이기도 하니까요3. 음,,,,
'06.3.4 4:40 PM (125.129.xxx.41)이제 시작하셨다면
금전적인 것보다
아이가 아주 뛰어나거나
아주 뛰어나게 노력해야
상위권의 예고를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먹고 자고 학교에 가 있는 시간 이외에는
전부 연습에 바쳐야 한다고 보셔야 해요
관현은
악기역시 중요하고요
레슨은
사사하실 선생님과 아이의 연습량, 역량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
큰 선생님 주 1회로 보시면 되고
작은 선생님은 선생님에 따라, 아이 연습량에 따라
하시기도 하고 안하시기도 하고
또는 연습 선생님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돈 많이 들지만
그보다 정말 중요한 건
다른 애들 공부에 바치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연습하고
공부도 안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아이가 사적인 생활 전부를 포기하고 매달릴 각오여야 한다는 거지요
아이에게 이 점 주지 하시고
'정말 다른 이유없이 하고 싶은가' 확인하셔야 해요
단지 멋져 보이거나
공부보다 쉽겠지
라는 생각이시라면 할 수 없다고 보셔야 해요4. asuwish
'06.3.4 4:55 PM (146.6.xxx.157)제 전공이 플륫이 아니어서 답변하기가 좀 망설여집니다.
제생각에 위에서 예로 드신 경우들은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전공한다는 것의 현실적인 어떤 측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즉, 어느정도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극성부모가 어려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 예중예고를 거쳐 명문음대에 진학시키고, 콩쿠르, 나아가서 유학을 거쳐 스타 솔리스트/혹은 음대교수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죠. 음악 전공을 생각할때는 누구나 일차적으로 이런 과정을 떠올리게됩니다. (경우에 따라 적당히 대학 진학시켜 시집이나 잘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 경우는 제외로 하고. )
이렇게 사회적인 성공이나 세속적인 가치만을 따지고 들자면 사실 대다수의 음악전공자들은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예중예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유명선생님들 밑에서 레슨을 받고 명문음대에 진학, 유학까지 거친 사람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의 운과 실력이 엄청난 사람만이 성공적인 음악가.. 에 준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현실이구요. 사실상 그런 인생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만큼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음악도들은 서서히 그런 현실을 깨달으면서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리게 되죠.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또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음악가로서 '성공'하는 길에 꼭 세상으로부터 대단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위에서 말한 전형적인 길을 밟아온 사람들이 대부분 음대에 옵니다만, 막상 또 들어와 보면 다 그런 것만도 아니구요. 어디나 그렇듯이 별의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비록 악기는 아니고 성악이나 작곡 쪽이긴 하지만, 저는 대학에 와서 시작한 사람들, 독학으로 공부한 사람들도 여럿 봤어요. 지금 미국에 있는데요, 여기는 한국에서처럼 클래식 음악한다고 고상하게 보는 것도 하나 없고. 그저 자기가 좋아서 돈벌어가며 학교다니고, 졸업하고서도 엉뚱한 직장에 취직해 남는 시간에 동네에서 레슨하고 작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한국적인 가치관에서는 실패한 인생이지요.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 아무리 돈 많이 줘도 경쟁 심한 회사에서 사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동네에서 어린아이들 음악 가르치는게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따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왜 음악을 하고싶어하는지, 허영이나 단순한 흥미 또는 주위의 부추김인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지 적은지 등등.
뭣보다 따님이나 어머님께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음악이 좋고 소질이 보인다고 해서 꼭 전공을 해야 성공이라는 생각은 안하셨으면 좋겠다는거에요. 어렸을 때 소질이란건 그분야에서 어느정도를 이루고 나서 보면 정말 국민학교 줄반장 경력만도 못한 것이었기가 쉽구요, 지금 음악이 좋다고 해서 언제까지 좋을지는 아무도 모르는거거든요.
제 후배 하나는 첼로로 선화예중을 가고, 미술로 선화예고를 갔다가 서울미대에 진학한 뒤에 급기야 경영학 부전공을 해서 지금 대기업에 다닌답니다. 잘하니까 그만큼 했겠죠. 그런데 예술은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왜 이걸 하느냐에 대한 답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직업으로 붙잡고는 도저히 끝까지 갈 수가 없는거랍니다. 반면에 다른 선배 하나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사범대를 졸업하고서도 재수끝에 미대로 편입,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그언니집에 놀러갔던 날, 가스요금을 못내는 바람에 가스가 끊겨서 라면도 못끓여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마만치 예술계통은 본인의 의지와 사고방식이 일차로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경쟁의 길에 뛰어드는 것보다 악기 하나를 취미로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일 수도 있어요. 학창시절에 공부야 어차피 해야하는 것이고, 악기 하나 운동 하나 마스터해 놓으면 얼마나 좋은가요. 대학가서 부전공이나 동아리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인생이 많이 풍요로워질겁니다. 적당히 레슨비 받는 좋은 선생님 찾아서 꾸준히 배운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닐거에요.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지 건투를 빕니다.5. 저......
'06.3.4 5:10 PM (218.237.xxx.71)혹시 악기 취미로 할때 콩쿨 내보내보신적 있나요?
좀 큰 콩쿨에 가보시면 윗분 말씀이 이해되실거예요.
저도 작년에 아이를 콩쿨 내보내면서 전공의 생각을 많이 접었거든요.
무섭고, 치열하더군요.
아이 스스로도 그런 세계를 경험해보고 판단해보는 것도 중요할것같아요.6. 콩쿨...
'06.3.4 5:29 PM (211.215.xxx.233)저희 아이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려고 준비하다가 콩쿨을 나갔어요.
윗글님 말대로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군요.
아이가 좋아하고 약간의 소질과 성실함, 그리고 약간의 경제력도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본선에서 아이가 떨어졌어요.
그 결과에서 오는 상실감과 엄청난 비용, 시간적, 경제적 손실, 아이의 마음 상함....
회복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단순히 아이가 좋아한다고 쉽게 생각하시면 갈수록 산이 가로 막고 있는 느낌입니다.7. **
'06.3.4 6:21 PM (222.100.xxx.121)먼저 아이의 소질,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부터 아는 것이 좋겠어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수준있는 콩쿨에 한 번 나가 보는 방법이 좋겠고요.
제가 어릴때 피아노 신동이란 소리를 듣고 거기에 고무된 저희 어머니께서
그당시만 해도 극성으로 시키셨습니다. 저도 아주 열심히 했었고요.
그런데, 콩쿨에 한 번 나갔는데, 동상은 받았지만,
정말 그 충격이 오래갔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음악전공하는 제 사촌언니의 피말리는 노력을 보노라면...
(제 사촌언니는 본인이 좋아서 하는 거였지만요.)
전 그렇게 하다가는 제가 좋아하는 악기와 사이만 안좋아질 것 같아서
중학교때 전공의 길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사실 아깝지 않은 것 아니었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그떄 경로를 바꾼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다른 일 하면서 피아노는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asuwish님의 말씀에 어느정도 수긍이 갑니다.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따님과 진지하게 상의를 해 보세요.8. asuwish
'06.3.4 8:29 PM (70.128.xxx.36)음악이 좋아서 전공하고 싶다는 학생한테 너무 겁만 잔뜩 준 것 같아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전공하기로 결정을 하고 예고에 도전을 하게 된다면...
예고에 가게되면 좋은점이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수한 동료들과 선생님들이 계시고 시설도 좋을테니 기능적인 관점에서 훈련을 제대로 받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못가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꼭 전공을 하고싶으면 일반학교에서라도 열심히 하면 됩니다. 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봐요. 제가 친하게 지내며 음악에 관해 많이 이야기나누는 친구들은 희한하게도 지방출신, 일반고출신이 많은데, 우리끼리는 다 이런 생각에 동의합니다..^^;
왜냐면 예중/예고로 대표되는 음악 엘리트코스를 밟다가 상대적인 박탈감, 패배의식같은걸 내면화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서울음대, 한예종엘 들어가도 여기서 벗어나기가 참 힘든 것 같더군요. 이건 인생에도 불행의 씨앗이 되지만 음악가를 예술가가 아니라 기능인이게 만듭니다. 남보다 나아야 하고 일등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만이 최고인줄 아는 사람한테 무슨 예술가적 심미안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본 많은 예고생들중에는 전공을 택함에 있어서 '내가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잘하고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계속 음악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열악한 환경 (일반고, 지방) 에서 끝까지 음악을 하게된 사람들은 숙련도는 떨어질지몰라도 내가 왜 이걸 해야하나하는 측면에서 자기확신이 강해지는걸 많이 봤구요, 음악하는 동료들 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일반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중/예고를 폄하하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조급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 예고나 일반고가 모두 장단점이 있다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이창동 감독이 조선희씨와 씨네21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던걸로 기억해요. '등단을 해야만 작가가 아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순간 나는 이미 작가인 것이다. 그걸 써서 베스트셀러로 팔아먹을 생각을 먼저 하니까 아무 것도 안되는거다.' 제생각에는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9. 플룻멋져
'06.3.4 10:40 PM (218.238.xxx.241)asuwish님 글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 생각을 참 많이 하시고,그 생각을 잘 표현해 내는 것 같아요.10. stradi
'06.3.4 11:11 PM (209.150.xxx.38)asuwish님, 너무 멋집니다.
살면서, 사회가 굳이 알아주지도 않는 가치를 위해 자기를 단련하고 훈련시키는 과정을 겪다보면 내가 뭐하고 있나 싶은 순간들도 있지만.
이렇게 님처럼, 깊이있는 (up과 down을 모두 이해하는) 충고를 누군가에게 건넬수 있다는 거, 너무나 멋진일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근데, asuwish란 필명은, 혹시 kevin은 12살에서 소개되었던 짧은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buttercup이란 여주인공에게 하던 말에서 따온 것인가요?11. 무지개맘
'06.3.6 11:21 AM (218.236.xxx.152)모두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감 넘치는 조언, 저희 아이와, 제가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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