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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브벨에 대한 나의 단상

언젠가는 조회수 : 1,211
작성일 : 2004-05-20 10:25:47
제가 시간도 돈도 없고 인격적 성숙도도 매우 낮았던(지금도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시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대의 미국 남부 하우스들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답니다. 이름이 타라 박물관이던가...한해한해 갈수록 기억력만 쇠퇴해지는군요. 당시 노예들의 숙소도 전시되어 있었고 귀족들의 방 심지어 식탁 셋팅까지 해 놓았더군요. 그때 제 눈에 파란 무늬의 도자기가 매우 이쁘게 보여서 나중에 나도 저런 그릇을 사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한국에 돌아와서 살다가 백화점 그릇 코너를 지날 때 우연히 그 그릇과 유사한 것이 체코산 쯔브벨 무스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근데 의외로 양식기에도 화식기(일본 그릇을 말합니다) 푸른 문양이 많더라구요. 어느 분은 푸른 색이 식욕을 억제한다고 하시기도 합니다만...웬지 저는 푸른 문양이 있는 그릇만 보면 필이 꽂힌답니다. 이상도 하지.

그러던 차에 82에서 공구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재차 삼차 고민해서 꼭 필요하다 싶은 것 몇장만 샀죠. 오늘 아침에 타원형 그릇에 밥놓고 반찬놓고 원디쉬로(설겆이 거리를 줄이기 위해) 먹었는데 매우 기분이 좋았어요. 무엇보다 우묵해서 잘 담기고 안정감도 있구요. 제가 미국에서 올 때 많은 주부들께서 백악관에서 쓰는 레녹스를 사가라 웨지우드나 애슐리 등의 영국 그릇도 한국보다 미국이 싸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땐 정말 돈이 없어서...울면서 코렐 한셋트만 더 사가지고 왔었죠.

지금이라고 비싼 그릇 셋트로 살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닙니다만 그룻 하나에 사연과 기쁨이 깃들 수 있다면 그 어찌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혹자는 웬 뜬끔없이 쓸데없는 그릇 바람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은 베이글 무슨 맛으로 먹느냐 VS. 정말 맛있다 등등 여러 의견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익하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도 이젠 목표를 정하고 달려 가기만 하는 성장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다수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안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저는 보고 싶어요. 그런 과정에 82 쿡과 같은 대다수의 건전한 분들이 동참하는 사이트도 일조한다고 보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IP : 220.76.xxx.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으니
    '04.5.20 10:32 AM (221.160.xxx.99)

    끄덕끄덕....
    님의 말씀처럼 비싼 그릇 셋트로 들이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사 모으면서
    기다림과 설레임의 느낌도 가져보고, 쓰면서 이건 내가 어떤때 어떤 마음으로 샀던 건데..
    하는 추억도 떠 올려보고....
    꼭 그릇이 아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무엇이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져...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세요.

  • 2. 토마토
    '04.5.20 10:58 AM (218.145.xxx.254)

    동감입니다

  • 3. 키세스
    '04.5.20 12:08 PM (211.176.xxx.151)

    저도 고민고민 하다가 없는 돈 쪼개서 몇개 장만했어요.
    질문도 여러번 하고 다른 회원님들하고 쪽지 주고 받으면서 서로 고민해주고...
    말씀 듣고 보니 이번 그릇은 정말 추억에 남는 그릇이 될 것 같아요. ^^ ~흐뭇~

  • 4. 꾀돌이네
    '04.5.20 12:51 PM (218.50.xxx.151)

    소시민인 제가 처음으로 그릇 모으기 시작한 작품(?)이네요.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암튼.. 음식에 관심이 가면서 그릇에 관심이 가는 거...
    그것도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모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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