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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께 한 거짓말을 어찌할까요???

승연맘 조회수 : 1,518
작성일 : 2004-04-12 01:15:27
제목이 좀 그렇지만 살면서 그다지 거짓말을 하거나 그런 일은 많지 않은데 시어머니께
황당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 심장이 두근거리는구만요.
지금의 딸아이를 가졌을때 시어머님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시누이셋과 며느리 둘이 혼이 나갈 정도로 퇴원때까지 정신이 없었습니다.
수개월 입원하시는 동안 우이 어머님이 미각이 까다로우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아주 찐~하게 실감을 했었지요.

병원밥이 맛없고 먹을 게 없다고 하셔서 시누이, 며느리 할 것 없이 사골국과 갈비, 호박죽,
제철과일 등을 사다 나르기 바빴습니다.
그때 사골을 잘못 사서 고아 가는 바람에 하마터면 세상을 등질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그 미각이 발동하셔서 잔인한 비평을 하신게지요....
(전 그후부터 사골국은 절대 고아 먹지 않습니다)
이건 가슴 아픈 일이라 어지간하면 말 안하고 싶은데 이런 적이 그후에도 몇번 있었지요.

여하튼 아이 낳고 종종 시댁에 갔었는데 원래 음식을 잘 해가는 습관이 있어 김치며 오이소박이며
조기며 이런 것들을 만들거나 사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기관지가 안 좋으신지 계속 기침을 하시길래 배즙과 냉면 육수를 사가지고 갔었지요.
재미있는 건 전 82cook에서 유명한 **골 냉면 육수를 오래전부터 애용하고 있었어요.
패트병에 담아 갔는데 사실 전 아버님이나 드시라고 산 거였어요. 어머님이 식사를 못 챙기시니까
손수 차리시는 게 힘드실가봐서요.

그런데 어머님이 당장 냉면을 드시겠다는 거 아닙니까. 았싸라비아~
저의 머리는 파바박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절대 사온 육수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드디어는
양지머리와 사태를 고아 동치미국물과 섞은 것이라고 말을 해버렸습니다. (오호~)
우리 어머님 미각에 사다먹는 육수라면 그 다음의 일이 짐작이 가는 터라 그리 되었지요.
얼마나 드시고 싶어하시는지 한의원에 전화걸어 메밀을 먹어도 되는지 확인까지 하셨습니다.
희한한 건 사온 육수라는 걸 모르시더라구요. 편찮으셔서 미각이 둔해지신 거였지요.
(장금이가 드라마 속에서 미각을 잃은 건 정말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제가 열무김치와 육수를 섞고 오이를 저며 올려 냉면을 만들어 드렸더니 너무나 맛나게 드시는 겁니다.

그후 세월이 흘렀지요. 2004년 4월 지난 토요일!  구정 이후 시댁을 가보지 않아 간만에 제가 가자고
해서 돌잔치 하는 집을 들러 점심식사를 하고 오랜만에 시댁에 갔습니다.
뭘 사가야 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가 텅 비어있더라구요.
시장을 봐서 깍뚜기를 하고 오이생채를 만들고 비지찌게, 잡채, 두부조림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렇게 음식을 하는 동안에 어머님이 그러시는 겁니다.

난 니가 해준 음식 중에 냉면이 젤루 기억에 남구 맛있더라. 잊을 수가 없어...하시는 겁니다.
았뜨~ 차마 얼음골 육수 사다 한거라는 말 못하고 다음에 해드릴께요...그랬는데 나중에라도
양지하고 사태 고아서 해보라고 하면 이를 어쩌나요?? 거짓말한거라고 하면 이거 완전히
괘씸죄 아닙니까?  완전히 눈밖에 나는 거지요..(이미 눈밖에 났는지도 모르지만...)

제 생각엔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거 같은데 그게 낫겠지요???
IP : 211.204.xxx.172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로리아
    '04.4.12 1:47 AM (211.33.xxx.137)

    아뇨아뇨...그러면 님이 앞으로도 계속 편치 않을것 갔네요.
    저는 반대. 더구나 계속 해달라고 하시면 그때마다 님은 거짓말장이가 돼잖아요.
    일단 "다음에 해드린다"고 약속했으니까 이번에는 암말없이 해드리시구요.
    그러면 양지.사태 고아서 하는 육수로 아시겠지요.
    올 여름쯤 `나는 내 식대로 **골 육수로 해먹어요' 하면서 한번 보여드리구요.
    이때 반드시 맛을 보게해드리고, 사먹는 것도 맛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려야되는데
    이 대목이 무지 어렵구만요. 여기만 통과하면....
    그 다음엔 일사천리인데요.
    계속 **골 국물에 말아드리면서 요리로 어느정도 점수를 확보해놓은 다음에
    그 `거짓말'을 솔직히 고백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그때되면 수년전 일로
    나무라실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 2. 산수유
    '04.4.12 2:08 AM (220.123.xxx.44)

    너무 마음 씀씀이가 고우신 며느님이시네요.
    구태어 그렇게까지 하실건 없구요
    시누님과 마음이 통하시다면 그 회사 제품을 하나 선물 드리면서
    (82Cook도 알려드리고 여기서 정보를 얻어 사신거라고 강조..)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시누님을 통해서 시어머님께 전달하시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시엄니들도 옛날과 달라서 금새 알아채릴수 있어요. 진심은 통하는것이니까
    겁내지 마시구요..
    저도 남편이 벌써부터 냉면 타령을 해서 그 회사제품을 사서 며느리하고 나눌생각인데요
    그 회사 이름을 적어놓았는데 어디갔는지 안보여요. 그 회사 전번 좀 올려 주실래요.

  • 3. 헤스티아
    '04.4.12 2:10 AM (218.152.xxx.7)

    전 그냥 비밀로 하고 지내겠어요.. 쬠 비겁하죠?

  • 4. ....
    '04.4.12 9:01 AM (203.241.xxx.142)

    저같으면 비밀로 하겠습니다.
    더 기분 나빠하시고 앞으로 두고 두고 며느리를 불신하는 상태가 오면 어쩌죠?
    음식 하나 때문에 이른 일이 생긴다면 끔찍할 것 같네요.

    그냥.. 담번에 말씀하신대로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갔다가
    그때 맛이랑 다르다고 하시면.. 어쩌다 소 뒷걸음질하다 쥐잡은격으로 그 맛이 나왔다고 말씀하시면 어떨까요.

  • 5. 이영희
    '04.4.12 9:07 AM (211.192.xxx.242)

    냉면 육수만큼 어려운게 없어요. 매번 조금씩 맛도 틀리고.... 얘기 안하는게 좋을듯해요....음... 그동안 그렇게 맛있었다면 자랑도 하셨을텐데 배신감들까봐....그냥 그맛이 잘 안나네요.하는건 어떨지 ...애구 모든 거짓말(?)은 나무 처럼 자라나봐요.

  • 6. 키세스
    '04.4.12 9:13 AM (211.176.xxx.151)

    에궁 그때 맛있게 드시고 나서 사실 그 육수 산거예요. 깔깔~
    이러셨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나?
    그 맛을 직접 낸다는 건 불가능 한 거 아닐까요?
    ....님 말씀처럼 하시는게 나을 것 같은데... --;

  • 7. ...
    '04.4.12 9:56 AM (210.126.xxx.65)

    시치미 뚝 떼고,,,
    "어머어머, 어머님,,, 마트 갔다가 발견한 냉면육수가 있는데요,
    제가 만든거랑 맛이 똑같네요. 요즘은 사다 먹는 음식도 먹을만 하다니까요~~
    앞으론 저도 만드느라 고생 안하고 사다 먹어야 겠어요~ "
    그러면서 맛 뵈 드리고, 앞으로 사다 드리면 안 될 까요?
    그러다 한참후 그래도 안되겠다 니가 한번 해 봐라~ 하시면,
    사다 먹느라 만든지 넘 오래돼서 그 솜씨가 나올지 모르겠네..하시면서,
    별루 맛 없게 만들면,,,시어머니도 사드시는게 낫다 하시지 않을까요? ^^
    이상은 잔머리굴리기 였습니다.

  • 8. 세실리아
    '04.4.12 10:27 AM (152.99.xxx.63)

    진짜 넘 착한 며느리세요 ㅋㅋ
    저같으면 얼음골 육수 사다가 배즙이나 동치미국물이나 하여간 뭐든 조금 섞어서
    맛을 조금 다르게 한담에 가져가겠어요(혹시 나중에 어서 드셔보시고 산거란걸
    아시면 안되니까). 그리고 이맛이 아니다 이러시면 어머님 그때 편찮으셔서
    미각이 둔하셨었나봐요..똑같이 한건데...그냥 그렇게 넘어가세요 ^^

  • 9. 송심맘
    '04.4.12 10:46 AM (211.203.xxx.9)

    당신을 이달의 며느리로 임명합니다~ 너무 맘 고우시네요..

  • 10. 안양댁^^..
    '04.4.12 12:54 PM (211.211.xxx.163)

    ㅎㅎㅎ어쩌나....저같으면 거짓이든 사실고백이든 ,그정성이 예뻐서
    안아줄것같은데요,너무마음 졸이지마세요,위의님들글 참고하시구요,좋은날들 되시길........

  • 11. 코코샤넬
    '04.4.12 1:55 PM (220.118.xxx.219)

    승연맘 진짜 대단하시다.....
    나도 배워야지....

  • 12. 여니쌤
    '04.4.12 1:55 PM (210.207.xxx.147)

    저 같으면 ..
    이번엔 제가 직접 만들어서 맛이 비슷하건 다른건 간에 드시라고 하구서..
    맛있다고 하면 다행이고..
    맛이 다르다고 하면.. 어머 그래요? 항상 맛이 같을순 있나요? 하믄서.. 은근슬쩍 말 안하고 넘어갈껍니다.ㅋㅋㅋ
    솔직한것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모르고 계신게 나을수도 있어요. 제 생각엔 그래요.
    어? 세실리아님께서 저와 비슷하게 말씀하셨네요..^^

  • 13. joy
    '04.4.12 2:02 PM (219.241.xxx.148)

    우선은 재미있고 예쁜 마음에 웃었고.
    또 얼마나 맘이 쿵쿵(!)하셨을까 싶네요.
    여름은 다가오고 어머니가 또 냉면 이야기하시면 어떻게 하나 제가 다 걱정이 되네요.
    저두 간이 무지 작은지라....
    여러분들의 지혜를 잘 참고 하셔서 이번 여름 맘 편히 보내시길....
    그런데 그 육수가 그렇게 맛있나요?
    어디서 살 수 있는 거예요?

  • 14. 승연맘
    '04.4.12 2:41 PM (211.204.xxx.150)

    전 까르푸에서 사다먹다가 직접 회사에 주문해서 먹었어요.
    이사한 동네의 마트는 입점이 안되어 있다고 하네요.
    (주)해인식품이구요
    전화번호는 114에 물어보세요. 저두 갖구 있는 게 없네요.

  • 15. 봄날
    '04.4.12 3:30 PM (61.78.xxx.18)

    그 이쁜맘으로 무엇을 만든들 맛이 없겠습니까.. ^^
    걍 어머니께서 냉면 드시고 싶다 하시면 네~ 해드릴께요하구 해드리세요..
    얼음골 육수가 맛있으면 님의 그 정성어린 맛보다 더 있겠습니까...
    육수물 우려서 청수냉면에 들어있는 스프넣구 잘익은 열무김치 잘 섞어서 간만 잘 맛으면
    (그리구 아주 시원하게..살얼음이 살짝 얼도록 냉동실에 넣어서..) 이렇게 하면 얼음골 육수처럼 맛있는 냉면 할수 있어요.. 시어머니께서두 며느리가 당신을 위해서 해주는 이쁜마음 드시는걸 거예요.. 거짓말두 아니구요 고백이니 뭐니 하실것두 없습니다..
    활짝핀 봄꽃보다 이쁜 님의 마음이면 만사가 오케인데요 뭐...^^

  • 16. 캔디나라
    '04.4.12 3:43 PM (211.178.xxx.88)

    저도 어머니뿐아니라 시댁식구 전부한테 거짓말을 했는데...
    저희애가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들어가는데 시댁에서는 왕따를 당하다고 다 늦게 보내라는 거에요. 하지만 남편과 전 구지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떼어가면 늦게 보낼 이유도 없었고 이곳에 그문제로 글올렸었는데 다들 일찍보내도 별문제 없더라고, 시간도 벌고 좋다고 하셔서 유치원입학식날 6세반에 넣으라고 하시는걸 남편과 제 맘대로 7세반에 넣고 6세반에 넣었다고 거짓말 했습니다.
    지금도 들킬까 조마조마 합니다.
    우리애는 유치원에서는 7세하고 친구고 집에서는 7살인 큰시누아들한테 형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는 헛갈려하는데 지금 제가 아이한테 설명을 하면 수다쟁이 우리아이 할머니한테 다 말해버릴까봐 우리애가 나이얘기 꺼내면 제가 괜히 '공부안해' 등등 딴지를 걸지요.
    이것도 제가 빨리 분가를 해야될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암튼 아무리 악의없는 거짓말이라도 시어머니라면 가슴이 조마조마 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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