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리빙 노트에서 혜경님의 "선물"이란 글을 읽으니 문뜩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요..
중학교 때였습니다.
뽀글뽀글 진한(?)꼽슬머리에 말투도 거세고 행동거지도 털털함의 극치였던
친구가 있었죠..
저랑 그리 친하지는 않았어요..
저랑 친한 친구(이 아이를 A라고 하죠.)와 친했었죠.
A를 사이에 두고 그 아이와 제가 있었고
중간에 있었던 A는 그저 순하고 착한 타입이여서 자존심 센 저희 둘을 둥글둥글 다 받아주며
우린 그렇게 어울렸어요.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 친구는 집안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였습니다.
그저 흔하게 쉬는 시간마다 몰려가서 매점에서 간식을 사 먹거나
방과 후 학교 앞 분식집에 들려 떡볶이며 오뎅등을 사먹을 용돈이 그리 넉넉지 않은..
저흰 몰랐어요.
자존심 강한 그 아인 그런 티를 전혀 않 냈으니까..
그저 잰 간식 먹는 걸 별로 않 좋아하나보다 했지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글을 좀 썼었어요.
여기저기 글짓기 대회에 자주 불려 다녔죠..
좀 부끄럽지만 학교내에서나 시, 도내에서는 꽤 알려진 편이였는데
그건 제가 글을 잘 써서라기 보다 그 당시 그런 대회에 나오는 아이들은 뻔했고
그 안에서 좀 자주 상을 받다 보니 그렇게 되었던 거죠.
그런 제 글에 그 친구가 등장한 적이 있었어요.
전 그저 그 아이의 특이한 점, 인상적인 점 등을 적었던 것인데
그 친구는 그게 좋았었나 봐요..
어느날 그저 툭하니 제 책상에 던져주고 갔던 선물...
누우런 원고지 한권..
당시엔 원고지에 글짓기를 했기 때문에 전 늘 원고지가 필요 했었죠.
근데 그 친구는 제가 늘 쓰는 하얗고 뺀질뺀질한 고급 원고지가 아닌
누런 종이의 두툼한 원고지 한 권을 사서 제게 안겨 준 겁니다.
좋은 글 많이 쓰라는 수줍은 편지와 함께..
어린 나이였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고 전 가슴이 찡했어요.
무뚝뚝한 친구가 꿈을 키우라고 전해 준 그 원고지 한권 속에서 전 친구의 진한 우정을 느꼈거든요.
나~중에서야 그 친구의 형편을 전해 듣고 더욱 맘이 아팠지요.
전 그 때 고마워하는 제 깊은 속 마음을 사춘기 소녀의 변덕스러움 때문에 충분히 전해 주질 못했거든요.
그리고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한 그 친구와는 몇번의 편지를 주고 받은 후 연락이 끊어졌죠.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문뜩 소녀시절의 제 친구가 그립네요..
제게 그렇게 소박하면서 오래 기억되는 선물을 준 사람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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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선배님의 "선물"을 읽고..
champlain 조회수 : 848
작성일 : 2004-04-10 14:31:35
IP : 66.185.xxx.7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키세스
'04.4.10 7:15 PM (211.176.xxx.151)한창 사춘기때 얘기네요.
친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어야 할텐데...
저 중3때 앙숙이었던 친구와 같은 과에서 만났어요.
그때 걔가 어찌나 신경이 날카로왔는지 저랑 제짝이랑 쉬는 시간에 떠든다고 ㅜ,ㅜ
뒤에 앉아서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저랑 성적이 비슷했는데 맨날 놀기만 하는 제가 점수가 잘나오는게 속상해서 절 타도하겠다고 공부하는데 떠들어서 미워했었다고...--;;
그런데 성격이 바뀌는 건지 고등학교때 학교를 주름잡는 오락부장이었다고 하대요. @.@
대학땐 걔 땜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답니다. ^^;;2. 김혜경
'04.4.10 10:31 PM (211.178.xxx.34)82cook을 통해서 그 친구분 찾았으면 좋겠네요...
3. 호야맘
'04.4.12 6:15 PM (203.224.xxx.2)champlain님의 소중한 얘기네요.
그 친구의 따뜻한 마음....
제 마음도 따스해지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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