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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친정엄마
문득 친정엄마가 떠올라서 혼자 피식피식 웃습니다.
대형마트의 할인광고전단지 아시죠?
,,, 50프로 세일, 일별 한정 100개,,, 뭐 그런 것들 말예요.
일산에 이사오신지 2년 정도 되어가는 울엄마
신도시의 매력에 푸욱 빠져들어 이젠 다른데 못갑니다.
마두동에 사시니 인접한 까르푸와 뉴코아, 롯데, 이마트가
도보 20 분 사정거리 내에 들어와 있으니까요.
오늘처럼 화려한 세일 광고가 신문기사를 압도하는 날은
( 엄마의 관심은 탄핵 어쩌고와 멉지요.)
전화벨 울립니다
" 정아 , 니 빨리 온나. 닭 두마리에 1980원이믄 거저다."
"정아, 계란 한줄에 100원이다. 말 되나? 말 안 되도 롯데에서 딱 100줄만
요래 판단다. 일 없으면 빨 온나. (급해서 리 발음 안 들리고)"
닭 두마리 얼마전에 까르푸에서 약 일 주일 가량을
한 사람당 두마리만 가져갈 수 있게 1980원에 판 적 있습니다.
저희 엄마 거의 매일 도장 찍습니다.
아버지도 한가한 날은 꼼짝없이 따라가야 합니다.
아무리 떼를 써도 한 사람 앞에 두 마리 이상은 안 주니까.
생각해 보세요. 두 내외가 일정거리 두고
두 마리씩 배급받고
계산대 앞에서 만나 히히히... 해 냈어..눈빛 교환하시는 모습.
저도 한 번 따라 가 봤는데
못 먹는 감이나마
" 에이, 사람 없는데 살짝 두 마리 더 줘 봐요"
" 안 됩니다. 절대"
" 안 되는 게 어딨어"
나는 챙피해서 엄마 팔 끌고 나오고.
근데 엄마딸인 저는 그런데 시큰둥해서
" 아휴, 안 먹고 말지... 차끌고 나가면 기름값이 더들겠다.
내지는
" 엄마, 나 몸살기운이 있나 봐. 좀 쉬자"
슬슬 피합니다.
엄마왈 " 아이고 야야, 닭한마리 푸욱 과 먹고 쉬라. 젊은 아가 그리 약해서 어얘...."
그런데 두 분이 드시면 얼마나 드신다고 그렇게
사재기를 하시겠습니까?
며느리나 저나 남동생 가는 날이 냉장고 숨통 열리는 날이지요.
이어지는 자랑스러운 전황보고!
"요거는 이마트서 아침에 두 개 2000원... 요거는 롯데서 한줄에 100원,,, 파인애플
2개 2980원.. 오렌지 너 얼마에 사 먹냐? 나는 이거 5개 3000원 줬는데.."
(아침에 보니 이마트에서 네이블특대오렌지 7개에3980원이라죠..
아. 지금 벌떡 컴 앞에서 일어나는 82식구들 보이네요.)
저는 사실 가격 안보고 사는 때도 많아서
물가가 뛰는지 기는지 거의 관심없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울엄마, 10원단위까지 정확히 꿰시네요.
이 광경,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아버지... 전염증세가 심하시지요.
제가 아버지를 닮아 경제관념 없고 철없고 좀 그런편인데
왜 그렇게 되셨을까요? 아버지도 이젠 반짝세일의 그 스릴을 즐기시는 눈치여요.
근데요.
저는 그런 미끼상품에 코 꿰어 카트가 찰찰 넘치도록 사 오는 반면
깍쟁이 울엄마 , 겨냥한 품목한 따악 명중시켜 나오시죠.
바구니조차 거들떠 안 보시고... 히야, 놀라워라.
어쩜 그리도 유혹에 강하신지... 허나 시식코너는 한 군데도 안 놓치는 눈썰미
진열대의 찰빵을 좌르륵 훑어서 제 손에도 쥐어주시며
"꼭꼭 씹어라. 언친다."
한번만 타면 되는 좌석버스의 편리함을 빌어 가끔씩
모래내 시장까지 행차하셔서 나물이며 김치거리며 족발 등을
마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포획하여 오시는 그 놀라운 정력.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발뒤꿈치조차 못 따라갑니다.
이렇게 엄마를 허락없이 만천하에 공개하면서도
이런 엄마 덕분에 삼남매가 무사히 잘 클 수 있었다는 전설따라 ...
넘 길었죠? 하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
에고,... 오늘의 화려한 전단지 내역들로 봐서 지금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겠네요.
아직도 못다한 쒹쒹한 울엄마 이야기.
1. GEENA
'04.3.11 10:22 AM (211.213.xxx.38)저도 신혼때는 그랬는데...
몇백원 싼 간장사러 버스 한구역은 걸어다녔거든요.
수첩에 생활 필수품 가격비교표가 있었어요. (간장, 휴지, 각티슈.... 이런 거)
덕분에 남편한테 점수 톡톡히 땄었죠. ^^
(아가씨때 옷이나 구두, 가방 사치가 심해서 은근히 걱정했다 그러더라구요.)2. 나르빅
'04.3.11 10:23 AM (211.219.xxx.68)아.. 다시마님. 너무 재미있고 가슴 뭉클하네요.
어쩜 글을 이리 맛깔나게 쓰시는지요? 엄마에 대한 사랑도 애틋하고..
저희 부모님도 경상도신데 사투리가 너무 반가워요.
얼마전에 돌아가신 큰이모가 그리워지네요.
전화받으면 다짜고짜 '누구아고?(누구니?:울자매중)'하시던 정겨운 목소리..3. peacemaker
'04.3.11 10:55 AM (218.155.xxx.151)어머님의 그 씩씩하심..
삼남매 키우시며 생기신 것이겠지요...4. 다시마
'04.3.11 11:00 AM (222.101.xxx.98)아휴, 데뷰글이라 신경이 쓰여 수정하기도 몇 번 클릭하고 다듬고 했더니만(아침 설거지도 아직 못하고) ... 좋게 읽으셨다니 감사해요. 전단지 들고 나가 볼까 했는데.. 넘쳐나는 家事가
꼼짝 마! 붙드네요.5. technikart
'04.3.11 11:08 AM (81.49.xxx.196)글이 넘 재밌어요 다시마님!
국물에 들어가는 다시마 처럼 정말 맛깔나게 쓰신거 같아요.
이런글 읽으면 아침에 신문에 껴오는 전단지들이 가득한 울나라 넘 그립습니다 ㅡ.ㅜ6. 나나
'04.3.11 11:27 AM (211.49.xxx.188)다시마닌 닉처럼 글도 맛난맛이 잘잘 흐르시네요..
근데,쩝,,
전 미혼인데도,,(자취생) 다시마님 어머니의 스타일로 장을 잘 본답니다..
동네 마트서 계란 한줄에 500원 라면 5개에 1000원,우유 1리터짜리 500원 세일하면,,
얌체같이 시간 맞춰서 줄서서,,고것만 달랑 잘 사온답니다...^^;;7. 파슬리
'04.3.11 11:46 AM (211.222.xxx.212)마두동. 반갑네요~^^
8. jill
'04.3.11 12:15 PM (220.87.xxx.208)울 시어머님이 그러세요..
쎄일한다 그러면 줄 서서 사오시고 댁에 전화 해서 안받으면
백발백중 마트 쎄일장 보러가서 줄서 계신겁니다..
대단하다 그러면서 저는 절대로 그게 안된다는...--;;
다시마님 데뷰 츄카 드립니당..9. 깜찌기 펭
'04.3.11 12:37 PM (220.81.xxx.145)그렇게 아끼셔서 자식 잘키우고, 어머니 여가활용이고 일석 이조네요. ㅎㅎ
10. 방우리
'04.3.11 1:49 PM (211.207.xxx.239)정말 알뜰하신 어머님이시네요....
다시마님 다음 글 또 기대합니다...11. 카페라떼
'04.3.11 3:11 PM (61.106.xxx.10)어머 나나님 저와 똑같네요..^^
저도 아직 미혼인데 어디엔 뭐가 싸고...
저기엔 저게 싸고... 그런걸 아주 꾀고있죠..
저도 엄마와 가까이 살땐 어디 마트 세일하면
같이 나서곤 했는데...12. 키세스
'04.3.11 6:09 PM (211.176.xxx.151)이잉~~ 또 날아갔다.
요점만...
저는 미끼상품에 주르륵 딸려가서... 주렁주렁 들고 집에 온답니다.
마트에서 바라는 고객이죠. ㅋㅋ13. 김혜경
'04.3.11 10:37 PM (211.178.xxx.27)죄송한데요...어머님 너무 귀여우세요...
14. 다시마
'04.3.11 11:25 PM (222.101.xxx.98)와우!
저 오늘 기분 방방 떠서 잠이 잘 안 올 것 같은데 어쩌죠?
이거 죄 복사해서 엄마 보여드리면 좋아하실라나?
다녀간 모든 분들,,,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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