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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생신축하 드립니다...

우렁각시 조회수 : 922
작성일 : 2004-03-09 12:26:40
어제가 저의 두 엄마의 생신입니다.(시차가 늦으니 여기선 오늘이죠.)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나의 어머니와 나의  남편의 어머니"의 생일이 똑같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때 그저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시아버님께서 굉장히 신경을 쓰시더군요.
첫 말씀이 전날에 일단 시댁을 와서 자고
담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역국이랑 아침식사한 후에 천천히 너희 집에 가면 되겠구나..하시데요?
"내 생일은 그냥 넘어가도 너희 엄마생일은 그러면 안된다."하고 넌지시 한 말씀  던지시구요.
며느리 군기를 잡으려는 아버님은 심각하셨는데 이  철없는 며느리는 그저 속으로 풋풋 웃기만 했죠.
"아무려면 시어머니를 제쳐두고 제 엄마 생일 챙기겠다고 달려온 딸을 엄마가 반기실까"

그러기를 몇 해...
저희 시어머니, 제가 무서운 시아버지께 이리저리 책잡힐까봐
항상 미리 미역국을 끓여두고 절 기다리셨어요.
한 번은 몰래 끓여서 가져가는건 어떨까..했다가 이틀전에 미리 끓여 두셔서 푹 고은 곰탕같은 미역국을 먹기도 했습니다.
전 그저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이랑 케익 사들고 가서
색색가지 초꼽고 사진찍고 노래 불러 드리고...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는게 다였죠.

처음 당신 아들이랑 결혼하겠다고 했을때
"네 시아버지 성미를 그대로 닮은 아들이라 맘고생이 클게다. 더도말고 10년만 네가 꾹 참아줘라."
하셔서 절 당황하게 만드시더니  
이젠 "그래, 네 신랑은 그저 네가 알아서 해라. 살아보니 안사람 말 잘듣는 남편이 최고더라."
방금전도 msn으로 "얘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줄 알지..." 절 울리셨지요.

전 지금까지 친정어머니께도 생신상을 못 봐 드렸어요.
사실은 그 날이 공교롭게도 바로 저희 외할아버지의 기일이거든요.
제 기억속의 엄마 생일은 아예 없었다고 할까요.
시골로 제사 지내러 가시면서 엄마가 부엌에 한 솥 가득 끓여 놓은 국도 미역국은 아니었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지나간 엄마의 쓸쓸한 그 생일들을 떠올렸지요.
남편에게 미역국 끓여내라고 으름장을 지르면서...
이번 생일 선물은 뭐 줄꺼냐고 며칠을 미리 채근하면서...
이번 어머님 생신선물은 뭐가 좋을까요? 얼마쯤 예상하세요? 웃동서와 장거리 통화를 하면서...
" 뭐, 결혼하고 사위 첫 생일은 장모가 차린다고? 좀 그렇군.....차린다가 아니라 그냥 챙겨준다..겠지.
근데 그 사위들은 결혼하고 장모 첫 생일에 다들 뭘 해주시나? " 동료들이랑 이죽거리며...
때로, 외할아버지가 원망스럽고 ( 당신이 날을 정하신건 아니지만)
단 한번도 근사하게 부인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길줄 몰랐던 아버지 불평뿐.

미리 시댁 가기전에 들러 선물을 드리고 나오거나
안계신줄 알지만 들러서 아무도 없는 집에 케익을 두고 나오면
"아유, 누가 이 케익을 다 먹는다고 사오고 그러냐?"
"아이고, 이 사람아, 이런데 번 돈을 다 쓰면 어떻하나"  막내딸과 사위를 나무라시지만 그 미소를 제가 모르겠어요?

어머니들....
늦었지만 생신 축하 드립니다.....
두 분은 제 인생에 귀한 보물들이십니다.
사랑해요~~

IP : 65.93.xxx.10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복사꽃
    '04.3.9 1:01 PM (211.216.xxx.126)

    우렁각시님, 늦었지만 양쪽 어머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전, 시부모님 생신상을 결혼해서 한번도 차려드린적이 없답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챙겨드릴수가 없었지요.
    다음달 초에 아버님 생신이 돌아오는데, 이번에도 전화로
    대신해야할듯....

    우렁각시님, 생신상차리기 많이 힘드셨겠네요.

  • 2. 김혜경
    '04.3.9 1:29 PM (211.215.xxx.61)

    우렁각시님을 낳아주신 어머니와 우렁각시의 신랑을 낳아주신 어머니, 두분 어머님, 진심으로 생신 축하드립니다. 우렁각시 더 많이 사랑해주시와요!!

  • 3. 꽃게
    '04.3.9 1:37 PM (211.252.xxx.1)

    그냥 콧등이 시큰해지는데요...
    저는 요새 맨날 울엄니한테 오래 사셔야 한다고 떼 쓴답니다.
    이젠 친정 엄마나 똑 같아요.
    우렁각시님 두분 어머니도 건강하시길~~~

  • 4. 방우리
    '04.3.9 2:27 PM (218.239.xxx.104)

    우렁각시님댁 두 어머님!
    생신축하드립니다....

  • 5. ellenlee
    '04.3.9 2:40 PM (24.55.xxx.75)

    아 오늘 축하할일 많아서 너무 좋네요,
    우렁각시님 두분 어머님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요...
    마음 예쁘신 우렁각시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6. 깜찌기 펭
    '04.3.9 3:15 PM (220.81.xxx.197)

    두어머님 생신 축하드리는 우렁각시님 마음이 더 예쁩니다.
    두분모두 오래 건강하시길 바래요

  • 7. La Cucina
    '04.3.10 1:35 AM (172.140.xxx.147)

    저도 늦었지만 두분 많이 축하드려요.
    읽으면서 마음이.....
    두분 건강하게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고~ 우렁각시님과 남편분도 행복하세요 ^^

  • 8. 우렁각시
    '04.3.10 2:29 AM (65.93.xxx.27)

    감사드려요...
    모두 건강하시구요...

  • 9. 카페라떼
    '04.3.10 5:45 PM (61.106.xxx.184)

    저두 늦었지만 양가 어머님들 생신 축하드려요..
    그런데 어찌 생일이 같은 날일까..신기하여라...
    우렁각시님 신랑분하고 인연은 인연인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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