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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현종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어주경 조회수 : 1,169
작성일 : 2004-01-11 22:07:04
저희 가족이 동계여행을 계획하면서 울진에서 대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우리 회원 중에 어부현종님이 울진 죽변항에 거주하신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쪽지를 날렸구요, 대게 식당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어부이시지만, 시골 친척집이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오라는 말씀에 힘을 입어 시어른들을 모시고 토요일(10일) 저녁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일찍 오라는 말씀이 있었지만, 다른 일정도 있어 저녁 6시 반이 되어서야 만나기로 한 죽변파출소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혹시 어부현종님 댁을 방문하실 분을 위하여 말씀드리면, 죽변파출소와 죽변소방서가 비슷하므로 헷갈리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는 죽변소방서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잘못을 알고 파출소로 갔습니다). 현종님께서 방그레 웃으시면서 마중을 나와주셨습니다. '법 없이도 살 양반이다'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런 첫인상이셨습니다. 죽변항 근처에 차를 세워 놓고 현종님을 따라 고불고불 골목길을 돌아 현종님 댁에 당도하였습니다. 똑순이같은 양비님께서 맛난 음식을 보글보글 끓이시면서 저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집은 소박하고 따듯하고 정겨웠습니다. 해가 넘어간 시간이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지만, 정말 행복이 묻어나는 집이었습니다.
연탄불로 뜨끈하게 데워진 방으로 저희를 인도하시고 아이스크림문어를 내어 놓으셨습니다. 저야 서울 촌놈이지만, 시어른들께서는 경상도분들이시라 먹거리나 사는 생활에 대한 얘기가 많이 통하시는 듯했습니다. 얼린 문어를 입에 넣고 살짝 녹이면 문어 맛이 저절로 느껴진대요. 저희 아버님께서 문어를 좋아하셔서 참 잘 드셨습니다. 양비님께서 특별히 맛난 복지리와 복어찜(?)을 한 상 차려주셨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에, 대게를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복지리와 함께 밥상이 차려져 시어른들께서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었는데, 양비님께서 집에 온 손님인데 게는 나중에 먹더라도 밥을 먹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 말이 맞았습니다. 시어른들께서 얼마나 복지리를 맛나게 드시던지,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게 이야기는 없이 복지리 말씀만 하시는 걸 보고, 양비님이 모든 생각에 저보다 앞 선 분이시라는 걸 인정해야 겠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한국산 게를 쪄오셔서 온 가족이 그냥 옆도 안돌아보고 다 먹었습니다. 현종님께서 한국게와 수입산게의 차이점, 그리고 먹는 방법에 대해서 소상히 알려 주셨습니다. 한국게는 다리가 부드럽고 연한데, 수입게는 다리가 딱딱해서 가위로 잘라서 먹어야 한다구요. 그리고 3, 4월이 되어야 게가 맛있다고.
현종님께서는 우리가 좀 일찍 도착하면 죽변항근처를 같이 돌아보고 사진도 찍고(현종님 디카 솜씨 모두 아시죠?) 그러려고 하셨다는데, 우리가 워낙 늦게 도착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답니다. 저녁 먹고 이야기라도 푸짐하게 나누었으면 좋았으련만, 일찍 잠자리에 드셔야하는 어른들이시기 때문에, 저녁만 잘 대접 받고 8시쯤 나와야 했답니다. 현종님과 양비님께서 얼마나 섭섭해 하시던지. 제가 너무 서울깍쟁이같지 않았나 지금에 와서야 후회가 됩니다. 그나마 디카도 차에 두고 내려서 사진 한 장 찍을 수도 없었던 것이 더 후회가 되지요.
다음에 찾아가면(?) 정말 많은 시간 같이 보내고 이야기도 정말 징하게 많이 하고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82cook 식구이기도 하지만, 현종님 홈페이지에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현종님 댁을 방문하고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부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정말 사랑으로 대하시는 모습에서 참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알고 소중하게 여기리라 다짐합니다.
이 글을 빌어 현종님과 양비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찾아뵐께요.
IP : 218.155.xxx.14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1.11 10:18 PM (219.241.xxx.76)

    주경님, 여행 즐거우셨나봐요....
    주경님 글보니, 저도 죽변항이 무쟈게 그립네요...

  • 2. 경빈마마
    '04.1.11 10:27 PM (211.36.xxx.231)

    그렇게 사시는 것을 행복이라고 믿으시고...늘 이웃과 함께 하려고 애쓰시는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잘 다녀 오셨고...특히 어르신 모시고 다녀온 마음이 곱습니다.

  • 3. 아짱
    '04.1.12 12:00 AM (211.50.xxx.30)

    와우...울진 가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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