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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대로 안하는 것

삶의 지혜 조회수 : 1,711
작성일 : 2004-01-09 15:21:42
저도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예요. 사실 한 때 아주 착했습니다. 하라는 거 할려고 노력했구요 못하면 미안해 하고 다음에라도 하려고 기억해두고....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 점점 힘들어 졌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더라는거지요.

'누가 알아줘서 하나?'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힘들어도 마음 풀어 놓을 곳도 없더라구요.

우울증 걸리고 머리 빠지고 편두통에 소화장애까지. 내 삶을 좀먹어가면서 이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내 자신이 불쌍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렇게 되었습니다.

전요 이제는 주변에서 아무리 하라고 해도 속이 뒤틀린 것은 안합니다.

우선, 녹두 빈대떡 안합니다.
저 녹두 빈대떡 잘 만들어요. 우리 친정어머니 방법대로 하면 손위형님이 만든 것보다 낫습니다. 남편도 녹두 빈대떡 정말로 좋아하거든요.(남편에게는 미안해요.)
요즘은 깐녹두가 믾지만 예전에는 녹두가 비싸기도 했지만 명절 때가 아니면 그냥 녹두를 사다가 껍질을 벗겨서 갈아서 했습니다. 그 일이 만만한 게 아니거든요.  
어느 해 좀 더울 때 녹두 사다가 불려서 껍질 벗겨서  엄청난 양의 녹두 빈대떡을 했습니다. 시누도 온다고 했고, 남편도 좋아하고, 저도 물론 좋아 합니다.

맛있게 먹고나서 우리 시누(손위 시누)

"참 맛있네. 난 이런게 못하는데...." (듣고 있는 저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에 갈때 좀 가져가시라면서 인심도 쓰고요.)

그때 우리 시어머니,"그거 쉽다. 녹두하고 쌀하고......"
(참고로 우리 시어머니 평생 녹두 빈대떡 한 번도 [문자 그대로] 하신 일 없습니다. 녹두 빈대떡 하는 동안 뒤집어 주신일도 없습니다. 식혜, 수정과, 못하시고. 하다 못해 밥물 못맞춘다고 멀리 사는 아들 손자 며느리 와도 밥 안해 놓습니다.)

거기다 덧 붙여서
" 한시간이면 한다."
이 사건 이후 저 녹두 빈대떡 안합니다. 하기 쉬운 사람이  한 시간 만에 해서 먹으라고...



또 안하는 것.
압력 밥솥에 밥 안합니다.우리 시어머니 압력 밥솥에 밥 5분이면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손님 현관에 들어올때 불키면 식탁에 앉을때 밥이 된대요.
압력 밥솥이라고 뜸안들이나요. 압력 밥솥에 현미밥하면 뜸 잘 들여서 맛있게 하는데 저 그거 안해요.
또 5분 소리 나올까봐. 불쌍한 우리 남편 그 좋아하는 현미밥 못 얻어 먹습니다.
어쩌다가 압력밥솥 쓸 때도 시어머니가 사신 휘슬러 압력 밥솥은 안 써요. 밥솥이 타네 불이 크네 손잡이가 녹았네 하시기 때문에. 싸구려 (성능은 좋지만) 할인점용 압력 밭솥 씁니다. 역시 참고로 말씀드리면 우리 시어머니 압력솥 한번도 쓰신일 없습니다. 휘슬러 왜 사셨느나고요? 저도 몰라요.



우리 시어머니 동창회 회식하고 오시거나 친척집에 가셨다가 별미를 드시고 오시면 꼭 그거 저한테 시키는데 이런 식입니다.  

"그냥 채소에 양념해서 볶았다는데 맛 있더라."
무슨 채소? 무슨 양념? 어떤 맛?
"하기는 쉽다던데 함 해봐라. 애들 주게(이 부분 역시 저 열 받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저요 열심히 물어서 했습니다.  
칭찬? 못듣죠. 재료며 만드는 방법이며 하나도 정확하지 못한데....

"솜씨가 다르니(정확하게 말하면 솜씨가 못하니) 맛이 안나는구나. 누구누구는 참 잘하던데...."

요즘 이런 짓 안 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요.
"어머니 한번 해 보세요. 맛을 알아야 해드리죠. 호호...."
우리 어머니 귀찮아서 절대로 안 하신다는 것 저 잘 알아요.

아니면,
"거기 어딘데요. 저도 한번 사주세요. 먹어봐야 맛을 알죠. 애들 데리고 외식 한번 해야겠네.( 뒷 부분은 혼자말 처럼)."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에 안하기 시작하니까, 더 이상 하라 마라 소리가 없다는 거죠.

덕분에 좋아하는 음식은 못 먹어도 속 상한 일 한 두 가지 줄었습니다.
IP : 203.230.xxx.11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동이
    '04.1.9 3:29 PM (211.201.xxx.234)

    와우~~ 감동입니다.
    저도 이런 지혜(?)를 가져야 몸이 좀 편해질텐데... ㅠ.ㅠ
    명절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와있고...
    참 걱정이 태산입니다.

  • 2. 지윤마미..
    '04.1.9 3:39 PM (221.158.xxx.6)

    마져요...정말...
    같이 사시는거 같은데...
    힘드시겠네요..
    그런 자잘한 말씀이...

    힘내시고요, 스트레스 받으시면 82쿡으로 오세요~~
    저희가 있잖아요.....

  • 3. 꿀벌
    '04.1.9 4:08 PM (211.222.xxx.181)

    원래 일 못하는사람이 더 잔소리하는법이에요
    우리 낭군도 나는 먹어보지도 못한 시어머니표 반찬 하라고 해서
    시외전화까지 걸어서 물어물어 했더니
    이맛이 아니네 하면서 투정이에요
    지가 하지~

  • 4. khan
    '04.1.9 4:35 PM (61.254.xxx.73)

    원래 빈깡통이 시끄러운지라.....
    처신 잘 하셨네요.
    근데 우리 시엄니는 잡숫고 싶은건 하라는 말씀않으시고 항상 직접 해잡수셔요.
    그럼 우리는너무 맛있게 ...맛있다 ...하면서.... 잘먹어주고....정말 맜있기도 하구요.
    우리가 맛있게 먹으면 신이 나셔서 더 잘 만들어 주시고....
    암만 생각해도 난 뭇된 며느리 인가?

  • 5. GEENA
    '04.1.9 4:46 PM (218.53.xxx.51)

    울 엄니 18번은 며느리가 한 음식 자알 드시고 나셔서 '우리 애들은 이거 안 좋아한다.'....
    다 잘 먹던디...

  • 6. 라라
    '04.1.9 10:27 PM (220.122.xxx.136)

    그럼요, 그런 지혜가 필요해요.
    그저 참고 누르기만 하는거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고 해요.

  • 7. 김혜경
    '04.1.9 11:49 PM (211.212.xxx.31)

    하지마세요, 녹두빈대떡이랑, 압력솥밥...

    칭찬이라든가 따뜻한 말, 돈들고 힘드는 일도 아닌데 왜 그런걸 못하는 건지....

  • 8. 한해주
    '04.1.10 1:45 AM (202.161.xxx.119)

    우찌 그 시어머니 저희 시어머니랑 좀 비슷한 듯...
    하긴 저희 시어머니는 녹두빈대떡 자주 붙이십니다.(맛은 없습니다...그냥
    간장맛으로 먹지요..) 손이 커서 맛 없는 것들 엄청 많이 해서 냉동고에
    집어 처 넣습니다. 크크 그러면서 요리는 당신만 엄청 하시는 줄 아시지요.

    매일 세끼 차리는 사람 수고 하는 것도 모르시고..

    저희 시댁에서 제일 많이 쓰는 말 "먹어 치워라"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랍니다.

  • 9. 정이네
    '04.1.10 1:23 PM (210.98.xxx.141)

    너무 웃어서....^^
    진짜 하기 싫은 건 안해야 나중까지 속이라도 편하죠....
    쉬운 걸로도 칭찬 받을 수 있는데요...
    근데 전 제가 녹두 전 좋아해서 얼렁뚱땅 해먹으려구요.가루 사다가요....

  • 10. 태현모
    '04.1.12 3:01 PM (211.196.xxx.253)

    그렇게 도 트기 전까지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을까 생각하니...
    정말 빈대떡 뒤집기는 쉬워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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