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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결심...ㅡ.ㅡ
어머님은 근 한달째 입원중이셨어요.
이번에 상태가 너무 안좋으셔서 아버님이 쭉 간병 하셨어요.
남편은 매일 저녁..저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들려 보구요.
젊은 저도 2-3일이면 머리가 횡 돌거 같은 병원 생활을 아버님이 한달가까이 하셨네요.
그런데 그 만큼 상태가 나쁘셨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중간에 한번은 위독하단 소식받고 새벽에 달려가기 까지 했으니까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어렵게 지금까지 버티셨는데
어제 가니 아버님이 선언 하셨어요.
월요일에 퇴원하시겠다구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늘 좋아지셔서 퇴원 하신건데 이젠 가망이 없어서 퇴원하는것이라 그런지 마음이
너무 안좋네요.
현재 어머님 상황은 배가 흥부네 박처럼 아주아주 동그랗게 크게 불렀어요.
그야말로 바늘만 갖다 대도 팡 터져 버릴꺼 같이 말이죠.
복수가 그만큼 들어찼다는 이야기인데 이젠 관장을 해도 소용 없고 이뇨제도 듣지 않는거 같아요.
거기다가 얼굴이며 배며 온몸이 노랗다 못해서 오렌지빛깔...ㅠ.ㅠ
또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으시는거 같구요.
계속 주무시듯이 눈감고 누워만 계세요.
그러다가 눈뜨고 갑자기 알아들을수 없는 말만 하시고..
거의 끝까지 왔다고 봐야 겠지요.
어젠 제가 노메이크업으로 (병원갈땐 주로 그래요) 갔더니
첨에 어머니 하고 손잡고 부르니 눈을 살짝 뜨시더니 의외로
절 알아 보시는거에여.. 발음도 불분명하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향라 왔네.. 하시고
제가 네 하고 웃어 드리니까 뭐라뭐라 하시는데 못알아 듣겠기에 뭐라구요?
그랬더니 웅얼웅얼 하시면서 손으로 눈근처를 쓰다듬으시는거에여..
그래서 왜 화장 안했냐구요? 그랬더니..응..그러세여
그래서 그냥 안했어요. 왜 보기 싫어요? 그랬더니
아니야..이뻐
그러시네여..
마음이 뭉쿨...ㅠ.ㅠ
그러더니 다시 잠자듯 해버리시는 어머니..
한 4-5시간 앉았다 오는데 쑤어간 흰죽도 거의 못드시고..물 한모금씩 수저로 흘려 넣어 드려야 겨우 몰이라도 드시고
어머니옆에 혼자 앉아서 조용히 찬송가를 불려 드렸어요.
교회 안나간지 오래되어서인지 생각나는 찬송가도 없었는데 왠지 불러 드리고 싶었어요.
딱 한곡 1절만 생각나서 내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라...하며 불러 드렸지요.
반복해서 몇번 부르고 나니 어머님이 무의식중에서도 신음하듯 아멘 이라고 하시네요.
어머니...천국에 가심 더이상 아프지도 힘들지도 괴롭지도 않으실꺼에요..ㅠ.ㅠ
그렇게 옆에 앉아서 아버님도 위로해드리고
울적해 하는 허니도 달래주고 하다가 아버님 저녁 드시고 집에 오려고 어머님께 인사를 하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그래도 어머님께 눈물 보이면 어머님 이상하다 맘 상해 하실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꿀꺽 꿀꺽 눈물을 안으로 삼켜야 했어요.
어머님 저희 갈께요..또 올께여..나쁜꿈 꾸지 말고 좋은꿈만 꾸세요.
그러니 어머님 빙그레 웃으시네여.
어여 가~ 하시는데... 왠지 그 목소리가 이젠 다시 못듣게만 될거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래도 결혼하고 6년을 어머님 간병 해드리면서..또 철없는 며느리와 좋은 시어머니로서 지내왔는데
미운정 고운정 다 들고 정말 어머님 속살까지 다 봐드리며 지내왔는데 이젠 그런것도 다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지나간 시간들이 모두 머리속을 멤돌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분명 어쩌면 어머님이 저렇게 고통을 진통제로 삭이시면서 오래 버티시는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들처럼 시어머니랑 팔장끼고 백화점 한번 쇼핑 못해보고..
아니 흔한 시장도 한번 같이 못가보고 저희 집에도 딱 한번 밖에 못오셨었는데
전 병원 갈때마다 너무 괴로와했고 싫어했고 짜증나 했었습니다.
어제 어머님 옆에 앉아서 마음속으로 계속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네요.
어머님 귀한 막내아들 주셔서 감사하고 어머님 없어도 제가 평생 위하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도 해드리구요.
좀 전에 아버님이 오늘 내려가신다고 전화 왔는데
이제 가시면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혹은 일주일이 될지
어머님의 남은 생명은 초읽기에 들어 갑니다.
부디
이제 남은 마지막 시간 만큼은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으시길 기도할뿐입니다.
어머니...천국 가시면 이제 안아프실꺼에여..
소화도 잘될꺼구 기운도 펄펄 나시구요.
천국 곳곳 구경 다니시다가 커다란 대접에 보리밥에 나물넣고 고추장 넣어 쓱쓱 비벼서 한그릇씩 꼭 드세요...꼭 드시고 싶어 하셨으니 말이에요.
그동안 저 이뻐해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사랑해요 어머니..ㅠ.ㅠ
1. 김새봄
'03.12.29 12:09 PM (211.206.xxx.116)참으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저 어머님 고통없이 편히 가실수 있었으면 하는 맘 입니다.
러브체인님도 6년간 애 많이 쓰셨구요.
러브체인님 맘 아니까 어머님 아버님도 맘 나쁘지 않으실 꺼에요.2. hosoo
'03.12.29 12:11 PM (211.186.xxx.162)안아파본사람은,
옆에서 안지켜본 사람은
저심정 모를거예요~
저두 기도해드릴께요~
다들 건강하셨음 좋겠어요~3. 오이마사지
'03.12.29 12:36 PM (203.244.xxx.254)ㅠ.ㅠ;;
4. 김선영
'03.12.29 1:08 PM (203.247.xxx.54)글 읽으면서 목이 메어 넘 힘들었네요.
뭐라 드릴말씀이 없네요.5. 새벽달빛
'03.12.29 1:53 PM (211.219.xxx.58)뭐라고 위로해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저 눈물이 핑 도네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부디 편안하시길 바랍니다...6. 꿀단지
'03.12.29 2:29 PM (221.142.xxx.247)정말 목이메이네요
문득 몇해전 돌아가신 저희 시어머님이 생각나네요 럽첸님 어머님이랑 비슷한 증상을로 고생만 하시다가...
살아계셨을 때 손 한번 이라도 더 잡아들렸을 걸 하는 후회가 자꾸....
마지막까지라도 얼굴 자주 뵈드리세요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드리구요
부디 편안히 가시길 저 또한 빌어드려요.7. 꾸득꾸득
'03.12.29 2:34 PM (220.94.xxx.46)기도드립니다..
8. 딸기짱
'03.12.29 3:39 PM (211.194.xxx.158)울 아빠도 이 병이였어요...
배가 마치 만삭의 임산부처럼......
울 아빤 이 병 판정받고 채 2달도 못 살았는데..
나 시집가는 것도 못 보고...........
부디 편히 가시기를...9. yooky
'03.12.29 4:36 PM (211.119.xxx.175)저도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네요. 계실때에는 너무 힘들고 싫을때도
많았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후회가 되더군요.
계셨을 때 좀 더 잘해 드릴걸...
님의 시어머님도 고생없이 편안하게 가시기를...10. 설순기
'03.12.29 5:51 PM (202.156.xxx.130)아 슬퍼요
우리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목이 메네요
아빠가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8개월 있다 울 엄마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죠
2달정도 투병하시다 큰오빠네 집으로 들어가신지 1주일후에 돌아가시더군요
못된 딸이었음을 후회해도 지금은 소용이 없더군요.
옆에 계시는 아버님께 신경 더 써주시고요
어머님 마지막까지 편안하시길 빌어드리세요
저도 멀리서나마 빌어드려요.11. 폴라
'03.12.29 6:16 PM (24.81.xxx.194)내 주를 가까이..... 아멘......저는 흐르는 눈물조차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착한 럽첸님, 너무 슬퍼 마세요. 주님께서는 럽첸님 마음을 다 아실 거에요.12. 거북이
'03.12.29 9:54 PM (203.26.xxx.212)마음이 너무 아파서 드릴 말이 없어요, 러브체인님.
님도 마음 강하게 다잡으시고 잘 견디시리라 믿으며,
어머니 가시는 길이 평온하길 간절히 바랄께요.
남게 되시는 아버님, 더 많이 사랑하셔야 합니다.13. 깜찌기 펭
'03.12.30 1:35 AM (220.81.xxx.141)러브체인님.
함꼐 기도드립니다.14. 뽀미언니
'03.12.30 8:28 AM (218.147.xxx.197)너무 맘이 아픕니다.
너무 눈물이 쏟아져서 글도 겨우겨우 읽어내려왔어요.
러브체인님.....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나고,
저도 병원 생활 해봐서요,
럽첸님 (시)어머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고, 옆에서 찬송가 부르시고
지키고 앉아계신 모습이 선~합니다.
아... 정말 어쩌면 좋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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