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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머리를 민다는 것은.......
아파트에 장 서는 날이라 옷을 껴입고, 손을 호호 불며 나가봤습니다.
얇은 지갑과 많은 물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생각하니 마음까지
얼어붙고 있었죠.
무 1개, 양상치, 홍합 한봉지를 사서 돌아서는데,
아동복을 파는 난전이 보였습니다. 아이들 옷잘입히기로 소문난 저였지만,
요즘은 백화점은 언감생심, 난전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런데......그 아저씨 머리가......빡빡 민 머리가 제 눈에 들어온 순간,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또 발동했습니다. 주말마다 보는 사람이기때문에,
헤어스타일이 바뀐 정도는 알 수 있었죠.
"아저씨, 머리 춥지 않으세요?"
"그러게요. 정말 춥네요......."
'아니, 왜 그러셨어요....."
"심기일전하려고요. 내가 나한테 주는 메세지입니다......"
.
.
.
"나도 참, 이렇게 안 살았는데.....정신 좀 차리고 식구들 먹여살려야죠...."
저는......공연히......남편 이야기까지 해주면서,
계획에도 없는, 아이 옷까지 사서 뒤돌아서야 했습니다.
그 아저씨, 돌아서는 제 뒤통수에 대고,
"그래도, 머리깍은 거 이해해주는 사람있어서 좋네요!!!"
.
.
.
몇년 전, 아이 아빠가 머리를 밀고 나타났죠, 모야...율 브리너도 아니고......
워낙 몸집이 좋은데다, 강하게 생긴 사람이, 것두 두상이 모가 났으니....
거의 깍뚜기......였답니다.
저는 막 화를 냈죠. 같이 다니기도 창피하고,
아이들 친구 부모들이 보면 어쩔지....걱정도 되고....
"왜 그랬어?"
"응, 수금이 안돼서, 김과장이랑 둘이 밀었어.
낼부터, 둘이 돈받으러 다닐거야......"
우리 여자들은 남자에 대해 정말 무지하며, 많은 오해까지 하고 삽니다.
피차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힘든 이유들이 많이 얘기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살아가기 또한 녹녹치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의 남자란......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에 안 기댄다. 오죽, 못났으면
처자를 굶기냐........한국 여자들이 부당하게 느끼는 가부장제도의 이면에는
이런 불평등도 있다는 것, 아시나요?
남자들이 처가에 처음 인사가서 하는 말이 "밥은 굶기지 않겠습니다"
인걸 보면, 참, 남자들에게 가족을 먹여살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화두이며,
스트레스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기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날은 점점 더 추워질테고.....
보이는 머리를 미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가장들이 아내와 이이를 보면서
마음속으론 머리를 밀고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머리를 민 남자를 보면, 전,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물건을 사주거나, 그냥 돌아서더라도, 제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머리........밀지........마세요.........
1. 카페라떼
'03.12.27 5:35 PM (61.106.xxx.177)마음이 애틋해 지네요...
이렇게 추운날씨에 빡빡머리 보면 괜히 안쓰러워 보여요..
저사람도 뭔가 굳은 결심을 한 모양이군..하는 생각도 들고..
빨리 경기가 좋아져야 할텐데...2. honeymom
'03.12.27 5:55 PM (203.238.xxx.219)대부분의 남자들이 무지 억울해 하는것중 하나가,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고 싫은 직장 억지로,평생, 더럽고 치사해도 다녀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
그러면서 그런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여자들한테 괜시리 딴지걸죠..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처자식 없다고 놀고 먹을 수 있는건 아니구 어차피 호구지책은 있어야 할테고..
생계 책임없는 여자들이라구 열받을 때 마다 직장 때려칠 수 있는것도 아닌데....
필요 이상의 책임감,스트레스라고 하면.... 무지 화 내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젊은친구들 중에는 공공연히 처가덕 보려는 친구들도 많던걸요...
부자집으로 장가가는 녀석들 어찌나 부러워하고 배아파 하는지...3. 푸우
'03.12.27 6:48 PM (218.52.xxx.158)우리 남편 친구들은 처가가 잘살거나 부인이 돈 많이 벌면,,
전생에 착한 일을 한 모양이다 라며 부러워해요,,
저희 동기 남자들 대부분이 예쁜여자보다 능력있는 여자 잘사는집 여자가 더 좋다고 하더군요,,
얼마전에,, 저희 동기들이 만든 카페에 ,, 동기 중 한놈이 결혼하는데,,
그 여자 인물에 대해선 인간성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직업, 연봉,,뭐 이런거만
화제가 되었죠,,
우리가 결혼할때도 우리의 결혼에 대해서 누가 더 손해보고 하는 결혼인가??
뭐 이런제목으로 설문조사라고 하나 하여간 투표를 했는데,,, 제가 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더 손해본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니깐요,,,
요즘 남자들 많이 약았어요,,4. 푸우
'03.12.27 6:50 PM (218.52.xxx.158)웃기는 이야기 하나만 할께요,
전 눈썹미는 여자도 봤어요,,
저보다 한학번 아래인 후배 중 괴짜가 있었는데,,
중간고사를 잘 못봤다고,, 자기 기준에서,,
기말고사때 눈썹밀고 공부하더군요,,5. 녹차
'03.12.27 6:54 PM (67.166.xxx.75)제 남편도 머리를 밀긴했는데 다른 이유네요 .
머리가 자꾸자꾸 빠져서, 옆머리 길러서 비어있는데 덮어도 보다가
어느날 밀었는데 치사(?)하게 겨우 가리는것 보다 성격 깔끔해보이고 좋데요 .
추운날 에는 감기 걸릴까걱정도 되지만.
어릴때 보름달 보면 "아빠머리 달 "이라던 우리 큰딸
이번 크리스마스 때 아빠머리 덮어줄 중절모 찾아 삼만리 했지요 .
강해보이고,본의 아니게 눈에 띄니 행동도 조심 해야하고
딸 시집 보낼려면 머리를 다시 덮던지 , 가발 을 씌우라는 주위 분들 걱정도 있고 .
심기일전 굳은결심으로 미시는 분도 계시고 ,제 남편같이 없는 머리 조금 더 정리 하는 사람도
있고 .....쟈스민 님이 너무 추워하셔서 수다 좀 떨었어요 .
쟈스민 님의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적어도 일산 쪽은 안 추울것같네요 .6. veronica
'03.12.27 6:59 PM (211.178.xxx.2)아 글씨 머리까지 밀어가며 식구들 부양의무를 다짐하는 남자덜이야 대접받아 싸지만~~
마누라 직장나가 돈벌어 오는건 적극 찬성이나 그 돈좀 번다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피곤해하는 모습은 절대 못보는 우리집 남자같은 부류들은 우째야 할까요.7. 제가 아는...
'03.12.27 8:24 PM (211.229.xxx.214)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진짜로 웃기는 남자들이 있답니다
자기는 인생의 목표가 샷다맨이래요.
마누라가 돈 알아서 벌고 자기는 밤에 가서 돈통만 챙기고 샷다 내려주는 일만 하고 싶다나?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모습들이 겉으로 보기엔 너무 멀쩡해서 막 신경질이 나려고 해요.8. 김혜경
'03.12.27 8:30 PM (218.237.xxx.148)jasmine님...
그래요, 여자로 살기도 무지 힘들지만 남자로 살기도 그리 만만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kimys를 봐도 그렇고...9. khan
'03.12.27 9:06 PM (61.254.xxx.104)쟈스민님의 항상 따뜻한 마음은 어디서 샘 솟는걸까요.
옛날 제 짝지가 어느날 머리를 박 ㅡ 밀어가지고 엄청 싸웠던 기억나서
자꾸 웃음이 납니다.10. 치즈
'03.12.27 9:45 PM (211.169.xxx.14)그렇더라도 내가 어찌 해 줄 수 없음에....
집에 들어오면
완전 대왕마마 대접 합니다.
등줄기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말이죠....11. 아테나
'03.12.27 10:01 PM (61.75.xxx.39)쟈스민님글 보니 참 반갑네요
저희 남편 도 하도 신경 써서 머리가 하얗게 되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새치다라고 우겼는데 이제는 수습이 안되네요
저도 치즈님 처럼 집에 오면 왕처럼 대접합니다.12. 꾸득꾸득
'03.12.28 12:21 AM (220.94.xxx.46)저도 농담삼아 울신랑 등골을 내가 빼먹고 사네....합니다.
허나 ,,점점,,,그게 농담처럼 안느껴지는 요즘,,아,,,저도 괴롭습니다.+13. 경빈마마
'03.12.28 9:34 AM (211.36.xxx.231)너도 불쌍한 사람.
나도 불쌍한 사람.
그래서 기대고 사는 겁니다.14. 몬나니
'03.12.28 12:07 PM (220.89.xxx.165)저희 남편은 머리 밀면 직장에서 잘립니다.. 반항한다고... 뭐 그런 직장이 있냐구요? 있어요...
대신 아주 짧게 자르죠... 제가 열받게 하면...
얘기가 옆길로 샜네요..15. 나혜경
'03.12.28 12:21 PM (220.127.xxx.177)그러니 남편 퇴근 하면
온가족이 현관에서 시끌 벅적 맞아 주세요.
큰 힘이 된답니다.16. 승연맘
'03.12.28 2:46 PM (211.204.xxx.24)얼렁 돈 벌어서 남편 좀 기 살려주고 싶은데 왜 이렇게 기회가 없는지 모르겠네요.
내년부턴 살림이라도 잘해서 아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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