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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청하 한병 홀짝이고 있습니다..
네.. 아침부터 빈속에 커피 한잔 마시고,
그리고도 속상한 마음에 성질이 마구 나서 청하 한병 한모금 한모금 마시고 있어요.
두 아이를 기르고 있지요. 두돌 반, 백일된 딸들이에요.
커피를 마셔서 뭔가 들뜬 기분이 들어야
큰애에게 좀 더 다정한 리액션을 취해줄 수 있고,
아직 멋모르는 둘째를 좀 더 가슴에 품어줄 수 있어서.
아침마다 커피를 마셔요.
남편은 어제 밤에도 늦었습니다.
늦게 들어오는건 상관없어요. 다만 그 다음날 오전까지 저를 힘들지 않게만 해 주면 되는데.
방에서 그냥 없는 듯이 늦잠이라도 자면 좋으려만, 이방 저방, 거실로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봐 주는 것도 아니고, 안 보는 것도 아니게,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잠을 잡니다.
이제껏 큰 아이에게 티비 한번 일 없이 틀어준 적 없고,
하루 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먹이며 잘 키워왔어요.
그런데 둘째 태어나고 남편 적절한 도움을 못 받으니
큰애는 티비앞에, 밥 반찬 투정하면 가차없이 그러면 먹지마 소리가 나오네요.
도우미 도움을 받는다 해도, 친정 시댁이 가까이 있는다 해도,
제 아이들은 제가, 남편이, 저희 부부가 잘 거두고 보살피는게 순리 아닌가요.
남편은 제 짜증섞인 말 한마디에 대뜸, 주말이면 친정가서 있다 오라고 합니다.
자기도 힘들다구요. 힘들겠죠. 밖에서 일하랴, 일의 연장으로 새벽까지 술자리 가지랴. 힘들겠죠.
하지만 울컥하는 제 마음, 혀 끝까지 맴돈 말은,
잠 못 자서 죽은 사람은 못 봤어도, 애기 보다 우울해서 자살한 사람은 많이 봤다.. 그 말이 나오려 하더군요.
말로 꺼내봤자, 수십번 이런 상황 되풀이 해 봤자 서로 독만 쌓이고,
이젠 눈치도 빤하고 알거 다 아는 두돌 반 큰 딸아이 앞에서 언성높이고 인상 쓰기 미안해서
그냥 돌아서서 한숨 쉬고, 눈물 주루룩 흘리고 냉장고 속의 청하를 한병 텄어요.
백일 된 둘째, 완모하다가, 큰 애 있는데 젖 물리기 힘들어서,
분유 먹이면 남편이 대신 먹여줄 수도 있으니 그 동안 큰애 더 보듬어 줄 수 있어서,
젖 끊고 분유 먹이는데, 그것도 그렇게 미안해 지네요. 제 생각만큼 남편이 둘째를 안아주는게 아니니까요.
애 생각해서 젖 끊은건데, 그게 어찌보니 저를 위한게 되어버려서 젖 먹일 때는 참고 참았던
커피며, 알콜 종류를 홀짝이고 있습니다..
남편이 저를 사랑해 주지 않아도 되고, 아니 그냥 증오해도 좋으니,
그냥 저희 아이들 자라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온기가 되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큰 애에게 하루에 다만 한권이라도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고, 작은애 울 때 짜증섞인 말만 안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카페인의 힘으로 간혹 알콜의 힘으로
아이들 앞에서 실실 웃으면서 미친듯이 좋은 엄마인척, 다정한 척 해 보일텐데,
아이들 아빠라는 사람과는 쿵짝이 맞지 않으니.. 저희 아이들이 무척 불쌍해 보이는 오전이었습니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큰애 재우고 혼수발로 짜장라면 하나 끓여먹었는데
밀가루가 덜 익었는지, 오전에 빈속에 마신 청하 때문인지 속이 맵네요.
그만큼 제 속도 맵네요..
1. 좀있음
'11.7.17 2:17 PM (211.44.xxx.91)신나게 둘이 데리고 다니기 좋으실것같네요 나이차가 괜찮아서 둘이 데리고 함께 할 수있는 부분이 다른 터울보단 선택의 폭이 넓을겁니다
그맘때 참 많이들 싸웁니다 육아에 지쳐널부려진 아내를 이해못하는 남편때문에 우울증오고
아이들은 잘 키우고 싶고 몸은 안따라주고..그래도 잘 넘기세요..술 같은건 기분좋게 기회있을때 다같이 마시고요..혼자서는 마시지 마세요.
저는 터울이 길어 둘이 데리고 다니면 둘 다 서로 치입니다. 그나마 둘째가 이제 31개월되어서
잘 걸어다녀서 조금씩 돌아다니니 살 것 같네요.
남편은 첫째 낳았을때나 둘째 낳았을때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변하지도 나아지지도 않아요
안되는 부분은 안달복달하면 서로 관계만 더 나빠질뿐..때론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예요
그리고 혼자 다하려하지 마시고 적당히 도우미와 친정,시댁 오가면서 님도 숨 좀 쉬세요
완벽하려고 하니 더 힘든겁니다.2. 육아
'11.7.17 10:34 PM (125.186.xxx.45)많이 힘드시죠?
지치고 의욕없고 남편이 밉고
첫째한테 해줬던거처럼 둘째에게 못하는거 미안하고
둘째 땜에 첫째에게 소홀한거 미안하고....
남들은 애도 소리없이 잘 키우고 살림도 잘하고
행색도 멀쩡한거같은데
난 찌질한거같고....
제가 그즈음 그랬어요...
분명 혼자 끙하고 있는거보다
드러내는게 낫더라구요..
수다 떨기 좋은 친구들 집으로 부르기도하고
놀러가기도하고
외식하기도하고
기분전환할 걸 찾아보세요..
이 때는 아이에게 좋은 업마가 되려고 완벽하려고너무 애쓰지마세요...
엄마가 건강하고 기분이 좋아야 아이들이 잘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