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우리 시어머님 ... (자랑글임)

만원입금 조회수 : 1,308
작성일 : 2011-07-09 18:40:46

네네..일단 만원 입금 했구요~
제목에 써놓았듯이 자랑글이에요.
너무너무너무 부러워서 배아프실 거 같으면 미리미리 패스해주세요^^*



요즘 82cook 자유게시판에 고부간의 훈훈한 얘기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제가 감히 글을 써보아요.
저흰 외동딸-외동아들 부부에요.
짐작들 하셨다시피 귀하게 자란 딸과 귀하게 자란 아들이 만난 경우이지요.
저.. 부모님 슬하에서 걸레 한 번 안빨아보고 자랐어요.
물론 밥이라곤 수련회나 캠프에서 해 본 게 다구요.. 밥솥에 계량컵으로 물 맞춰서 밥 하는 수준이었어요.
대충... 짐작 하시죠?
눼눼 .. 살림의 ㅅ 자도 모르고 결혼했어요.
저만 그런 건 아니구요~ 저희 남편도 비슷해요. 살림의 ㅅ 자로 모르긴 마찬가지죠.

저희 신혼집은 시댁과 걸어서 10분거리에요. (조금 넘을 지도 ....?)
무지 가깝기는 하지만 왕래가 그리 자주 있지는 않아요.
친정도 마찬가지구요^^;

처음에 시집갔을 때, 시어머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넌 며느리니까 딸이 될 수는 없다."
쿨~하게 인정하시더라구요~
우린 피가 섞인 관계가 아니니까 서로 노력해야한다는 말씀이시죠.
어머님은 시어머니로서 노력하시고, 전 며느리로서 노력하구요.
저희 어머님도 시집살이는 독하게-_-;;; 하신 분이시거든요~
다행인 건 그 독한-_-;; 시집살이가 되물림이 되진 않고 있어요.
평생 전업주부셨던 어머님이 보시기에 제 살림 솜씨가 얼마나 보잘 것 없겠어요ㅎㅎ;;;
저희 어머님요~ 설거지하는 것부터 빨래, 상차림, 청소, 음식 하는 거 다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어요.
구박하는 게 아니라 진짜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셨어요...
식재료별로 손질하는 법부터 양념 넣는 순서까지도요.
(물론... 기억은 잘 안납니다 ㅠㅠ 전 아직도 책이나 레서피 보고 요리해요;;;)


보통 시댁에 밥 먹으러 갔을 때도 한 1~2년 동안은 설거지도 안시키셨어요.
맞벌이라 주말에는 둘 다 쉬고,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식사를 주로 했는데요~
식사준비는 거의 어머님이 하셨고, 식사 후에 설거지도 안시키셨어요..
상 치우는 거 도와드리고 나면 제겐 과일 깎으라고 하셨거든요.
그게.. 어머님의 배려였던 거에요.
제 주방도 낯설텐데 시댁의 주방에서 다른 식구들 다 과일먹고 쉴 때 저만 설거지 하고 있을 때의 제 기분을
아마도 미리 짐작하셨던 것일테지요. 어머님도 겪으셨던 것일거구요..
네 식구만 모여서 식사할 때는 거의 어머님께서 설거지를 하셨어요.
대신, 다른 친지분들이 계실 때는 제가 다 하게 하셨어요.
이른 바 보여주기- 였던 거에요ㅎㅎ
설거지 하고 있는 제 옆에 오셔서는 작은 목소리로..
" oo이 니가 하는 게 어른들 보기에 모양이 좋다. 너도 어른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불편할 거고 이게 젤 편할거다."
(아.. 제 이름 불러주세요^^ 처음부터 ~ㅎ)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거에요~
사실.. 그 날 저 칭찬 받았어요. 일 열심히 한다고요.ㅋㅋㅋㅋㅋ;;;
물론 지금은 제가 나서서 앞치마 두르고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 팍팍 합니다^^


아래에.. 어머니 일하시는 데 두 다리 뻗고 있는 아들, 며느리 글에 나온 그 장면,
저희도 종종 연출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땐 어머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그러는 거에요.
간식거리 챙겨주시면서 거실에 앉아서 TV보고 있으라고 그러시면
"네에~ "이러고 저희 부부 둘이 앉아서 알콩달콩 노는 거죠.
그런 거 보시면서 흐뭇해하시던걸요^^;;;
물론 그러다가 어머님께서 부르시면 쏜쌀같이 달려가긴 하지만요ㅎㅎ

혹시나 제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일이 생기면 좋게 타일러주세요.
윽박지르시거나 훈계를 하셨으면 반감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지만 화내지 않으시고 가르쳐주시니까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고치게 되더라구요.


첫 생신상은.. 아버님 생신상은 어머님이랑 같이 차렸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워낙 없다보니-_-;;;;; 그냥 나물 다듬고 두부 써는 정도만 했어요ㅜㅜ
죄송스런 마음에 어머님 생신상은 저 혼자 차렸어요.
네.. 식단짜고 레시피 검색하면서 5박 6일 걸렸습니다. (위에도 썼듯이 맞벌이에요ㅋ)
근데.. 차린 거 진짜 없었는데요~ 그다지 맛도 없었는데.. 맛있다고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다음부터는 고생하지말고 사먹자고 하셨다는 거 .....
음.. 직장다닐 때는 외식했구요;;;; 잠시 쉴 때는 생신상 차려드렸어요.ㅋ

며느리 첫 생일은 원래 챙겨주는 거다- 하시면서 생일상 거하게 차려주셨어요.
생일선물도 사주셨구요^^ㅋ
그 후에도.. 저나 제 남편은 바빠서 잊기도 하는 제 생일- 시부모님께선 전화해서 챙겨주세요.
생일 전 주말에 밥 사주신다면서요ㅎㅎ

친정부모님은 어떤가 궁금하시죠?
당연히 외식합니다ㅋ 저.. 엄마아빠께 미역국 정도는 끓여드린 딸이에요-ㅅ-v


반찬 문제도.. 다들 겪으실 텐데. 이건 저희도 겪었어요.
어머님께서 김치를 정말 많이 담으시거든요. 근데.. 저희 부부..김치 잘 안먹어요;
김치찌개나 겨우 먹을까;;
냉장고를 김치들이 다 장악하고, 어머님께서 주시는 장아찌들 나물들이 장악하고 ..
이건 남편이 해결해줬어요.
시댁 갈 때마다 어머님 아버님께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것들-
차마 전 거절을 못하겠던데 남편이 알아서 분류해줘요.
본인 먹는 건 챙겨가고, 안먹는 건 안가져가요ㅋㅋ
반찬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은 남편이 나서주세요~
서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들이 그러는데.. 어쩌겠어요.
물론 저도 친정가면 제가 차단합니다 -_ -;;;;


글이 좀 길죠?ㅎㅎ
여러가지 자랑할 게 많은데.. 다음에 또 할게요ㅎㅎ
결론은-
좋은 며느리는 좋은 시어머니가 만든다.

저도 철없는 며느리지만 (지금도 그래요; 눈치도 별로 없고;)
그래도 저희 어머님을 정말 좋아해요.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니까 더 잘해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잖아요~_~

저도 나중에 시어머니가 된다면,
제가 받은 그 많으 배려들- 딱 그대로 해주고 싶어요.
(제가 감히 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IP : 125.135.xxx.12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랜만에
    '11.7.9 6:49 PM (110.11.xxx.114)

    정상(?)인 어르신 이야기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2. ㅇㅇ
    '11.7.9 6:52 PM (121.164.xxx.203)

    이런것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있으니까 잘 받아들이시는 거예요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는거 싫다고 할 며느리들도 많을걸요
    인터넷 검색하면 쫙 나오는데 가르치려 든다고 -_-;;

  • 3. oops
    '11.7.9 6:53 PM (220.73.xxx.248)

    시어머님도 물론 훌륭하시지만...
    글의 구석구석에서 원글님의 따뜻한 마음씨가 엿뵈는데요? ^^

    인간관계란 게 물론 극단적 예외도 있지만, 결국은 서로의 마음이 오고가며 만들어지는 것이죠.

  • 4.
    '11.7.9 6:55 PM (211.199.xxx.103)

    짝짝짝!좋은 시엄니 두신거 축하합니다.
    스스로 반효자 노릇을 해야 온효심을 받지요.
    자기 친정도 그렇지 못하면서 시댁일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눈 안좋아요.
    나의 친정도 누군가에게 나쁜 시댁소리 들을 수 있어요.
    우리 시어머니는 기억에 남을만큼 좋은 분도 아니었지만 며느리가 두고두고 몸서리치게
    못된 분도 아니었어요.

  • 5. ^^
    '11.7.9 7:02 PM (118.33.xxx.213)

    부럽당. ㅎㅎ 이심전심 보기 좋습니다.

  • 6. 만원입금
    '11.7.9 7:17 PM (125.135.xxx.122)

    저까지 덩달아 좋은 사람으로 봐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7. 부럽네요
    '11.7.9 7:19 PM (59.20.xxx.203)

    전 너무 많이 챙겨주신거 빼려고 하면
    챙기실때부터 차탈때 까지....... 안가져 간다고 뭐라하셔서..
    미칠거 같아요
    입에 안맞는 것들도 많구요

  • 8.
    '11.7.9 7:20 PM (125.186.xxx.168)

    님이 착한거구요. 꼬여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시어머니라도 어떻게든 흠잡아낼걸요?

  • 9. 그런 시어머님도
    '11.7.9 7:23 PM (175.117.xxx.200)

    나쁘게 보면 나쁜 시어머님 될수 있는데, 원글님이 곱게 보시니
    좋은 시어머님과 며느님이 되셨네요.
    아마 아기 낳으시면, 그아이도 좋은 품성 이어 받을거라 생각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67003 외국서 온 아이들 10살 12살 아이들 데리고 여행 할만한 곳 추천 부탁드립니다 7 한국관광 2011/07/09 477
667002 동양매직 빙수기의 일본 부품들 안전할까요? 궁금이 2011/07/09 505
667001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3 . 2011/07/09 274
667000 원전.또다시 피난령 내림 1 .. 2011/07/09 925
666999 옛날이 좋았어. 3 며느리 2011/07/09 515
666998 남편들 처가에서 어느정도 일 시키나요? 24 헷갈려 2011/07/09 1,770
666997 짜장면 얼룩이 안지워져요 3 못된짜장 2011/07/09 441
666996 원전) 고리원전 1 . 2011/07/09 342
666995 저도 시어머니 자랑이요 14 초보며느리 2011/07/09 1,896
666994 세계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 시킨 이토 미도리에 대한 이야기... 4 피겨 2011/07/09 2,294
666993 김연아 아이스쇼 티켓 어디서 살수 있나요 1 연아팬 2011/07/09 313
666992 윗세대분들은 시집살이가 오랜 유구한 전통인 줄 잘못 알고 계시죠 8 푸른연 2011/07/09 1,207
666991 .필리핀으로 가려합니다. 필리핀 2011/07/09 439
666990 식빵이 비싸네요 3 으악 ㅋ 2011/07/09 1,336
666989 광진구 양꼬치... 양고기 2011/07/09 172
666988 편평사마귀 치료해 보신분 3 ... 2011/07/09 892
666987 동방신기 옛날에 정말 짱이었는데.. 13 와우 2011/07/09 1,200
666986 우리 시어머님 ... (자랑글임) 9 만원입금 2011/07/09 1,308
666985 우리 시어머니 3 11년차 2011/07/09 839
666984 안경이 어울리는 얼굴.. 부러워요 1 안경 2011/07/09 526
666983 컴고수님들 ,바탕화면 바로가기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1 ^^ 2011/07/09 233
666982 믹서기 찾아요 못찾겠다 2011/07/09 116
666981 아기띠 꼭 필요할까요? 6 아기띠 2011/07/09 617
666980 남들은 다 아는 데 나만 몰랐던 거... 7 네가 좋다... 2011/07/09 1,541
666979 .. 퇴직금.. 2011/07/09 174
666978 베비로즈가 저를 불법스팸....으로 차단 시켰네요....컥~ 7 . 2011/07/09 3,076
666977 저혈압이신 분들.. 35 에고고.. 2011/07/09 3,148
666976 예전에 전원주며느리 속옷 개놓은 이야기 6 생각나서 2011/07/09 2,338
666975 인천 송도 신도시 아파트 1 ss 2011/07/09 799
666974 여기 글 보고 우리 남편이 그나마 좀 잘하고있단 생각이 들어요 123 2011/07/09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