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550명의 내 강아지들아 잘 다녀와

울지 않으리 조회수 : 1,123
작성일 : 2011-06-20 22:11:04
오늘 해병대 입소식이 있었습니다

새벽밥 먹고 4시간 30분을 달려 포항에 있는 해병대 훈련장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십년 전

손바닥만한 배냇저고리도 커서 어쩔줄 몰라하던 작고 작은 아이가 발바닥 두개가 내 손안에 폭 잠기던 아들이

어느새

7센티 굽을 신은 저보다 더 커서 고개를 꺽어야 얼굴을 볼수 있고

저를 폭 안아주면 세상 무서울것이 없을만큼 듬직해졌습니다

훈련장 근방에서 점심을 먹는데

아들 옆에 앉은 남편을 보니 흰머리가 귓가에 보이더군요

아빠는 젊음을 바쳐 아들을 키웠고

아들은 아빠의 젊음을 먹고 자라주었네요

아들을 안은 포대기를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는듯 천천히 병원 계단을 내려오던 남편의 스물 아홉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우리가 꾸었던 꿈

그때 우리가 가졌던 희망

무언가는 이루었고 무언가는 잊어버렸지만

여전히 우리는 셋이었습니다

짧게 깍은 머리로 모인 550명의 젊음이

운동장에 넙죽 엎드리며 어머님 감사합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하며 올리는 큰 절이

아프고 흐뭇하고 사랑스럽고 장하기만 한 내 강아지들

550명의 1144기 해병대 지원자들아

내 강아지들아

내 새끼들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눈물도 웃음도 오래오래 간직하는 좋은 추억 많이 가지고

훈련 잘 마치고 원하는 해병대 되어주기를

사랑한다

지금쯤 낯선 어둠 속에서 잠들려고 애써야 하는

대한민국 강아지들

대한민국 아들들아
IP : 119.200.xxx.13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울지 않으리
    '11.6.20 10:14 PM (119.200.xxx.136)

    참 이상도 하죠
    처음보는 아이들인데 .... 함께 모인 아이들이 다 낯설지가 않고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고 누구하나 이쁘지 않은 아이가 없는거에요
    짧게 깍은 머리도 커다란 손과 발도 여드름이 솟아난 볼도 어찌 그리 이쁘고 귀엽기만 하던지...

  • 2. 눈물이 나요
    '11.6.20 10:15 PM (220.88.xxx.199)

    저는 님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납니다.
    아직 고1 짜리 어린 아들이지만
    언젠가는 님처럼 군에 입대시킬 그날이 오겠지요.

    저도 님처럼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문득 기숙학교에 가있는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네요.

  • 3. 1064기 엄마
    '11.6.20 10:21 PM (211.186.xxx.211)

    마음이 많이 허전하시지요.....
    지금은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세월, 정말 빨리 간답니다
    아드님, 훈단생활 잘 견디어내고
    늠름한 해병이 되길 기원드립니다

  • 4. 힘 내세요!!!
    '11.6.20 10:47 PM (211.196.xxx.222)

    작년7월에 군대 보내고 지금 최전방에 있지만
    점점 남자 다워지는 아들을 보면 마냥 아쉬워 할만한 세월은 아닌것 같아요..
    어머니도 아들들도 화이팅!!!

  • 5.
    '11.6.20 11:00 PM (222.107.xxx.54)

    원글님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아우.. 제 뒤에 자고 있는 17개월 꼬맹이도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겠죠? 아 저 눈물나요...

  • 6. 훈련병
    '11.6.20 11:57 PM (119.64.xxx.36)

    3월 21일 해군에 입병한 아들 생각에 ...애틋한 마음이 한참을 갔었답니다.
    그래도 요즘은 훈련받는동안 훈련교육사령부 홈페이지에서 훈련 상황들과 동영상 등이 올라오니까 한결 마음이 진정이 되는 듯 했답니다. 원글님도 얼른 홈페이지 방문하셔서 댓글도 남기세요...일주일 동안의 신검 마치면 옷이랑 소지품, 손편지 올겁니다...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해도 아직 몇 번은 더 울어야 하더이다...ㅠㅠ

  • 7. .
    '11.6.21 12:03 AM (211.52.xxx.83)

    아들형제 둔 엄마에요. 둘째는 불과 한달전만 해도 배냇저고리 입었었고요.
    이글 보니까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꼬물대는 저 두 녀석들이 7센티 굽 신고도 올려다볼 그날을 생각하니 괜시리...

  • 8. 그 마음
    '11.6.21 12:46 PM (175.116.xxx.69)

    저도 알아요.
    우리 큰아들, 작년9월에 입대했는데
    그 뒤로는
    길가다가 보이는 군인들은 전부 제 아들 같더군요.

    좀 있음 작은아들 군대갑니다..

  • 9. 미칠듯이
    '11.6.21 12:54 PM (175.119.xxx.206)

    눈물이 나네요.
    내년에 군대 보내야 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군에서 사고소식이 들릴때마다 정말 보내기 싫습니다.
    누구를 위해 군대를 가야하는건지 정말 싫습니다.
    원글님 아들을 비롯
    군에 가야하는 이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길 기도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62323 유럽가는 표... 8월에 사면 많이 비쌀까요? 2 ... 2011/06/20 496
662322 에어컨 헤파필터는 매년 교체하세요? 2 2011/06/20 857
662321 식혜나 냉면육수 살얼음 만드는 법이요? 1 .. 2011/06/20 994
662320 전교조는 북한으로 가라 15 아지라엘 2011/06/20 540
662319 주차장 기둥에 자동차 한 쪽을 갈았어요 ㅠ 10 ... 2011/06/20 1,119
662318 방사능관련 어린아이들 반찬 어떤거해주세요? 6 아기반찬 2011/06/20 998
662317 쑥갓으로 할 수 있는 요리 무엇이 있을까요? 2 요리 2011/06/20 349
662316 아 드라마 놓쳤는데 다시볼수있는 사이트 없나요? 3 ..1.. 2011/06/20 701
662315 550명의 내 강아지들아 잘 다녀와 9 울지 않으리.. 2011/06/20 1,123
662314 고추가루를 어떻게들 보관하시나요,,많아서요,,여름이라 상하나요,,? 11 현모양처 2011/06/20 1,255
662313 어머 웬일이래!!!!! 1 .. 2011/06/20 462
662312 방사능,딴소리)영화 X맨을 보고...... 4 하느님부처님.. 2011/06/20 614
662311 원전.미쿡 네브라스카 주변 피난준비 13 .. 2011/06/20 2,020
662310 코스코 종가집김치 몇킬로짜리인가요? 14000원정도 하던거요 3 가격비교 2011/06/20 484
662309 회사 인간관계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인간관계 2011/06/20 345
662308 아파트 저층에 사시는 분들..여름밤에 문 열어놓고 주무시나요? 15 문의 2011/06/20 5,704
662307 모른척해줄까요? 1 남 편 2011/06/20 407
662306 요가하고 나면 몸이 노곤한가요? 6 ..... 2011/06/20 1,210
662305 쌀항아리 사용해도 쌀벌레 생기죠?? 14 ^^ 2011/06/20 1,460
662304 큰 형부를 '김철수' 이런 식으로 이름을 저장해놨네요. 43 미워서? 2011/06/20 5,810
662303 애인의 한 마디에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1 isac 2011/06/20 415
662302 오랜만에 서울에 놀러갔는데 거리에 큰 전광판에 1 녹색에너지?.. 2011/06/20 169
662301 어린이집 분반할때요..이상한건가요? 7 잘 모르겠어.. 2011/06/20 539
662300 전 요즘 방사능 때문에 환기를 못시키는게 아니라 .. 2011/06/20 493
662299 삼베 이불 좀 봐 주세요~~ 2 이불 2011/06/20 472
662298 친정 엄마 땜에 좀 답답해서요.. 3 나쁜딸.. 2011/06/20 614
662297 미쿡 일본 이집트 공통점. 1 .. 2011/06/20 293
662296 오디를 샀는데요, 애벌레알이 붙어있는걸 발견했어요^^;; 4 ㅠ.ㅠ 2011/06/20 952
662295 갈증이 엄청나요. 물을 마셔도 11 .. 2011/06/20 1,372
662294 매실장아찌요. 지금 씻어놓으면 내일 쪼개면 안되나요? 4 도와주세요 2011/06/20 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