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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이름 모를 찌개 [쇠고기버섯찌개]

| 조회수 : 6,273 | 추천수 : 116
작성일 : 2003-06-16 19:21:49
오늘 딸 아이 생일이에요. 즉석국으로나마 미역국이라도 먹는 지 원...
e카드도 보내고, 선물 대신 아빠가 현금도 보내주고 했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건 아니네요. 전화도 없고..., 수업이 어떻게 되는 지 몰라 제가 전화하기도 그렇고... 이따 밤중에 전화해봐야겠어요.

암튼.
이래저래 꿀꿀해서...
저녁할 의욕도 안나고, 김치냉장고 안에는 금요일날 테팔 한국형 그릴 촬영용 소고기불고기가 들어앉아있길래 그걸로 어찌어찌 때워보려고 밍기적 밍기적.
사실 냉장고 안에는 코스트코의 소꼬리로 끓인 꼬리곰탕이 남아있긴 해요, 그런데 아무리 하루 걸러 한끼씩 먹은 거지만 4끼째 먹으려니 좀 그렇고...
그래서 쥐어짜낸 것이 '이름 모를 찌개'.

재료는 불고기 양념한 것, 새송이버섯, 노랑팽이버섯, 멸치국물이 전부.
이런저런 재료를 많이 넣었다면 거창하게 소고기전골...이랬을 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성의없고 의욕없는 음식에 전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해스리...

작은 전골 냄비에 일단 잘게 자른 쇠고기불고기를 넣고 볶다가 멸치국물  넉넉히 붓고 소금간 하고, 그리고 새송이버섯을 넣어 끓이다가 마지막에 노랑팽이를 넣었어요.
여기서 잠깐 노랑팽이 소개를 하고 넘어가야해요. 하나로클럽에 가면 노랑팽이를 팔아요. 모양은 팽이버섯이랑 똑같은데 색깔이 노랗다 못해 갈색마저 돌아요. 근데 얘가, 얘가 아주 별나네요. 씹히는 맛이 아주 쫄깃쫄깃하고 버섯향이 아주 강해요. 값은 2배쯤 비싸구요. 얘 전 부치니까 맛있더라구요.
이 노랑팽이로 마무리하고 식탁에 올렸어요. 사실 뭐 양파니 파니 마늘이니 하는 거 더 넣어도 되는데 그럼 버섯한테 미안해서...향이 죽잖아요.


국처럼 떠가지고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다곤 할 수 없어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했어요, 또 맛이 없어도 할 수 없는 거구요. 저두 뭐, 밥하기 싫은 날 있는 거잖아요.
하여간 이렇게 때웠어요, 오늘 저녁은.... 그래도 버섯들이 워낙 맛있으니까 식구들은 제 태업을 눈치채지 못하더라구요.
내일은 정신 좀 차려야하는데...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luelist
    '03.6.16 7:49 PM

    그런날 있어요.... 뭔가 자꾸 찌글찌글하고... 꿀꿀하고... 뻘쭘하고...
    머리속에서 전쟁난거 같고....
    이런날은 괜시리 몸도 으스스한거 같고...
    아웅....

    기운내세요... 말로만 기운내시란말 미안하네...

    저두 아직 회사인지라... 퇴근해야져...
    사람들 관두게하고 벌 받았는지 일이 많네요... 아직 조금더 남았는데... 땡치고 집에 갈랍니다..

    아웅 배고파... 원래 계획은 오늘 양장피 만들어 엄마 공장에 갈려구 했는데...
    이런...땡이 돼버렸습니다...

    먼지로 찌글찌글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려니 짱 납니다...
    아웅... 운전하기 싫어라... 어디 기사없어요....?

  • 2. boyoung
    '03.6.16 8:52 PM

    전 핀란드란 먼 곳에 사는 두 아이를 둔 주부랍니다. 이 곳 핀란드에는 한국인이 통털어 200명 정도 밖에 없는데도 한국라면도 팔고 웬만한 것은 식품점에 다 있어요. 네델란드에도 분명히 한국음식재료를 팔 것 같은데... 너무 걱정마세요.
    이번에 제가 한국을 잠시 방문하는데 핀란드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암스테르담을 거치더군요. 그래서 혜경님 따님 생각이 났어요. 제가 혜경님의 선물꾸러미를 따님께 전달해주면 좋을텐데.. 중간기착지의 경우는 외부인들과 접촉이 불가능하지 않은가요?
    만약에 가능하다면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 3. 김혜경
    '03.6.16 9:04 PM

    boyoung님 말씀만이라도 넘 감사합니다. 아이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게 아니고, 헤이그에 있고, 또 중간기착지라면 물건을 주고 받기 어렵지 않을까요?
    아이가 여름방학에 한국에 안들어오고 북구로 여행을 간다니까, 혹시 핀랜드 갈 계획이 있으면 그때 다른 부탁말씀 드릴게요. 넘 감사합니다.

  • 4. 빈수레
    '03.6.16 11:38 PM

    그래도 상 중앙에 위치했겠네요, 머.
    제 이름모를 찌개는....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물 끓이고 만들어둔 양념된장을 풀기까지는 했는데 그 외의 건더기가 될 야채가 없더라구요. 양파랑 실파 반단 뿐.
    그래서 아예 짠 된장으로 끓이자고 된장을 더 넣고서는, 냉동실에 뒀던 채썬 죽순이랑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스테이크고기(가위로 되는대로 잘라서)랑 양파를 넣고 고기만 익게 끓이고는 실파 길게 썰어 넣고는 불꺼서.....그 건더기를 속으로 해서는 상추쌈을 싸서 먹었구만요, 머...히히.

    근데 된장찌개에 죽순, 생각 외로 제법 어울리데요...

  • 5. 김혜경
    '03.6.16 11:40 PM

    빈수레님 반가워요.
    그렇죠, 놓일 게 없었으니까 식탁의 중앙에...

    된장과 죽순? 그거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 6. 초록부엉이
    '03.6.17 12:01 AM

    오,빈수레님,반가 반가...
    뭔일 있으셨남요? 왜 잘 안보이세요...가끔 가끔만 보이시고...
    오래전에 애들 음식 올려주신 거,잘 해 먹고 있어요.감사....

  • 7. 캔디
    '03.6.17 4:54 AM

    먼데에 따님 두시고 생일날 미역국은 끓여 먹었나 걱정하시는 모습 뵈니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자식 곁에 두지 못한 부모 마음이야 언제나 노심초사지만, 고맙게도 아님 서운하게도 자식들은 부모와 떨어졌을때 새로운 사람, 환경들에 적응하느라 가족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잘 묻게 되는것 같아요.
    젊기 때문에 재미나고 신난것도 많고, 타지에서 가족없이 또래끼리 어울리는 맛도 색다를거고
    더군다나 따님은 1년기한이라고 하셨던것같은데, 그러니 얼마나 시간다퉈 하고 싶은 일이
    많겠어요.

    저도 서울로 대학오면서 부모님 떠나 그후 직장 생활 3년, 유학 1년, 그러다가 시집까지 외국으로 와 애 낳고 살고 있으니 부모님과 날마다 얼굴 맞대고 산건 딱 고등학교까지네요. 서글퍼라..
    전화도 자주 못챙기는 불효녀인지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가끔 나누는 통화에서도
    엄마의 밝고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면 제 마음에 좋더라구요.
    딸자식 걱정에 안스러운 마음이야 있으시겠지만, 저희 엄마도 저랑 떨어져 산 세월에 굳세지신건지 그저 가까이 사는 딸과 안부 나누듯 그렇게 얘기 나누고 끊는답니다. 저도 그렇구요.

    따님은 선생님이 걱정하시기보다 훨씬 더 즐겁게 바쁘게 씩씩하게 지내고 있을거라 걱정 많이 안하셔도 될거라고 위로 말씀 드리려다 말이 길어졌읍니다. 힘내시라구요..

  • 8. 그린하우스
    '03.6.17 11:19 AM

    전 마트가서 멀찌감치서 노랗다 못해 갈색빛도는 팽이를 보고~
    이집 장사 안되나..넘했네..상한팽이를 파네!! 이럼서 괴씸하게 생각했는데~
    ㅎㅎㅎ...... 눈 크게 뜨고 자세히 볼껄 그랬어여...
    나중에 가면 한번 사먹어 봐야겠어여~노랑팽이!!...ㅋㅋㅋ

  • 9. june
    '03.6.17 11:47 AM

    혜경님 걱정마세요! 저두 생일 때면 즉석국으로 스스로 때우고 있긴 하지만 먹을만 하답니다.
    다만 생일날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얼굴보고 못하는게 서러울뿐이죠, 아,, 엄마 보고 싶어요 ㅠ,ㅠ

  • 10. 채여니
    '03.6.17 1:22 PM

    그래도 식구들이 잘 드시나봐요 저희는. 국같은거. 안먹는거 끓임 절대 안먹거든요
    그래서 항상 먹는것만. 줄기차게 끓여요.
    입이 짦아서요 그래서. 김치찌게만 한달먹은적도 있고요

  • 11. 성자언니
    '03.6.17 5:42 PM

    혜경아 하려니 공식석상이라 누가안될까 걱정이고 그렇타고 혜경씨하기도 쑥스럽네
    앞으로 어찌부를까 알려주기바래
    지은이 보고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나한테까지느껴지네 원래 사근사근하지는않았잖아
    생일못챙겨주는 부모마음 오죽서운하겠어 하지만 기운내길...
    지난 토요일 형부생일 잘치뤘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서 들어왔어
    항상 사촌이라는게 자랑스러워 . 힘내고 ....또들를께 안녕

  • 12. 김혜경
    '03.6.17 9:14 PM

    어, 언니!!이름 맘대로 불러도 되요.
    형부 생신 못가뵈서 죄송해요.

  • 13. 팥빙수
    '03.6.18 9:39 AM

    따님 계신 학교가 혹시 Haagse Hoseschool아닌가요?
    저도 거기로 교환학생갔었거든요..왠지 반가운 마음에 ^^;

  • 14. 김혜경
    '03.6.18 10:20 AM

    HEBO라는데요...

  • 15. 팥빙수
    '03.6.18 5:25 PM

    같은 이름이거든요..그리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리로 다녀온 사람이 별로 없길래 반가워서..--;

  • 16. 잠비
    '13.9.9 1:15 AM

    그렇게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던 따님이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
    세월은 떠밀지도 않았는데 저만큼 먼저 갑니다.
    친정어머니와 따님과 손녀들, 모녀 4대가 모이면 정말 흐뭇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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