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누구누구 같이 다녀왔다고 하면 다른 분들이 서운하실 것 같긴 하지만..., 고백할게요, 솔직한 게 제 컨셉이니까...
녹번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수연님 만나가지고 강남고속터미날 앞에서 orange님 차 타고 다녀왔어요. 물론 더 많은 분들과 갔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제가 한번 다녀와야, 많은 분들과 함께 갈 수 듯하여...
솔직히 갈 때는, 걸리는 시간이나 좀 체크하고, 가는 길 확인하고, 진짜 무공해 자연산들인지 내 눈으로 보고, 그리고 작약꽃 향이나 좀 맡아야겠다 했는데...고사리 꺾을 생각 눈꼽만큼도 안했습니다. 그러니까 몇벌 안되는 외출복 바지 입고 나섰는데...
고속터미날 앞에서 승용차로 3시간반쯤? 1시간만 덜 걸리는 거리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좀 있긴 했지만 갔더니 정말 좋더라구요. 사장님, 두영이오빠, 제가 고등학교 때보고 못봤으니까 거의 30년만인데, 며칠전에 만난 사람처럼 여전히 친근하고, 산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셨어요. 구경을 하면서 우리 82cook식구들과 함께 할만한 행사들이 마구마구 머리를 때리고...
산구경하고 산채가 가득한 점심을 먹고 나서, 밥 진짜 많이 먹었어요, 밥 양으로 치면 제가 2~3일 먹어야할 밥을 한끼에...
밥 먹고 나선 황토방(진짜 끝내주는 황토방이 있더라구요)에 종이박스를 깔고 잠시 쉬었더랬는데...., 그리곤 오려고 했는데...
아, 우리 82cook의 새로운 스타 꽃분이모가 고사리 따러가야 한다며 장화도 신기고, 어거지로 지팡이도 쥐어주고...

전 고사리가 그냥 밭처럼 펼쳐진 곳에 좌악 펼쳐져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요...어머 이건 등산도 그런 등산이 없네요. 저 등산 무쟈게 싫어 하잖아요. 내려올 걸 올라간다고...
그런데다가 꽃분이모는 귀신같이 찾아내는 고사리, 제 눈엔 안보이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무 아래 수줍은 색시처럼 삐쭉서있는 고사리들이 보이고, 그 고사리 꺾는 재미에 외출복 바지 모두 뜯겨서 회생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도 모르고...꺾다보니 그 가파른 산허리를 어찌 올라왔는지..., 그리곤 또 딴 고사리로 주머니 채우는 재미에 또 그 가파른 산을 내려오고..., 고사리가 좀 많은 자리를 만나면 "심봤다!"를 외치고... 오늘 살 2㎏은 빠졌을 듯...

고사리는 한번 끊어주면 다시 그 자리에서 또 나온데요, 그런데 끊어주지 않으면 잎이 펴버려서 그해는 고사리 순을 얻을 수 없고...그러니까 경희농원가서 마구 꺾어와도 미안할 건 없겠더라구요.
물론 고사리가 살고 있는 산에 진동하는 더덕향에 취해서 두영오라버니가 애써 가꾼 더덕밭을 난도질하면 안되겠지만요.
꽃분이모가 고사리 삶아서, 주물러서 연하게 해주기까지 한 고사리랑, 감식초랑 얻어가지고 왔습니다.
좋은 공부도 했구요.
좀 펴버린 고사리를 고사리밥이라 부르는데 이 고사리밥을 넣고 된장찌개 끓이는 법이랑 고사리조기찌개법이랑, 그리고 좋은 곶감 구별하는 방법이랑...
그리고 오늘 먹은 반찬들, 능이버섯나물, 싸리버섯나물, 밤버섯나물, 다래순나물, 그리고 꽃분이모가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따온 취로 만든 나물...아, 말로 설명할 수 없네요.
정말 오랫만의 즐거운 소풍이었다고나 할까요.
고사리는 그렇게 지천이면서도 꺾을 일손이 모자라대요. 4월15일 정도면 산에 다른 풀 없이 고사리만 펼쳐져있어 따기 쉽다니까 내년 그맘때 우리 모두 몰려가서 산채로 차려진 건강밥상으로 점심을 먹은 후 고사리 왕창 꺾어서, 반은 우리가 갖고 반은 점심값으로 거기 주고 오면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이겠더라구요.
하여간 경희농원 두영오라버니 잘 궈 삶으면 올여름에도 82cook식구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할 수도 있을듯...기다려주세요, 머리속 아이디어들을 정리해서 일을 만들어 볼 모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