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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귀찮지만 맛있는 [산채 비빔밥]

| 조회수 : 7,548 | 추천수 : 121
작성일 : 2003-06-01 20:46:31
고추장이랑 김부각 만들어서 보내주시는 시이모님이 저희 어머니 생신에 맞춰 보성에서 올라오셨어요.
어제 저녁모임이 끝나자마자 모시고 왔죠, 맘 같아서는 아주 맛난 걸 많이 해드리고 싶은데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러면 다신 안 온다"고 겁주셔서, 아침은 어제 준비했던 뭐, 갈비찜 샐러드 그런 걸로 드리고, 점심은 만포면옥가서 냉면과 녹두전 사드리고...
그리고 저녁이 문젠데, 저녁은 산채비빔밥으로 하기로 일찌감치 맘 먹었드랬어요.
사실 이걸 산채라도 불러도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난주 경희식당 두영오빠가 능이버섯이랑 싸리버섯 밤버섯 다래순을 보내줬거든요, 손질법과 요리법 메모와 함께...

원래 우리나라의 전통적 버섯 저장법은 염장법이래요. 많이 나올 때 잔뜩 사서 호렴을 왕창 뿌려서 버무린 다음 다시 소금마개를 해덮으면 1년이고, 2년이고 끄떡 없대네요.
싸리버섯과 밤버섯은 염장상태로 와서 밀폐용기에 담아 소금을 위에 치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뒀어요. 전 아무래도 이러다가 올 겨울 김치냉장고 하나 더장만하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집이 비좁아서 김치냉장고 더 사야 놓을 데도 없는데, 그런데 갈무리해두고 먹야할 식품들이 자꾸 늘어나...
능이버섯이랑 다래순은 말린 상태로 왔구요.

오늘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이 네가지를 모두 먹을 만큼 꺼내고 손질법 프린트 해놓은 걸 보면서 손질에 들어갔는데...
역시 맛난 음식을 먹으려면 그만큼 주부가 품을 많이 팔아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싸리버섯과 밤버섯은 일단  소금기를 털어내기 위해 깨끗히 씻은 후 물에 한 번 삶아내서 다시 한번 치대가며 씻고 그리고 물에 담가뒀어요, 소금기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두영오빠는 하루 정도 물에 담가두라고 했는데 전 일단 조금만 꺼냈고 자꾸 깨끗한 물로 갈아줘가면서 8시간 정도 담가뒀어요.
그 담 다시 삶아서 볶았어요.
국간장 조금 치고 들기름 조금 쳐서 조물락조물락 한 다음 들기름에 볶았어요. 어지간히 볶아진 후 파 마늘 넣고 접시에 담은 후 통깨 뿌리고...

능이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일단 10분정도 불렸다가 끓여가지고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짜서 쓰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니 너무 안 불어나는 것 같아서 한동안 물에 불렸어요.
능이는 초고추장에 무쳤구요.

다래순은 삶아서 찬물에 헹군 다음 다듬어서 물에 하루 정도 담가 씁쓸한 기운을 뺀 다음 또 삶으라고 하는데 이 역시 8시간 정도만 담갔다가 국간장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한 다음 볶았어요. 고사리나물 볶듯 중간중간 국물을 조금 치고 뚜껑 덮어가며 잘 익도록 해서 볶았어요.

국물은 황태채로 가볍게 북어국을 끓이고요.

어제 만들었던 고사리나물과 호박나물, 다진쇠고기 볶음, 볶은 고추장...
이렇게 해서 상에 놓으니 정말 훌륭한 비빔밥이 됐어요. 저희 시어머님도, 시이모님도, kimys도, 서방님도, 시이모님의 아들인 사촌시동생도 모두모두 맛나다고 하고요.    
특히 시어머님이랑 시이모님은 능이버섯 참 오랫만에 본다며 좋아하시더라구요, 제가 진지를 좀 많이 담아드린 듯 한데 남김없이 드셔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아, 맛 가르쳐드려야죠? 능이버섯은 졸깃졸깃하구요, 싸리버섯은 약간 쌉싸름한 향이 남아있는 것이 특히 씹는 질감이 고기같구요, 밤버섯도 씹는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쁘고...야생버섯이라 그런지 재배하는 버섯들에 비해서 조직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으며 향이 살아있네요, 염장한 걸 삶아 우리고 해서 전 향은 전혀 없을 줄 알았거든요.
다래순은 부드럽고 연해서 비빔밥에 잘 어울리네요.

하여간 속리산 버섯들로 오늘 아주 칭찬받는 며느리, 솜씨있는 조카며느리 노릇을 톡톡히 했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여러분들께 좀 죄송한 생각이 드네요, 저희만 이렇게 별난 비빔밥 해먹고...
두영이 오빠는 그러네요, 지금은 어렵지만 버섯이 나는 가을철 구입을 원하는 82cook 회원에 한해서 버섯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보겠다고...

그런데요, 직장맘들은 그냥 사진으로 보기만 하세요, 손질이 장난이 아니에요, 한가지만이라면 모를까 손많이 가는 그걸 4가지 다했으니...
손질하고 나물 볶으면서 '다신 산채비빔밥 안해'하고 다짐했건만 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서는 며칠 있다가 다시 해서 우리 친정부모님 대접하고픈 그런 생각도 나네요.


그나저나 낼 아침은 이모님 뭐 해드리지? 에잇 김치찌개 끓여드려야지...잘하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점심은 또 뭘 해드려야할지..., 걱정이네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주현
    '03.6.1 8:57 PM

    혜경 선생님~ (사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
    여기 온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맛난 레시피보다 유용한 정보보다
    어쩌면 선생님 마음이 너무 좋아서 자꾸 찾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82식구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시어머님의 생신을 축하드리며
    정말 바쁘실텐데 오늘도 역시 글을 올리셨네요.
    저 역시 좋은 며느리가 되도록 노력했야겠어요.
    또 한 수 배워요. ^^

  • 2.
    '03.6.1 11:02 PM

    매일 혜경사부님의 글을 읽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일밥을 통한 느낌은 나와는 좀 다르다는(세련된 맞벌이 주부)그런 거리감이...
    이싸이트를 통한 글들이 그런 선입견을 확 지움니다.
    언니같고, 집안의 큰형님 같은 그런 풋풋한 느낌, 괜히 기대고 싶고
    집안일이나, 반찬을 못해 밥맛이 없는 날은 괜한 하소연도 하고 싶은
    그런 편한 자리가 됩니다.
    하여튼, 오늘 새로 인사드리고요 바쁜 일요일에도 글을 다 올리시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편하게 저도 한 글 적고 오늘은 마무리 할렵니다. 감사 ^^*

  • 3. damiel
    '03.6.2 12:38 AM

    또 침 넘어 갑니다. 정갈하니 넘 맛있어 보여요. 생각보단 그릇도 한식상차림과 잘 어울려요.
    좀 무거워서 관심을 안뒀었는데... 혹시요,북어국은 비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조만간 저도 곁에 사시는 어머님이랑 시이모님 점심 한끼 대접해야 겠네요.
    저도 혜경샘 넉넉한 인품을 닮아가려나? 안하던 짓을 ..ㅋㅋ.^^

  • 4. 옥시크린
    '03.6.2 12:53 AM

    저두 산채비빔밥 좋아하는데 넘 맛있었겠다!!
    손이 많이 가는 거라고 하셨는데 가족들을 위해서 언제나 애쓰시는 선생님모습 참 보기 좋아요...
    능이,싸리,밤버섯이 뭘까요? 야생버섯이라고 했는데, 먹고 싶네요..
    암튼, 오늘도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

  • 5. yozy
    '03.6.2 1:15 AM

    김혜경님! 저 사실 82Cook이랑 일밥 안지 한 열흘 정도 됐나요?
    왜 진작 몰랐나 무지하게 아쉽기도 하고 하여튼 모든일에 너무나 능수능란하신 김혜경님이
    참 부럽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복습할께요

  • 6. 김새봄
    '03.6.2 8:50 AM

    아~ 아침부터 침 넘어간다..너무 맛있겠어요.
    그런데 저같은 게으른 주부는 직장맘이 아니더라도
    손질법을 죽 읽으며 머리속으로 상상을 하는데 절대 못할꺼 같습니다.
    (갑자기 불쌍해지는 남편과 아이들)

    어제는 지난주에 실패한 월남쌈을 하려다 계획이 바뀌어서
    혜경샌님 어머님표 닭튀김을 했는데요.
    갑자기 놀러온 딸 아이 친구들한테 폭팔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줌마가 만들어준 닭튀김이 사먹는 닭보다 훨씬 맛있데요.흐흐~
    (이 대목에서 입이 쫙~ 벌어진 푼수떼기 엄마 입니다)
    아직은 닭값이 비싸지 않더라구요.작은거 한마리에 2700원 줬거든요.
    종종 딸아이한테 전화로 시키지 말고 튀겨줘야 겠어요.

    한번도 먹어본일이 없는 능이버섯,밤버섯이 어떤맛일찌
    너무너무 궁금해 지며 월요일을 시작하렵니다.

  • 7. 김지원
    '03.6.2 11:26 AM

    혜경샘~ 저 살찌는거 책임져주세용~~~

  • 8. 동규맘
    '03.6.2 11:57 AM

    젤 신기한 건 음식하느라 정신없는데 언제 사진을 찍어서 이리도 예쁘게 올리시나......
    항상 정성이 가득한 음식...그냥 한 눈에 쫙 보입니다...나중에 며느리 부담스럽겠당~!

  • 9. 강미중
    '03.6.2 1:17 PM

    어려운 손님 모시랴, 손가는 요리하시랴, 쿠킹노트 사진 챙기시느라 얼마나 바쁘셨는지
    수저가 대변해주고 있네요.
    그 식탁에서 시어머님이 무척 행복하셨겠어요."역시 내 며느리야..."

  • 10. 체리
    '03.6.2 9:01 PM

    저도 수저 보면서 같은 생각 했답니다.

    시어머님은 물론이고 시이모님과도 각별하게 지내시는 혜경 선생님은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십니다.

  • 11. 김혜경
    '03.6.2 9:12 PM

    저도 사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수저가 그런 줄은 미중양 댓글 보고...죄송.

  • 12. 호이엄마
    '03.6.2 11:31 PM

    혜경이모 저 포기할래요.. 직장맘 손들어도 돼죠? 그냥 롯데백화점 젤 위층 식당가에서 산채비빔밥 6천원 하거덩여? 저같은 경우엔 그게 싸게 먹힐것 같네요 ㅡ.ㅡ 근데 저 나물되게 잘먹거든요 나물요리도 잘하고싶답니다. 여지껏 한번도 나물 암것두 안해봤다면 아 해봤다.. 시금치나물.. 다들 믿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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