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호에는 여러가지 주스 시음기나 생선초밥 도전기 중 하나 써달라고 해서 생선초밥을 골랐어요.
얼마전 코스트코에 버라이어티 스시롤 파는 바로 옆에 초밥용 재료를 파는 코너가 생겼길래 '한번 해봐야지'하고 있던 차에 잘됐다 싶더라구요.
지난번 코스트코에 갔을 때 샘플을 골고루 챙겨주길래 신나서 가져왔죠. 11가지가 들어있던데 이게 값으로 치면 얼마게요. 비록 온가족을 마루타로 만드는 행위이긴 하지만...
날씨가 반짝하고 좋은 날 해먹으려고 기다렸는데, 전 비오는 날은 생선회니 생선초밥 회덮밥 이런 거 먹기 싫더라구요. 썰렁해서...
그런데 자꾸 비는 오고,,,, 촬영일(화요일)은 다가오고. 그래서 오늘 점심에 하기로 했죠.
1팩에 20개 분량이 들어있다는데 모두 다 하면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해동된 걸 재해동시킬 수도 없고...그래서 일단 4개만 골랐어요.
우리 시어머니가 젤로 좋아하시는 장어와 조개 종류 중에선 새조개, 연체동물 중에선 한치, 그리고 생선 중에서는 도미, 이렇게 골랐죠.

코스트코 양평점 스시코너의 최고참 아주머니에게서 몇가지 배워 가지고 오긴 했는데 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거기 아주머니 말씀은 자기네는 하루 전날 냉장고에 두고 해동시킨대요, 그런데 가정에서는 찬물에 5분 정도만 담궈두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급속해동하는 게 더 신선하대요.
그런데 전 아침에 시어머니 성당 모셔다 드리러 나갈 때 꺼내놨다가 돌아와서 밥하고 나서 보니 적당하게 녹아있었어요. 초밥용이라 하나하나 얇게 슬라이스 되어있어서 잘 녹던데요. 상온에서 30분~1시간이면 충분히 녹을 듯...
밥은 쌀과 물을 1:1,그러니까 좀 되게 하라고 하는데요, 요기에 포인트는 식용유래요. 코스트코에선 밥을 5㎏ 단위로 하는데 쌀과 물을 동량으로 하고 여기에 식용유를 소주 한컵 정도 넣는대요. 그렇게 하면 밥에서 윤기가 잘잘 흐르는 맛난 밥이 된대요. 저는 쌀을 3컵 정도 씻었길래 찻술로 하나도 채 못되게 포도씨오일을 넣었어요. 물론 보통 식용유를 넣어도 되지만 아무래도 포도씨 오일이 물에 가깝기 때문에 부담이 덜할 듯 하여...
또 아주머니 말씀이 올라가는 재료들은 거기서 거긴데 코스트코 초밥이 인기있는 건 밥 때문이라며 특히 밥의 양념, 즉 삼배초를 어떻게 하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거긴 삼배초도 엄청 많이 넣더라구요. 쌀 1: 물 1: 삼배초 0.5라는데 이건 너무 많은 것 같고...
업소용 삼배초는 아예 배합이 되서 나오는 게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요 비율은 그대로 응용하면 안될 것 같고...
거기 다른 요리사아저씨는 밥 1공기반에 식초 3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을 넣으라고 일러주시대요.
그래서 이 비율대로 했어요.
생선이 위에 올라가는 거라 밥을 완전히 식히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잘 식을 만한 스텐리스 양푼에 밥을 퍼서 삼배초를 섞고 다용도실로 가지고 나가 밥을 뒤적이면서 식혔어요.
밥이 식는 동안 와사비 가루와 물을 동량을 섞어서 와사비도 만들어놓고...
이젠 준비 끝.
밥을 쥘 차례, 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처음에 맨손으로 쥐어보니 ㅎㅎㅎ.
손에 잔뜩 묻기만 할 뿐.
장갑 쓰는 거 굉장히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위생장갑을 끼고 밥을 쥐어보니 그런대로 할만하더라구요.
맛이랑 결과 궁금하시죠?
일단은 기준이 뭐냐에 달린 것 같아요. 활어를 회쳐서 초밥을 만들어주는, 1인분에 1만8천원짜리(이촌동은 더 하죠? 호텔은 물론이고...)생선초밥을 상상하신다면 만들어드시지 마세요. 실망해요.
그런데 '코스트코의 스시도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라거나 '미다래 초밥도 곧잘 사먹는다' 하는 분들은 해보세요. 일단은 밥이 집에서 해서 삼배초 만들어서 기계가 찍어내는 게 아니라 주부의 손으로 쥐어서 초밥을 만드는 거라 맛이 괜찮아요.
값도 사먹는 거보다 좀 쌀 뿐아니라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좋구요.재료는 그런 곳의 재료가 똑같은 거래요.
오늘 초밥 중에는 새조개와 장어가 특히 맛있었어요. 도미도 괜찮긴 한데 생선이 너무 얇은 듯 하구요.
한치도 좋긴한데 질깃질깃한게 싫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생선초밥은 나가서만 먹는 줄 아시던 우리 시어머니, 아주 달게 10개도 넘게 드셔서 더 보람이 있었어요.
오늘은 80개를 빚었는데 4식구가 먹기에는 좀 많았구요. 3팩만 해도 될 듯....
화요일날은 새우랑 농어랑 골뱅이랑 문어랑 해보려구요.
그리구 이건 여담인데요, 요새 쿠킹노트 올리면서 자꾸 영화 '트루먼쇼'가 생각나는 거 있죠.
매일 매일 뭐 해먹은 거, 장 뭐 본 거, kimys랑 한 얘기 시시콜콜 다 올리니까 지나친 사생활 노출,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야 그렇다손쳐도 가족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생활에 밀착되지않은 얘기 쓰기는 싫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루먼쇼같지 않으세요? 지나친 사생활 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