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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변 명

| 조회수 : 6,167 | 추천수 : 261
작성일 : 2002-12-16 20:09:53
저 대학에서 교육학 전공했어요. 맘이 콩밭(방송사 신문사 잡지사 광고회사,뭐 그런데..)에 가있어서 학교 공부 열심히 안하고, 전공과목 시험볼 때 커닝페이퍼 만드느라 바쁘고, 뭐 그렇게 지내긴 했지만 하여간 교육학과 출신인데..(물론 교사 자격증도 있긴해요, 써먹을 일은 없지만)

학교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긴 했는데 다까먹고 거의 생각이 안나죠. 아니 배울 때부터 그리 심각하게 열심히 공부 안한 것 같아요. 그런 제가 학교를 졸업한지 20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고, 가끔 실생활에서 써먹는 교육학 이론이 있어요.

이름 하여 '강화 이론'(reinforcement theory- 와! 스펠링 한번에 맞췄네, 영어써본지 오랜데...).

이게 뭐냐면요, 스키너 박사라는 학자가(이인순님 감솨!!) 스키너 박스라는 걸 만들었어요. 요기다가 비들기를 가둬놓고 어딘가를 쪼아야 먹이가 나오도록 장치를 했어요.
여러 마리 비들기를 가지고 실험을 했죠.5번 쪼아야 나오는 녀석, 2번만 쪼으면 나오는 녀석, 그런데 제일 학습이 잘 된 녀석은 간헐적, 불규칙적으로 쪼아야 먹이가 나오는 녀석이더래요. 어떤때는 쫄 때마다 나오고, 어떤 때는 열댓번을 쪼아야 나오고... , 어찌 생각하면 파블로프의 개보다 더한 실험인 것 같죠? 잔인해요.

그런데 제가 이 이론을 종종 써먹었어요. 아이를 키울 때, 부장노릇을 할 때...
아이가 똑같은 잘못을 할 때마다 꾸중을 하면 효과가 없어요. 오히려 "우리 엄만 잔소리꾼!!"이정도죠. 분명 지가 혼날 짓을 했는데 엄마가 야단을 치지 않으면 야단친 것 이상의 효과가 나죠. 자기가 알아서 조심하거든요. 저 좀 골때리는 엄마죠??

부장할 때 후배 다루는 것도 그랬어요.
매일 지각하는 애, 지각할 때마다 불러세워서 일찍 나와라 해봐야, 그날밤 술자리의 안주꺼리 밖에는 안되요. 가끔 한번씩, 그리고 그 혼을 내는 주기도 불규칙적으로 야단을 치면 훨씬 효과가 있어요.
기사 제대로 못 써오는 애보고도 매번 "이게 기사야?"해봐야 마찬가지에요. 한번은 "이거 참 시각이 좋은데 문장이 거칠다"고 타일렀다가 한번은 매우 호되게 혼내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게 하는 거죠. 물론 이거 잘못하면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부장'이 되니까 매우 이성적으로 해야죠.

오늘 왜 이렇게 골치아픈 교육학 이론까지 들먹이면서 서론이 장황하면요, 오늘 저녁 부실했던 저녁메뉴에 대해 합리화를 시키려구요.

제가 얘기한 적 있죠? kimys 저녁 때가 되면 오늘은 어떤 맛있는 걸 해주려나 은근히 기대가 된다고 하더라구...
그러다보니 아무리 그럴싸한 고기반찬 해줘봐야 당연할 걸로 여기는 거 있죠? 당연한 정도가 아니고 점점더 별나고 맛난 걸 기대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 높은 기대치에 부응에 해주면 좋겠지만 도저히 몸도, 경제력도 따라주질 않아서...

그래서 오늘부터 남편입맛 관리에 들어갔어요. 오늘의 반찬은 김치3가지(배추김치 알타리김치 순무김치)와 김구이, 그리고 콩나물국 감자볶음 떡갈비(백설푠가? 하여간 그 냉동햄)갈치구이, 사실 이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식탁에 앉은 우리 kimys 표정을 보니 '이게 웬일이야, 이 마누라 오늘 태업하나!!'하는 표정이에요.

사실 냉동햄 그냥 지져진채로 식탁에 오르는 일은 참 드물거든요, 뭔가 요리 비슷한 재처리 과정을 거치지..., 내일두요, 오늘 비슷한 수준의 반찬만 식탁에 올릴거예요. 그러다가 뭔가 근사한 요리를 내밀면...

kimys몰래 무슨 음모라도 꾸민듯 재미있긴 한데 문제는 kimys가 이 사이트에 하루에 한번은 들어온다는 점이죠. 이 글 kimys만 못보게 하는 무슨 묘수가 없을까??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권성현
    '02.12.16 8:41 PM

    행님,kimys 님이 보시는것 뭐라 하시지 마세요.부부가 함께 공유하는것이 아름답지 않아요?
    부부는 일심동체 인데,행님의 생각도 좋지만 행님과 오랜시간 함께한 동반자의 시각으로 행님께 이 사이트를 보면서 해주실 말들도 많으실거예요.
    바로 옆에 행님을 잘아는 오랜 친구가 든든히 지켜주는 기분을 만끽해 보세요.
    그래야 이 사이트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까요?
    부부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봐요.저 역시 모든걸 남편과 공유한답니다.
    당연히 이 사이트 역시 묵묵히 들어와서 보고 나갑니다.
    부부는 한몸이라고 내가 느끼는걸 남편도 느끼고 싶대요.

  • 2. 김혜경
    '02.12.16 8:44 PM

    성현 아우님은 정말 든든한 제 후원자에요. 아우님의 남편, 아 제부님인가요,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 3. 꽃게
    '02.12.17 9:57 AM

    허걱...
    진수성찬이신데요...
    저는 김치도 돌아가면서 한가지, 생선이나 육류 한가지, 멸치 볶음(365일 빠지지 않음), 국이나 찌개 한가지....서운하면 장아찌류 한가지.
    주말엔 풍성한 요리 한가지.
    간단히 먹구 사는데도 힘이 들어요.

  • 4. 김수연
    '02.12.17 10:19 AM

    언니, 울 아들한테 넘넘 효과적인 교육방식이 될거 같아요.
    남편은 이미 길들여진 것 같은데... 음.. 쫌 반성이 되는군.

  • 5. 김혜경
    '02.12.17 10:21 AM

    너무 잔인한 교육법은 아닐까요? 난 요즘 가끔 반성하는데 너무 아이에게 심하게 한 건 아닐까하고...교육학 이론까지 생각한 엄마 좀 심했던 건 아닐까요??

  • 6. 김수연
    '02.12.17 10:44 AM

    그런가요? 남편과 얘기할 거리가 생겼네요.

  • 7. 김연희
    '02.12.17 2:17 PM

    재미 있네요... @.@
    난중에 아기가 크면 까먹지 말고, 해봐야지.

    글구 매일 같이 반찬이 그렇게 풍성해요??
    제가 그렇게 밥상 차리면, 저희 남편 기절하겠다//////

  • 8.
    '02.12.17 7:00 PM

    그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해 보여요...
    전 빨리도 잘 못하고... 잘해야 일주일에 한두번 아침만 먹는게 다 이거든요...
    저희 반찬은 먹을때마다 비슷해요...
    구이김, 김치 한가지, 국이나 찌개 한가지...
    다행히도.. 저나 남편이나 반찬이 많아도 먹는것만 먹어서... 별루 잔소리 안듣고 잘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남편에게 미안해지네요...
    오늘도 전 일이 많아서 야근하고 남편은 일찍 들어갔거든요...
    언능 더 많은 정보를 쌰쌰삭~~ 익혀서 맛난것두 해줘야 겠어요...

  • 9. 이인순
    '02.12.17 9:03 PM

    비둘기한테 가혹한 짓을 한 사람은 스키너(Skinner)랍니다... 성인지 이름인진 모르것지만서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들어오는 데...참 유익한 곳이에요...
    저녁 잘 먹었는데 왜 이리 허전한지....
    군고구마 사먹으러 가 볼까해요...

  • 10. 김혜경
    '02.12.17 9:08 PM

    아,인순님 맞는 것 같네요, 흐릿하게 생각이 날듯....에구에구 내 총기 다 어디 가구....

  • 11. 김경연
    '02.12.19 11:01 PM

    대학 1학년 심리학개론 시간에 시험문제였습니다...B.F.Skinner의 '월든II' 읽고 질문에 답하기..^^;

  • 12. 푸우
    '02.12.20 8:58 AM

    저도 사범대학 출신인데, 학교 다닐때 배운 것들 중에서 교육철학, 교육행정 이런 것들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심리학 개론 시간에 배운 것들이 기억이 가장 많이 나네요...다시 한 번 읽어보고 우리 아가 태어나면 써 봐야징..(너무 잔인한가??)

  • 13. 잠비
    '06.5.17 12:18 AM

    다시 읽어 나가는 희망수첩 - 참 좋은 제목입니다.

    희망.....가족들이 주부의 손끝으로 이루는 맛에 희망을 걸지요. 그죠?
    냉장고 속에 있는 것들로 상을 차리고 있는 요즘, 태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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