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불 만들 원단을 사러 갔다가 떨이로 파는 손수건을 열장 싸게 사왔던 걸...
그냥 쓰려니 새 원단 냄새가 나서 삶으려다가 냉동실에 얼려둔 치자 생각이 났어요.
살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첫 사랑처럼. 갑자기...ㅎㅎ
실에 꿰어 대롱대롱 매달아 뒀던 치자는...먼지가 앉고 부스러기가 자꾸 떨어지길래
비닐봉다리에 꽁꽁 싸서 냉동실에 뒀었지요.
치자는...전을 부칠 때 색깔도 이쁘게 만들지만...본래의 성질이 차서
성질이 뜨거운 기름에 지지거나 볶은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먹으면 그 성질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몸에 이롭다해요. 누가? 제가 아는 한의사 선생님이!
전을 부칠 때 기름이 여기저기 튀는 것도 방지한다하니...조상님들의 오래된 삶이 주는 체득은 오늘날의 과학이
증명하기에 급급할만큼 앞선 게 아니겠어요.
웰빙..에코...
그런 것도 바람을 타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것들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음 해요.
물론 전통적인 일들을...전통적인 방법으로 계승해가는 분들은 그들만의 몫을 해내고 또 그만한 가치들을 안고 살아갔음 하지만
실상 우리는 작은 취미 하나 가지기에도 여러가지 제약들이 따르고 비용도 만만치 안잖아요.
하여...
실생활에 아주 편리하고 쉽게...물론 전문적이진 않아도 충분한...ㅎㅎ
천연염색을 할 수 있는 한가지 예를 보여드릴게요
예쁘고 착하기까지한 민제가.
이 때 필요한 거..뭐?
무시...ㅎㅎ
천연염색은..말그대로 원료부터 모두 천연이여야 해요.
면.견.마.삼..등 그 염색할 천이 자연에서 온 재료여야 염색이 가능한데
손수건이 잠길 만큼의 물을 붓고... 치자를 적당량...음..적당량이 어렵겠지요?
티비 광고보니...청주 약간이란 말을...아주 큰병 한병을 다 들이부어..밥먹다 쓰러지는 남편도 보이던데...ㅎㅎ
많이 넣으면 색이 좀더 진해지고..적게 넣으면...색이 연하다는 거 빼곤...량에 관계는 없어요.
저는 손수건 열장 염색하는데 손수건이 잠길 만큼의 물을 부은 다음 치자 두움큼정도 넣어서 팔팔 끓였어요.
색깔이 예쁘게 우러나왔으면 건더기들을 건져내고 천일염을 밥숟갈로 한숟갈이나 두 숟갈 넣고 녹인 다음
손수건을 입수. 뭐..천천히 차례대로..좋겠지만 그냥..풍덩..넣어주시면 돼요...
소금은 염색이 좀더 예쁘게 되라고 넣는 매염제라는 건데...우리 나물 삶을 때도 색깔 이쁘라고
소금 넣잖아요.
불을 끄지 않고 손수건에 골고루 색이 베이도록 뒤적거려줘도 되고...
불을 끄고 고무장갑을 낀 다음 주물러 줘도 됩니다.
손수건 올 사이사이로 색이 잘 스며들게 하는 작업이에요.
크..색깔 이쁘지요.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궈서 햇볕 좋은 곳에 널어주면 끝.
이 과정을 여러번 하면 색이 좀더 진해지겠고...그냥 쓰셔도 되고...
단 빨래집게를 집을 때 너무 많은 부분이 집히면...그 부분은 색깔이 옆어지겠지요...
양파 껍질도 치자보단 채도가 조금 낮은...저런 비슷한 색을 내요.방법은 똑같구요.
뭐..웰빙이다 에코다..별 거 겠어요.
한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시는 우리 어머닌...시중에 파는 손수건으론 그 흐르는 땀을
주체하실 수 없어서...저렇게 큰 손수건을 쓰셔야 해요.
울트라 키왕짱 건망증을 달고 살아도 시어머니께 사랑받는 비결은...ㅎㅎ
저런 사소한 것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