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끔 집 고치는 이야기 올리곤 하는 반달입니다.
시골집을 직접 리모델링하다보니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특히 공사비가 얼마 들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공사비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중에 결산해보고 알려드릴게요, 라고 했었는데요,
이제 일이 다 끝나고 한가해져서 결산을 해보고 있습니다.
우선 축사부터 정리했어요.
집을 짓거나 고치셔야 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어, 블로그에 올린 글이지만 82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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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때 했던 생각 중 하나가 비용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거였어요.
물론 가진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지만, 꼭 그게 다는 아닙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 핀란드 사람들은 여윳돈이 생기면 시골에 작은 집을 산다고 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집에 가서 뚝딱 뚝딱 집을 고치고, 그렇게 고쳐서 지낼 만한 집이 되면, 주말마다 거기에 가서 지낸다는 겁니다.
주말별장이라고 하면 무척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 사람들의 주말별장은 정말 작은 시골 오두막집 수준입니다.
숲 속에 작은 집이 있는 삶, 생각만 해도 근사합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주말별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결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우리는 여윳돈이 생기면 삶이 아닌 '재테크'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시골에 조그마한 땅이라도 한 귀퉁이 가지고 있으면 사는 게 얼마나 재미나고 풍요로워지는지, 하다못해 주말농장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우리 부부도 아이 어릴 때 한 동안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걸 충격적으로 깨달았지요.
도시에서 돈이 없으면 한 조각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자연은 끊임없이 무한정 줍니다.
시골에서는,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땅이 먹을 것을 계속 주니까요.
시골에 비를 가릴 수 있는 작은 집이 있고, 그 집에 딸린 땅덩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는 마음이 정말 달라집니다.
대학에 떨어지면, 회사에서 짤리면, 치솟아오르는 전세금을 마련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절박한 심정에서, 절박함이 조금 덜어집니다.
뭐가 좀 삐끗해도 죽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골에 별장을 마련하라고 권합니다.
물론 말이 별장이지, 허름한 시골 빈 집을 잘 찾아서 내집으로 고쳐보라는 소리입니다.
이마저도 보통 사람들에겐 어마어마한 사치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게 했을 때 얻게 되는 것이 너무 크기에 자꾸 그런 말도 안 되는 권유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집을 사는 데에도 큰 돈이 들지만, 고치는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집값보다 수리비가 더 드는 일도 흔하고, 집수리라는 것 자체가 쉽게 마음이 먹어지는 일은 아니죠.
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관리사무소 직원이 달려와 해결해줄 때까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게 보통인 현대인에게, 시골에 집을 사서 고친다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이겠어요.
그래서 남편과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골집을 손수 고치는 게 그렇게 어마무시한 일인지 어디 우리가 한번 해보자. 그리고 최대한 돈을 적게 써보자."
서울에서 컴퓨터와 책만 상대하던 우리 부부가 손수 할 수 있다면, 살던 집의 전세금만 달랑 들고 제주로 내려온 우리 부부가 빚 안 지고 할 수 있다면
왠만한 사람들은 다 할 수 있지 않겠어? 라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하나 하나 증거 제출 들어갑니다.
원래 이랬던 축사를
이렇게 고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부부 둘이서 모든 일을 했습니다.
축사가 8평 조금 넘는데요, 인건비를 제외한 8평 축사의 리모델링 원가를 공개합니다.
자재의 단가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제주도가 아무래도 조금 비싼 편입니다.
<천장>
제재소에서 삼나무판재를 사다가 천장 안쪽에 덧대었습니다.
천장 나무대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포스팅 참조. http://blog.naver.com/banndal/100191661105
비용 : 판재 8평 분량 256,000원
<벽면>
축사에 남아있던 구유를 부수고,
시멘트가 노출되어 있던 벽에 핸디코트를 바른 후, 오염방지를 위해 수성바니쉬를 발라 주었습니다.
비용 : 핸디코트 2통 17,000 * 2 = 34,000원
바니쉬 약 1통 (남아있던 것 썼음)
구유부수기 http://blog.naver.com/banndal/100191661119
핸디코트바르기 http://blog.naver.com/banndal/100193223083
<바닥>
공사하면서 나온 시멘트 부산물과 얻어온 폐골재로 바닥을 돋우고, 시멘트 미장을 한 후 에폭시로 마감했습니다.
에폭시 마감은 카페나 미용실 같은 데서 많이 하는데요, 시멘트 미장 위에 반짝반짝한 코팅제를 입힌 느낌이 납니다.
하도제 칠하고 상도제 칠하고, 냄새가 심하게 나서 그렇지 일이 특별히 힘들 건 없어요.
비용 : 시멘트 6포 6,000 * 6 = 36,000원
모래 0.5루베 (공사하고 남아있던 것 활용)
에폭시 상도, 하도제, 신나 184,000원
포인트 타일 장당 7,500원 * 14장 = 105,000원
바닥미장 http://blog.naver.com/banndal/100193223884
<문과 창문>
원래 샷시로 맞추려 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나무 사다가 직접 짰습니다.
틀은 구조목으로 짰고 창문은 합판 쓰고 남은 게 있어 창틀 만드는 데 썼습니다.
합판은 진짜 쪼가리라 비용 계산에서 빠졌어요.
원래 문이 없이 뚫려있던 데라 수직 수평이 전혀 맞지 않아 조금 힘들었고, 문 위에 삼각형 공간이 생겨서 거기도 유리를 넣느라 신경을 써야 했어요.
창문에 쇼바 다는 게 조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구조재 3600 * 38 * 89 11장 * 9,500원 = 104,500원
구조재 3600 * 19 * 140 4장 * 11,000원 = 44,000원
쫄대 10개 * 2,000원 = 20,000원
유리 53,700원
오일스테인 35,000 원
유압쇼바 4개 * 3,000원 = 12,000원
문과 창문 제작 비용 토탈 269,200원
<축사 테이블>
축사 테이블은 삼나무 판재 남은 것과 팔레트 해체한 것으로 만들어서 비용 계산 불가.
<세면대>
세면대는 팔레트와 남아있던 목재로 만들고 세면볼과 수전을 설치했어요.
이것도 대부분 팔레트로 만들어서 목재 비용은 들지 않았습니다.
비용 : 세면볼 45,000원, 수전 65,000원
<선반>
축사카페 정면에 현무암을 쌓아 장작 둘 곳을 만들고, 현무암 위에 판재를 올려 선반을 만들었어요.
현무암은 스튜디오13 밭에서 가져다 썼고 목재값만 들었습니다.
옆에 세워진 창틀이니 나뭇가지 같은 것은 다 주워온 거예요.
비용 : 집성 계단재 65,000원
선반지지대 1500원 * 3개 = 4,500원
<조명>
전등갓을 서울 을지로에서 사왔는데, 개당 만원이 안 됩니다. 3개 사서 페인트 칠해서 썼어요.
비용 전등갓 약 10,000원 * 3 = 30,000원
이 외에 이지체어라든지 스탠드 같은 인테리어 물품은 비용에 넣지 않았습니다.
대략 계산해보면 총 비용 1,093,700원.
문과 창문을 샷시 업체에 맡겨서 제작하려고 견적냈을 때 백오십만원 나왔었으니까, 많이 절약했습니다.
애초에 건설업자에게 견적냈을 때 받았던 비용하고는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요.
남편이 재주가 많이 좋은 편이라 문도 창문도 직접 짤 수 있어서 목수 비용이 안 든 게 제일 큰 절약 요인이긴 한데요,
남편도 처음부터 이런 일을 잘 했던 건 아닙니다. 해야 하니까 하게 되고, 하다 보니까 잘 하게 된 겁니다.
셀프집수리, 힘들긴 하지만 못할 일은 아닙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몸 아끼지 않겠다 작정하면 다 하게 됩니다.
집수리를 앞두신 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