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드라마 Dr.who 를 아세요 ?
그렇다면 , 타디스를 아시겠군요 .
KBS 에서 방영도 하는 드라마니까 , 아마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거예요 . 그러나 그 드라마를 ( 예전의 저처럼 ) 오며가며 슬쩍 보기만 한 분들은 닥터의 매력을 다 모르실 수 있겠지요 .
닥터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외계인 .
그가 타고 다니는 타임머신 겸 우주선 , 타디스입니다 .
이건 제가 만든 타디스예요 . ㅋ
연못댁님의 포스팅을 보다가 이 포스팅을 해야지 , 생각하게 됐어요 .
아마도 연못댁님이 말씀하신 영국의 공상과학 드라마는 이 닥터후가 아닐까 , 하는 심증을 가지고 말이죠 .
연못댁님 , 맞나요 ? 맞다면 , 연못댁님도 닥터를 , 닥터의 우주를 사랑하시겠군요 . 손 덥석 !
아니라면 ... 음 ... 그냥 조용히 머쓱해하며 이걸 계속 쓰겠습니다 . ㅋ
저는 제 언니 덕에 닥터를 알게 됐어요 .
그 전에도 텔레비전에서 하는 것을 오며가며 몇 장면 본 일은 있었죠 . 별 관심은 없었고 , 볼 때마다 화면 속 인물들이 늘 쫓기고 달리는 정신없는 드라마라는 인상 , 시끄러운 남녀가 나와서 이상한 기계를 가지고 쿵쾅댄다는 인상만 있었어요 . 제대로 앉아서 본 적이 없었거든요 .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 언니가 그 드라마에 빠져들더군요 . 그러더니 재미있다고 저보고 자꾸 보라고 하는 거예요 . 누가 봐도 유치찬란한 , 스폰지로 만든 괴물이 나오고 ( 아니 요즘 그래픽 기술이 어떤 시대인데 저따위 물건을 드라마에 ...), 우주선이랍시고 나오는 건 낡아빠진 공중전화 부스이며 ( 아니 아무리 드라마여도 이건 좀 어이없잖아 ), 그나마도 너무 낡아서 우주선 안에 누런 스펀지가 여기저기 둘둘 감겨 있기나 한 ... 그런 드라마를 말이에요 .
언니가 권할 때마다 저는 알았다고는 했지만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 미루고만 있었어요 .
이건 제가 저 타디스를 만들겠다고 구상할 때 제일 많이 참고한 타디스 사진입니다 .
크고 또렷하게 나왔죠 . 핸드폰에 받아서 확대해서 봤어요 .
( 참고 : 제가 여기 올리는 , 제가 찍지 않은 사진들은 다 열혈 구글링과 우리나라 웹 검색으로 주워모은 것입니다 . 남들이 이미 모아 놓은 것을 주워 모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이게 일 년도 더 전에 만든 거라 ,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사진들이 많아요 . 출처를 명쾌히 쓸 수 없음에 심심한 유감을 , 이것들을 웹에 올려 둔 닥터 골수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
그러다가 영어를 해야 하고 ( 그게 영국식 영어면 좋고 ), 시간이 남아도는 때가 있었어요 .
오래 전 82 에 포스팅하다가 말았던 , 호주에 머물렀던 때요 . 그 때 알바를 구하려고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 그 때 닥터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저도 그만 ... 늪에 빠지듯이 빠져들고 말았죠 .
닥터의 소닉 스크류 드라이버입니다 .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하니 ...
만능 열쇠 ?;; 그런 걸로 이해해 주시면 될 거예요 . 급할 때 잠긴 문에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리고 , 그런 물건입니다 .
닥터 팬들 , 아니 , ‘ 빠 ’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은 ( 저 포함 ) 닥터 관련 물품을 사고 싶어하고 가지고 싶어하지요 .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런 물건도 만들어 파는 듯해요 . 실물 크기 소닉 스크류 드라이버입니다 ( 저도 가지고 싶어요 ㅜㅜ ).
세 번째 사진도 , 누군가 영국에서 닥터후 관련 물건을 쇼핑하고 찍은 건가 봐요 . 싸이킥 페이퍼도 있네요 .
( 참고 : 싸이킥 페이퍼 - 저 검은 케이스에 든 그냥 하얀 종이인데 닥터가 급히 신분 증명을 해야 할 때 내밀면 , 상대방에게는 그때그때 맞는 신분증으로 보인다 ... 고 합니다 ... 제가 쓰고도 허무맹랑하네요 . ㅋㅋ )
닥터후의 매력이 뭐냐고 하면 , 어떤 점이 그렇게 좋냐고 하면 ...
할 말이 아주 많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기도 해요 .
설명이 없이도 , 보고 빠져들 사람은 몇 편 보지 않아 바로 그 늪에 빠져들 것이고 ,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여러 편 보고도 하품을 하거나 ‘ 이게 뭐야 , 말도 안되고 유치하고 재미도 없네 ’ 할 것이거든요 .
어쨌거나 저에게 물으신다면 ,
유치하고 우습고 허무맹랑하지만 , 따스하고 재미있고 이상하게 눈물 나는 드라마라고 말하겠습니다 .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어요 . 흠 많고 실수 잘 하고 모순 투성이에다 어딘지 모르게 꼬여 있기도 하지만 ,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 ‘ 닥터 후 ’ 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
약한 존재에 대한 애정 , 우주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 인간의 지난 역사에 대한 ( 특히 영국의 ) 자부심이나 , 말도 안 되는 장난기 , 상상력 , 그런 것들도 이 드라마에는 뒤섞여 있고요 .
그런데 눈물은 왜 나냐구요 ?
글쎄요 .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진 사람이 있거나 , 만나고 싶지만 두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거나 ...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가야 할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사람이라면 , 이 드라마를 보다가 한 번은 눈물이 나지 않을까 해요 . 미안하다고 , 보고 싶다고 , 그 때 말할 걸 - 그런 후회를 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
또는 , 먼 세계에 대한 꿈 같은 걸 묻어 두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어도요 .
... 그런데 우리는 대략 다 여기 어딘가에 해당이 되기도 하잖아요 . ^^ 그러니 보다 보면 이해하시지 않을까요 .
* * *
재작년이었을 거예요 . 퀼트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어가고 있던 가을이었죠 . 일 주일에 한 번씩 배우는 퀼트 수업에서 이제 막 기본 바느질만 배운 주제에 ,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언니에게 바느질로 뭘 만들어서 선물해 볼까 ?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타디스 생각이 났어요 .
그래 ! 그거야 ! 타디스 필통을 만들어 선물하면 무지무지 좋아하겠지 ?
그래서 저는 타디스 사진들을 찾기 시작했던 거죠 . 그래서 저 위의 두 번째 사진과 함께
이런 사진들도 찾아냈어요 . 정면 사진 .
오른쪽 도안은 아무래도 닥터 팬이 뭔가를 만들려고 그린 것 같아요 .
그리고 이런 것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
가지고 싶은 것들 !
왼쪽 위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타디스 , 오른쪽은 저금통 같아요 .
왼쪽 아래는 뭔지 모르겠어요 . 스피커 ...?
오른쪽은 USB 확장기 ...? 잘 모르겠네요 .
이것들은 실제로 판매되는 것들 같았어요 . 그런데
이것들은 팬들이 직접 만든 게 아닌가 하는, 몹시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품게 되는 것들이었어요 ㅋㅋ
타디스를 타고 싶은 ( 닥터를 보다 보면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ㅋ ) 팬들이 만든 가방 , 흠 좀 많이는 안 비슷한 쿠션 , 한국 팬이 직접 만들고 칠한 것 같은 모형 , 그리고 ‘ 네모난 것은 다 타디스로 변신이 가능하군 ’ 이란 멘트가 붙어 있었던 휴지 케이스입니다 . 팬심이 느껴지시나요 ? ㅋㅋ
왼쪽은 아마도 영국 신혼부부 ... 겠죠 ? 옷장을 구입한 것 같았어요 .
그런데 저거 , 일명 ‘ 비키니 옷장 ’, 그거 아닌가요 ? ㅋㅋㅋㅋ
오른쪽은 ㅋㅋ 핸드메이드같아요 . 얼마나 좋았으면 저런 침대를 ...
이 외에도 정말 많았어요 . 아예 자기 집 방문을 파랗게 칠해서 타디스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도 꽤 많았고요 ( 외국 ). 옷장을 타디스로 만들어 놓은 사람도 있었고 , 가장 무도회에서 자기 자신을 타디스로 꾸민 여자 ( 파란 드레스를 입었더군요 ) 도 있었고 ... 타디스를 가까이 두고 싶은, 타 보고 싶은 팬들의 그 마음 ! 깊이깊이 이해가 가면서 , 웃음이 나기도 했죠 .
참 , 유튜브에서 타디스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동영상은 (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 나는 타디스를 만들었다 ’ 라는 제목의 동영상이었답니다 . 젊은 영국 아가씨가 자기 뒤뜰에다가 아예 실물 크기의 타디스를 만들었더군요 . 나무를 자르고 못질하고 칠해서 말이지요 . 입이 떡 벌어지는 동영상이었어요 .
타디스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러느냐구요 ?
위에도 썼듯 , 타임머신 겸 우주선인데 , 생긴 것은 영국의 옛날 공중전화 부스 모양입니다 . 듣자 하니 예전에는 영국에 저런 부스가 있었다고 하네요 . 급할 때 경찰 신고용으로 쓰는 전화였고요 .
타디스는 ...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디든 갈 수 있는 우주선이에요 . 최후의 타임로드인 닥터를 태우고 우주를 떠돌며 여행을 하지요 . 그런데 낯선 시간대와 장소에 떨어지면 거기 원래 사는 주민들에게 들키면 안되잖아요 . 해서 , 원래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 (?) 이 가능했는데 , 오래 전 영국에 떨어진 이후 뭔가가 고장나서 모습 변신이 안 되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 그래서 지금은 저 모습 그대로 고정이지요 .
겨우 공중전화 부스이지만 내부는 아주아주 넓습니다 . 그래서 처음 타 본 누구나 입을 딱 벌리고 놀라게 되지요 . 한 번도 보여 준 적은 없지만 침실도 있고 옷장도 있고 심지어 수영장도 있다고 하죠 . ㅋㅋ
타디스는 나타나거나 사라질 때 , 특유의 소리를 내요 . 휘잉휘잉 하는 . 닥터에 빠진 후 그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게 돼요 . ㅋㅋ 내 집 문 앞에서 그 소리가 났으면 좋겠고 , 문을 열고 뛰쳐나가 , 아 , 닥터 ! 소리치고 싶어지죠 . 그래서 저는 ... 그 소리들을 찾아서 휴대폰 벨소리로 만들어 제 폰에 깔았어요 ;;
닥터에 일단 빠진 사람들 중 , 저 타디스가 나타나면 나는 언제든 타고 떠나겠다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 본 것은 저만이 아닐 거예요 . 어느 날 내 집 앞에 그 설레는 소리를 내며 타디스가 나타나 거기에서 닥터가 내린다면 ,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달려가 덥석 타고 떠나겠다는 생각 .
그래서 제가 올린 저 많은 사진들에서 사람들은 타디스를 만들고 , 만들고 , 만든 거겠지요 .
그 열망이 얼마만큼이냐면 ,
이런 사진들도 있었답니다 ㅋㅋ
타디스를 향한 그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ㅋㅋㅋㅋ
아마도 이것들은, 타디스 모형을 직접 구입할 수 없는 나라(예를 들면 대한민국ㅜㅜ 요즘은 직구도 많지만, 배송비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에 사는 팬들이 만든 것일 거예요.
심지어 누구나 내려받아 만들라고 올려 놓은 이런 그림도 있었죠.
저는 이 사진들을 열심히 긁어다 놓고 , 팬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공감도 하고 , 낄낄대고 웃기도 하고 , 기발한 아이디어나 정교한 솜씨에 감탄도 하면서 한참을 들여다 본 후 ... ‘ 과연 이것들을 천과 솜으로 어떻게 네모지게 만들 것인가 ’ 연구 (?) 에 들어갔지요 .
목적은 필통이었는데 , 실용적인 필통을 만들기 위해 가로세로 비율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고 , 최대한 닮게 만들고 싶었어요 . 천과 솜과 실로 만드는 것이니 저 각잡힌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딱 봤을 때 ‘ 꽤 그럴싸한데 ?’ 할 수는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었지요 . 동글동글 말랑한 봉제 인형처럼 만들지 말고 , 제 힘으로 서 있을 수 있게 만들자는 것 . 저의 목표는 그것이었답니다 .
쓰다 보니 길어지네요 . 두 번에 나눠서 올릴게요 . 그러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