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농담정도 따 먹어야
슬픔정도 따 시킬 수 있다
누군가를
잃은 자리마다
꽃이 피어나면
그마저 따서
제일 먼저는 머리에
다음엔 입술에
그다음엔 귓등에
좋냐..
그리웠냐..
미투!
니가 꽃으로 피어나도
이쁜 건 여전히 나란다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넝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