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모르는 것

| 조회수 : 1,441 | 추천수 : 1
작성일 : 2019-05-26 10:42:39

 

모르는 것   
   
                   임지은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흐릿해지고 있다
자꾸만 사라지는 것들에게 이름표를 붙인다

미움은 살살 문지르는 것
칫솔은 관계가 다 벌어지는 것
일요일은 가능한 헐렁해지는 것

비에 젖은 현관을 닦은 수건은 나와 가깝고
불 꺼진 방의 전등은 엄마와 가깝다
오래된 얼룩을 닦는다
엄마 비슷한 것이 지워진다

나는 리모컨을 시금치 옆에서 발견한다
쓰다 만 로션들이 서랍 속에 가득하다
며칠째 같은 옷을 입고 텔레비젼을 켠다

채널을 바꾸려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를 방 안에 넣고 다음 날까지 잊어 버린다

                  -임지은, '무구함과 소보로' 문학과 지성사, 2019

 

밤새 
토해 놓은
토사물을 쪼아 먹는
비둘기를 본다

누군가
토해 놓은 슬픔을 쪼아 먹는
통통한 나같다는 생각 

발 따윈 
담구지도 않으리라

저어 멀리서 
어머 어째..하며

해맑게
날마다 
그리고 영원히

그 의미를 모르고 말리라
오늘도 다짐해 본다







* 사진은 쑥언늬가 좋아하는 때죽나무

* 사진 중간은 시인의 시, 맨 밑의 글은 쑥언늬 사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chritt
    '19.5.28 10:52 PM

    좋네요.
    감사합니다.

  • 쑥과마눌
    '19.5.30 5:58 AM

    다행입니돠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0747 공원에 벚꽃나무 가지가 꺽여졌어요 2 한일전 2019.06.09 1,038 0
20746 일몰의 장관을 기다리며 도도/道導 2019.06.07 730 0
20745 약 7 Km의 1004 대교 4 도도/道導 2019.06.06 1,259 0
20744 농담 한 송이 2 쑥과마눌 2019.06.06 1,360 1
20743 여기는 야간 사파리? 5 isabella2 2019.06.05 1,123 0
20742 새끼 고양이 27 쾌걸쑤야 2019.05.27 4,988 2
20741 모르는 것 2 쑥과마눌 2019.05.26 1,441 1
20740 오래 된 커피잔의 제작시기가 궁금해요 6 황도 2019.05.24 2,401 0
20739 입양하던날 찍은 사진으로 안시마의 초상을 그리다 6 도도/道導 2019.05.23 2,523 0
20738 물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도도/道導 2019.05.22 1,032 0
20737 동네카페 지나가다 찍었는데 꽃이름 아시는 분~~ 7 개나리 2019.05.20 2,495 0
20736 82쿡의 지킴이 jasmine (자스민네)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 7 어부현종 2019.05.19 6,796 3
20735 아침 산책길에 동행해 주는 녀석들 11 도도/道導 2019.05.16 3,669 0
20734 [임실맛집]샹그릴라 5월의 푸르름을 담아..[전주 샹그릴라cc .. 2 요조마 2019.05.16 2,916 0
20733 제천,단양 금수산 14 wrtour 2019.05.15 2,023 2
20732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해석 덧붙임) 8 쑥과마눌 2019.05.14 1,780 2
20731 아름다운 세대교체 4 도도/道導 2019.05.13 1,333 1
20730 작년 식목일 태어난 울집 업둥이 특집^^ 9 까만봄 2019.05.11 3,352 4
20729 순둥이와 누룽지 5 행복나눔미소 2019.05.11 2,205 1
20728 사진 핸드폰으로 여기 어찌 올리나요 1 똥꼬쟁이 2019.05.10 856 0
20727 일몰이 아름다운 곳 2 도도/道導 2019.05.10 1,002 0
20726 그리움이...... 도도/道導 2019.05.08 920 0
20725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4 쑥과마눌 2019.05.08 1,071 0
20724 [도시어부 제4회 天下第一붕신대회편] 임실 중화요리집 수궁반점 1 요조마 2019.05.07 2,895 0
20723 유기된 자매.... 9 도도/道導 2019.05.02 3,21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