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자려고 누으면
침대가 점점 좁아져서
관이 따로 있나,
내 누운 자리가 관짝이지 싶었던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얼 했었나
시차가 다르니
벌건 대낮 한창의 일상 속 동생놈한테
전화를 걸었던가
수화기 저편
우르르 쏟아 내리는
생활 소리가 좋았다
잠이 안 오다고?
야한 생각을 해!
내 화일 몇개 보내주랴?
눈물 겨운 남매애
따땃한 전화기를 안고
이 누난 잠들 수 있었지
난로같은 화상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위안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쑥언늬네 이웃 화단
*추가로 해석해 볼랍니다.
시라는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 제가 풀이해도, 님하고 다르면, 님이 맞은 거예요.
시인이 꽃이 활짝 핀 꽃나무를 봅니다.
불이 난 거 같아요
저리 불이 나서 난리가 난 듯한 나무도
불과 얼마전에는 깡마른 가지밖에 없었다지요.
그걸..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이라는 말로 표현해요.
빈 가지로, 오고가는 바람 죄다 훝으며 쳐 울던 나무는
이제 모든 것을 잊은 듯이 붉은 꽃을 불난 거처럼 피워내요.
너무 붉어서, 너무 불난 거 같은 나무가 난로 같아서
시인은 가서 손을 뻗어 불을 쬐요.
불을 쬐니, 뜨셔져서, 몸이 녹아 내려요.
불을 쬐는 순간과 그 뜨셔져서 녹아내리는 순간사이에 시인이 자기 할 말을 넣어요.
시를 쓸 당시 아팠던 시인이 느끼는 말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옛말이 공감되니, 누워 있는 자신은 나무처럼 쭈욱 발을 뻗어 봐요.
덮고 있는 이불을 무덤을 덮는 듯 덮고, 나무에 불꽃같이 붉은 꽃들이 피듯, 자기 몸속으로
(이 부분은 제 생각이예요) 화장터에 불씨가 들어 오면, 자신의 몸이 불 타는 부분마다, 꽃이 피어 나요.
역설적이지만, 이불은 무덤인데, 무덤을 덮은 나는 나무같은데, 그 나무를 불 태우니, 그 불씨를 받고 꽃이 피니,
나는 그런 나무의 살아 있는 심장소리를 들어요. 입술이 입술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같은 곳으로
같은 이야기를 받아 들어요.
말이 안되면서, 말이 되는 듯한 것은요.
박서영 시인은 떠났지만, 그녀가 붉은 꽃을 피는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느꼈던 그 생생함이 글에서 그대로 전달이 되어요.
그러니, 이 시는 그녀라는 나무에서 핀 붉은 꽃.
* 요사이 제 가방에 늘 들어 있는 박서영시인의 유고시집이예요
* 쫌 살은 82쿡 언늬들한테 맞아요
* 짜투리 시간 날 때, 한 시 한 시 장인의 숨결을 따가면서 읽어 보아요. 무척 있어 뵙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