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 조회수 : 1,07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9-05-08 00:30:10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손택수



멀리 여행을 갈 처지는 못 되고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디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을 때

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라도 있어

그 그늘이 어떻게 흔들리는가를 보겠네

마흔 몇 해동안 나무 그늘 흔들리는 데 마음 준 적이 없다는 건

누군가의 눈망울을 들여다 본 적이 없다는 얘기처럼 쓸쓸한 이야기

어떤 사람은 얼굴도 이름도 다 지워졌는데 그 눈빛만은 기억나지

눈빛 하나로 한 생을 함께 하다 가지

나뭇잎 흔들릴때마다 살아나는 빛이 그 눈빛만 같을 때

어디 먼 섬에라도 찾듯, 나는 지금 병가를 내고 있는 거라

여가 같은 병가를 쓰고 있는 거라

나무 그늘 이저리 흔들리는 데 넋을 놓겠네

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

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문예연구] 2019 봄호, 문예연구사, 2019, 119-120



사람만이 인연이고

사람하고만 인사트고

사람만을 기다리며 살지 않지


오고 가는 

남의 집 화단에 핀 꽃

공원 담벼락의 이러쿵저러쿵 덩쿨

지하철 입구에 쩔은 나무


하다하다 

오래 묵은 가게

하다하다

늘 고대로 그 자리 세월 비켜 나 간판


그 익숙함이 주는 의지됨을 

높고 높아 얻기 힘든 

사람 마음이 아시겠냐만은

잠시 잠깐 

나를 놓아 주는 건

어쩌다 마주친 

아주 오래된 그대



* 첫 사진 밑의 글은 시인의 시

*그거 빼고는 다 쑥언늬 사설과 사진

*오월은 아까비..못 봐주는 꽃이 많은데, 우린 너무 바빠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종이공작
    '19.5.8 11:49 AM

    우연히 님의 글을 자게에서 읽었어요.
    대화의 희열에 대한 글이었다고 기억해요 아마도.. 그리고 잊고 지내다 간만에 들어간 키톡에서 우연히 님의 글을 발견!
    줌인줌아웃에도 글을 쓴다고 해서 급 넘어 와 글을 남깁니다.
    오늘부터 님의 글이 저의 소확행이 될 것 같아요^^

  • 쑥과마눌
    '19.5.8 7:13 PM

    오..감사
    서로의 소확행이 되는 걸로요!

  • 2. 에르바
    '19.5.9 1:07 PM - 삭제된댓글

    쑥마눌님 글 좋아요^^
    좋은 글, 이쁜 사진에 행복을 느낍니다.

    4월에서 5월 중순까지가 저에겐 꿈같은 계절이지요
    저 위에 보랏핓 붓꽃도 예쁘고
    우리동네 은방울꽃 군락지에
    지금 한창 만발한 은방울꽃과 그 향기가
    정신 아득하니 혼미하게 만듭니다.
    향기롭기로는 라일락과 아카시아에 버금가는 들현호색은
    이제 내년에 다시 피마고 사그라져 갔고...

    이렇게 꽃철이 가고 있어요.

  • 3. 쑥과마눌
    '19.5.10 12:55 AM

    사라진 댓글언니에게

    일상의 부산함중에도, 댓글을 읽고 미소짓게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돌아와 대댓글을 적으려니, 수줍은 많은 언니인가..사라져..ㅠㅠㅠ
    그래도, 내 마음에 놓은 그 글자들은 아직 살아 있으니,
    오며 가며, 들리고, 가며 오며, 인사 전해요~

  • 4. 공주
    '19.5.18 7:28 AM

    지난 번엔 고정닉을 썼었는데 쑥스러워서리...
    마지막 연 울컥해요.
    50후반을 치달으니 사람이 위로가 아니라 자연이 위로네요.
    맞아요. 거기 늘 서 있는 그 건물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0747 공원에 벚꽃나무 가지가 꺽여졌어요 2 한일전 2019.06.09 1,038 0
20746 일몰의 장관을 기다리며 도도/道導 2019.06.07 730 0
20745 약 7 Km의 1004 대교 4 도도/道導 2019.06.06 1,259 0
20744 농담 한 송이 2 쑥과마눌 2019.06.06 1,360 1
20743 여기는 야간 사파리? 5 isabella2 2019.06.05 1,123 0
20742 새끼 고양이 27 쾌걸쑤야 2019.05.27 4,988 2
20741 모르는 것 2 쑥과마눌 2019.05.26 1,441 1
20740 오래 된 커피잔의 제작시기가 궁금해요 6 황도 2019.05.24 2,401 0
20739 입양하던날 찍은 사진으로 안시마의 초상을 그리다 6 도도/道導 2019.05.23 2,523 0
20738 물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도도/道導 2019.05.22 1,032 0
20737 동네카페 지나가다 찍었는데 꽃이름 아시는 분~~ 7 개나리 2019.05.20 2,495 0
20736 82쿡의 지킴이 jasmine (자스민네)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 7 어부현종 2019.05.19 6,796 3
20735 아침 산책길에 동행해 주는 녀석들 11 도도/道導 2019.05.16 3,669 0
20734 [임실맛집]샹그릴라 5월의 푸르름을 담아..[전주 샹그릴라cc .. 2 요조마 2019.05.16 2,916 0
20733 제천,단양 금수산 14 wrtour 2019.05.15 2,023 2
20732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해석 덧붙임) 8 쑥과마눌 2019.05.14 1,780 2
20731 아름다운 세대교체 4 도도/道導 2019.05.13 1,333 1
20730 작년 식목일 태어난 울집 업둥이 특집^^ 9 까만봄 2019.05.11 3,352 4
20729 순둥이와 누룽지 5 행복나눔미소 2019.05.11 2,205 1
20728 사진 핸드폰으로 여기 어찌 올리나요 1 똥꼬쟁이 2019.05.10 856 0
20727 일몰이 아름다운 곳 2 도도/道導 2019.05.10 1,002 0
20726 그리움이...... 도도/道導 2019.05.08 920 0
20725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4 쑥과마눌 2019.05.08 1,071 0
20724 [도시어부 제4회 天下第一붕신대회편] 임실 중화요리집 수궁반점 1 요조마 2019.05.07 2,895 0
20723 유기된 자매.... 9 도도/道導 2019.05.02 3,21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