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 조회수 : 1,27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8-11-21 09:39:34

「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해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안을 수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몸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기억만 없다


-『혼자가는 먼 집』(문학과 지성사,1992) 




오래된 벚꽃나무가

가을에도 이리 이뿔 줄이야


미인불패..라더니

봄에는 꽃으로

혹은, 봄 그늘로

혹은, 봄 그늘 아래 술자리로

마음 와그르르 무너지기 딱 좋은 생김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시인 또한 불패

사랑으로

사랑의 봄으로 

혹은, 사랑의 봄 그늘로도

혹은, 사랑의 봄 그늘아래 이별로도

마음 와르르 무너지는 가을햇살 아래 

어느 시인의 49제의 시로도

딱 좋은 고백이다





*허수경시인의 49제가 요근방이었습니다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1.22 6:12 PM

    그 예쁜 이파리가
    그이의 손에 담겨 쓰레기봉투로 가고 있나이다.

    보내고 사라지는 건 보낼 때 아작내고 보내야 하는 1인ㅎ

    아으 개밥!!!

  • 쑥과마눌
    '18.11.26 11:09 PM

    모든 것의 운명은 쓰레기봉투와 함께^^
    이뻐도 소용없음
    인생은 공평하니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0597 안성 평강공주 보호소 화재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2 테미스 2018.12.10 1,172 0
20596 앵무새를 만나다 4 도도/道導 2018.12.07 1,226 1
20595 수다 / 유기견, 유기묘 , 길냥이 다들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7 스냅포유 2018.12.07 2,075 3
20594 커피타임을 함께해준 착한 고양이^^ 23 체리망고 2018.12.06 4,467 5
20593 많은 동굴을 밖에서 보다 도도/道導 2018.12.06 863 0
20592 가을에 물든 잎사귀 한장을 담았다 4 도도/道導 2018.12.05 1,083 0
20591 엑셀 좀 도와주세요.. ㅠㅠ 4 봉덕엄마 2018.12.04 1,150 0
20590 인생여정이 한장에 담기다 2 도도/道導 2018.12.04 1,236 0
20589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2 쑥과마눌 2018.12.04 1,266 0
20588 고양이 미미 왔어요 ^^ 16 토리j 2018.12.02 3,423 0
20587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열다 4 도도/道導 2018.11.30 1,153 0
20586 쑥, 그녀에게 4 고고 2018.11.27 2,342 2
20585 효자견 시위 중! ㅠ ~ 3 나니오에 2018.11.27 2,668 0
20584 어두워 지는 일 3 쑥과마눌 2018.11.26 1,445 2
20583 맥스 9 원원 2018.11.26 1,515 1
20582 꽃으로 -에밀리 디킨슨- 4 변인주 2018.11.25 1,247 0
20581 지리산 실상사 & 백장암 8 wrtour 2018.11.22 2,084 1
20580 여원치와 운봉 황산전투 wrtour 2018.11.22 1,454 1
20579 분홍이.ㅋㅋ 15 흠흠 2018.11.22 10,448 0
20578 유지하고 보존하기 힘든 시대 2 도도/道導 2018.11.22 832 0
20577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2 쑥과마눌 2018.11.21 1,279 0
20576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가 모두 다르다 2 도도/道導 2018.11.21 1,033 0
20575 겨울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6 도도/道導 2018.11.19 1,413 0
20574 두 얼굴 1 고고 2018.11.18 1,208 1
20573 남원 교룡산성&선국사 (feat 최제우,김개남) 2 wrtour 2018.11.18 1,12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