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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 조회수 : 1,326 | 추천수 : 3
작성일 : 2018-08-23 08:23:03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공원 벤치에
누워서 바라보면 구름이 수염 같은 나뭇잎들 누워 서  바라보면
하얗게  떨 어지는 별의 비듬들
누워서 바라보며
칼자루처럼
지붕에 꽂혀 있는 붉은 십자가와
한켠에 가시넝쿨로 모여 앉아 장미 같은 담뱃불 뒤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어린 연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버려진 매트리스에 붙은 수거통 스티커를 바라보며
한때의 푹신한 섹스를 추억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종량제 봉투를 꾹꾹 눌렀던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보는 얼굴로
어느 저녁엔 시를 써볼까
어둠 속에서 자라는 환한 그림자를 밥의 기둥에 쿵쿵 머리로 박으며
방 없는 문을 달고 싶다고
벽없는 창을 내고 싶다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오래 눕지도 못하는 공원 벤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칠한 조립식 무지개처럼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별이 진다 깨진 어둠으로 그어 밤은 상처로 벌어지고  여태 오지 않은 것들은 결국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그대로인 기다림으로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너는 환하게 벌어진 밤의 상처를 열고 멀리 떠났으니까
나는 별들의 방울 소리를 따 주머니에 넣었으니까
나는 
비겁하니까

              - 신용목,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전문




지구를 반바퀴 돌아서, 내 손으로 들어 온 알라딘은
배송 예상날짜를 한 치에 오차 없이 지켜서 열흘만에 도착했었다,
나는 책을 받기 전날 밤에는 진심 마음마저 두근두근 하더라.

시집이 올 뿐인데, 멀리서 시인이 우리 집에라도 방문할 것 같아서
엄청시리 부담스럽더라고..
청소상태는?, 요리는 어떻게?, 차라도 한잔?

그러다, 저 시를 만나고, 읽는다
저 분..저 분..선수 시인
내 마음을 다 읽었다

한켠에 가시넝쿨로 모여 앉아 장미 같은 담뱃불 뒤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어린 연인..이었다
여태까지 오지 않는 것은 결코 오지 않을 꺼라는 걸 눈치 채고 
판 접고 시마이하려는 비겁한 나를 읽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 온 어떤 분의 포스팅에 답하여 시를 올립니다
이 곳에 올리신 시를 즐겨 읽으셨다는 포스팅.

그 분이 언급하신 시를 올리시던 분은 제가 아니나,
그 분이 오셔서 다시 시를 올리는 그 날까지..
누구면 어떻습니까?

저도 한 십년을 글자를 놓고 살다보니
요새 활동하는 시인의 이름이 모두다 낯설어 넋을 놓고 있다가,
후딱 읽어 보니, 너무도 아름답고, 다들 훌륭하시더군요

낯선 시인은 낯 선대로..
익숙한 분은 익숙한 이름 그대로..
틈 나는 대로 들리겠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8.24 11:40 PM

    도서관, 자전거, 시

    아주 좋습니다.

  • 쑥과마눌
    '18.8.25 3:29 AM

    요사이 제가 가장 애정하는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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