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경작가의 이 고도를 사랑한다..를 읽고..
경주는 내가 애정 하는 곳이다.
제주도와 함께
경주는 노년을 보낼 곳으로
마음속으로 찜해 놓은 장소이기도 하고.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하니
내가 찍어놓은 곳마다
다들 찍어서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그중 제주도는
발 빠르거나, 극성맞거나, 무엇보다 돈이 많거나..
아님, 이 세 개를 다 가진 사람들에 의해..
내겐 너무나 먼 섬 같은 당신이 되어서
자동 아웃이 되어 버려졌다.
이제 홀로 남은 경주
소싯적에 발라 놓은 추억과 함께
별다르게 그립거나, 애틋하거나, 허공을 응시하는 먼 눈빛 따윈
전혀 키우지 않는 나란 인간에게도
그 길가에 그 바람
그 어스름 저녁에 그 노을
그 숲길 사이에 그 먼지로 남아 있다.
지난 어느 날
나한테도 친구가 있었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고자
무척이나 전도에 열심이었던 신실한 친구
도대체가 말로는 씨알도 안 먹힐 내게
하다 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내내 밥 사주고, 차 사주고, 책 사주고. 도닥거리던 친구
고시가 고시였던 시절
십 년을 고시에 실패하고,
그 십 년 동안을 교회 중 고등부 선생을 하면서,
그 말 많은 교회 사람들의 눈총과 비웃음과 이죽거림을 당하면서,
그 찌질거리던 골방에서 만난 감격의 하나님을..
그 웃기고도 슬픈 장수생들의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에피소드를
내게 하 나씩 풀어 놓고는 했었다.
늘 연말연시에 신문 귀퉁이에 최종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면
친구는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기차를 탔었고
붙었을 땐 붙었다고 기차를 탔 었다고 한다
그중 붙었을 때 탄 기차가 가장 대책 없었는데..
허무해서 였단다.
그 허무함에 그는
출세와 거리가 먼 곳으로만 실습을 신청해 다녔는데
그중에 한 곳이 경주였다
도대체 사법연수생이 찾지 않는 곳에 찾아온 그를 맞이 한
경주 법원은 막막해 했지만,
그딴 거에는 1도 신경 안 쓰는 친구는
법원 앞에 황금장이라는 여관을 잡아 두 달을 머물렀다.
출퇴근 길에 경주 길가를 걷고
주말에 수학여행을 오듯 방문한 친구들을 치르고
중간중간 남산에 올랐다
북적이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평일이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이유 없이, 공평하게 아름답기만 한 벚꽃이 핀 길을 걸으며
이곳은 경주가 아니라, 꽃나라여~했고,
그 후다다한 꽃들 아래 평상에서 스님들이 오개오개 몰려 앉아 국수 회식하는 것도 보고,
스님들은 복 받은겨~했고,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다음 주말에 올 친구들을 위해 계획을 짜면서,
그리 시간을 보내면서
틈틈이 꾸준히 허무해 했다
나도 그 우르르 간 친구들 중 하나이다.
역전에 내려보니,
선한 어린 양의 우리 친구는
우리를 마중하러 오는 역전의 오일장에서 딸기 두근을 사서 깜장 비닐에 담아 들고 있었다.
꽃다발 대신이라며, 오일장에 꽃다발을 팔겠냐고, 이 꽃이 천지빼깔이 동네에서..
얼른 받아서 머무는 콘도에서 씻어 먹으라 했다.
아직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그 까만 비닐주머니를 들고 웃고 있던 장면 이 기억에 남는데,
가장 그 친구 다운 모습이라 그러한듯하다
알아서 노는 우리덜
친구가 왔다고 달리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그는 출근을 하고,
우리는 경주 바닥을 알아서 돌아다녔다.
체세포 분열하듯 '늘 반드시 같이'를 주장하지 않는
우리의 친구 먹는 시스템에 따라
취향이 달라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는 하루였다.
걷는 게 좋아서.
걷는 것에 최고인 도시 경주라서,
자부하건대, 횟집 순례를 하는 작자들 보다
남보기엔 무데뽀 직진 뚜벅이인 내가 최고로 값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기웃기웃 돌아다니기 좋은 곳
유적지가 과하게 들이대지 않는 곳
일상이 일상스럽게 한 천년을 기본으로 터 잡고 있는 곳
걷다가 발이 아프면,
봄이 오는 길목이라 여적 마른 풀숲에 앉고
길가에 올라오는 쑥들을 살피며 쉬기도 했다.
그리 앉아 바라보면
첨성대도 보였고,
계림도 보였고,
대나무숲도 보였다.
그렇게 멍하니,
자그마한 첨성대를 바라보던 장면은
내가 지난 내 청춘의 시간을 잘 대접해 준 몇 안 되는 컷 중에 하나 이다
아무런 테두리도 안 쳐져 있었던 감은사지탑
만지고 얼굴 들이밀며 사진 찍어도 되었던 괘릉의 석상들
역사 교과서에서 본듯한 십이지상들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이었던 황룡사 지터
그곳은 그렇게 평범하고 익숙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편했다
십 년을 몰입하여 붙은 시험인데
허무해져서..
그러면 안 되는 참 교인인데도,
허무함을 어쩌지 못해서..
참 허무한데, 어찌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는 그 허무함에
달려가서 피해 있기 딱~ 좋았던 그곳으로서의 경주
그런 경주를 나보다 더 애정의 눈빛으로
나보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더 디테일하게 살피고
나보다 훨 뛰어난 글과 감성으로 쓴 강석경 작가의 기록이 이 책이다
읽는 내내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웠다.
과하지 않아서,
글도.. 그림도.. 작가의 에세이에 의례 나오는 인맥도..
하다못해 적혀 있는 식당의 전화번호도 과하지 않았다.
경주가 없었더라면, 이방을 떠돌았을 거라는 작가의 말은 레알 진심
지난날에 친구에게 권하고 싶다
그가 걸었던 그 출퇴근 길이
강석경 작가의 오가는 길목에서 어찌 만날까
허무해서..
진짜 허무한데,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그 허무했던 친구는 몇 년이 지난 후
선릉이 한눈에 내다 뵈는 고층 빌딩의 한 사무실을 차지하고
한국을 떠난다며, 밥 한 끼 하러 간 나를 맞이했다.
오는 길에 보니 장날이 아니데..
내 딸기는 못 사 왔다만..
니 방 풍경이 참말로 좋네.. 했더니, 웃더라.
이 방에서 하루죙일 미친 듯이 시간을 보내도,
니가 말한 그 풍경을 내다볼 시간이 없었다며.
내 남의 말 할 바는 아니지만,
너는 말이여
인생이 좀 극단이여
골방 고시원에서
합격한 동료가 버리고 간 천냥금 화분 하나를 방에 들여놓고
냥금아~냥금아~하며, 말동무를 하던 너부터
지금의 너까지.. 뭐든 너무 극단이여
아름답고 쓸모 있었던 청춘에서
아름다움만 날리고
쓸모 만땅이 된 오늘
그리하여, 잡는 이 허다한 오늘
빨리 늙자! 친구
그래서 두 뚱뗑이 별로 안 친한 친구
너 따위의 흑역사는 띠끌마저도..쳇~한 경주에 가보자
제주도와 함께
경주는 노년을 보낼 곳으로
마음속으로 찜해 놓은 장소이기도 하고.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하니
내가 찍어놓은 곳마다
다들 찍어서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그중 제주도는
발 빠르거나, 극성맞거나, 무엇보다 돈이 많거나..
아님, 이 세 개를 다 가진 사람들에 의해..
내겐 너무나 먼 섬 같은 당신이 되어서
자동 아웃이 되어 버려졌다.
이제 홀로 남은 경주
소싯적에 발라 놓은 추억과 함께
별다르게 그립거나, 애틋하거나, 허공을 응시하는 먼 눈빛 따윈
전혀 키우지 않는 나란 인간에게도
그 길가에 그 바람
그 어스름 저녁에 그 노을
그 숲길 사이에 그 먼지로 남아 있다.
지난 어느 날
나한테도 친구가 있었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고자
무척이나 전도에 열심이었던 신실한 친구
도대체가 말로는 씨알도 안 먹힐 내게
하다 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내내 밥 사주고, 차 사주고, 책 사주고. 도닥거리던 친구
고시가 고시였던 시절
십 년을 고시에 실패하고,
그 십 년 동안을 교회 중 고등부 선생을 하면서,
그 말 많은 교회 사람들의 눈총과 비웃음과 이죽거림을 당하면서,
그 찌질거리던 골방에서 만난 감격의 하나님을..
그 웃기고도 슬픈 장수생들의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에피소드를
내게 하 나씩 풀어 놓고는 했었다.
늘 연말연시에 신문 귀퉁이에 최종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면
친구는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기차를 탔었고
붙었을 땐 붙었다고 기차를 탔 었다고 한다
그중 붙었을 때 탄 기차가 가장 대책 없었는데..
허무해서 였단다.
그 허무함에 그는
출세와 거리가 먼 곳으로만 실습을 신청해 다녔는데
그중에 한 곳이 경주였다
도대체 사법연수생이 찾지 않는 곳에 찾아온 그를 맞이 한
경주 법원은 막막해 했지만,
그딴 거에는 1도 신경 안 쓰는 친구는
법원 앞에 황금장이라는 여관을 잡아 두 달을 머물렀다.
출퇴근 길에 경주 길가를 걷고
주말에 수학여행을 오듯 방문한 친구들을 치르고
중간중간 남산에 올랐다
북적이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평일이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이유 없이, 공평하게 아름답기만 한 벚꽃이 핀 길을 걸으며
이곳은 경주가 아니라, 꽃나라여~했고,
그 후다다한 꽃들 아래 평상에서 스님들이 오개오개 몰려 앉아 국수 회식하는 것도 보고,
스님들은 복 받은겨~했고,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다음 주말에 올 친구들을 위해 계획을 짜면서,
그리 시간을 보내면서
틈틈이 꾸준히 허무해 했다
나도 그 우르르 간 친구들 중 하나이다.
역전에 내려보니,
선한 어린 양의 우리 친구는
우리를 마중하러 오는 역전의 오일장에서 딸기 두근을 사서 깜장 비닐에 담아 들고 있었다.
꽃다발 대신이라며, 오일장에 꽃다발을 팔겠냐고, 이 꽃이 천지빼깔이 동네에서..
얼른 받아서 머무는 콘도에서 씻어 먹으라 했다.
아직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그 까만 비닐주머니를 들고 웃고 있던 장면 이 기억에 남는데,
가장 그 친구 다운 모습이라 그러한듯하다
알아서 노는 우리덜
친구가 왔다고 달리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그는 출근을 하고,
우리는 경주 바닥을 알아서 돌아다녔다.
체세포 분열하듯 '늘 반드시 같이'를 주장하지 않는
우리의 친구 먹는 시스템에 따라
취향이 달라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는 하루였다.
걷는 게 좋아서.
걷는 것에 최고인 도시 경주라서,
자부하건대, 횟집 순례를 하는 작자들 보다
남보기엔 무데뽀 직진 뚜벅이인 내가 최고로 값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기웃기웃 돌아다니기 좋은 곳
유적지가 과하게 들이대지 않는 곳
일상이 일상스럽게 한 천년을 기본으로 터 잡고 있는 곳
걷다가 발이 아프면,
봄이 오는 길목이라 여적 마른 풀숲에 앉고
길가에 올라오는 쑥들을 살피며 쉬기도 했다.
그리 앉아 바라보면
첨성대도 보였고,
계림도 보였고,
대나무숲도 보였다.
그렇게 멍하니,
자그마한 첨성대를 바라보던 장면은
내가 지난 내 청춘의 시간을 잘 대접해 준 몇 안 되는 컷 중에 하나 이다
아무런 테두리도 안 쳐져 있었던 감은사지탑
만지고 얼굴 들이밀며 사진 찍어도 되었던 괘릉의 석상들
역사 교과서에서 본듯한 십이지상들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이었던 황룡사 지터
그곳은 그렇게 평범하고 익숙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편했다
십 년을 몰입하여 붙은 시험인데
허무해져서..
그러면 안 되는 참 교인인데도,
허무함을 어쩌지 못해서..
참 허무한데, 어찌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는 그 허무함에
달려가서 피해 있기 딱~ 좋았던 그곳으로서의 경주
그런 경주를 나보다 더 애정의 눈빛으로
나보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더 디테일하게 살피고
나보다 훨 뛰어난 글과 감성으로 쓴 강석경 작가의 기록이 이 책이다
읽는 내내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웠다.
과하지 않아서,
글도.. 그림도.. 작가의 에세이에 의례 나오는 인맥도..
하다못해 적혀 있는 식당의 전화번호도 과하지 않았다.
경주가 없었더라면, 이방을 떠돌았을 거라는 작가의 말은 레알 진심
지난날에 친구에게 권하고 싶다
그가 걸었던 그 출퇴근 길이
강석경 작가의 오가는 길목에서 어찌 만날까
허무해서..
진짜 허무한데,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그 허무했던 친구는 몇 년이 지난 후
선릉이 한눈에 내다 뵈는 고층 빌딩의 한 사무실을 차지하고
한국을 떠난다며, 밥 한 끼 하러 간 나를 맞이했다.
오는 길에 보니 장날이 아니데..
내 딸기는 못 사 왔다만..
니 방 풍경이 참말로 좋네.. 했더니, 웃더라.
이 방에서 하루죙일 미친 듯이 시간을 보내도,
니가 말한 그 풍경을 내다볼 시간이 없었다며.
내 남의 말 할 바는 아니지만,
너는 말이여
인생이 좀 극단이여
골방 고시원에서
합격한 동료가 버리고 간 천냥금 화분 하나를 방에 들여놓고
냥금아~냥금아~하며, 말동무를 하던 너부터
지금의 너까지.. 뭐든 너무 극단이여
아름답고 쓸모 있었던 청춘에서
아름다움만 날리고
쓸모 만땅이 된 오늘
그리하여, 잡는 이 허다한 오늘
빨리 늙자! 친구
그래서 두 뚱뗑이 별로 안 친한 친구
너 따위의 흑역사는 띠끌마저도..쳇~한 경주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