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처음 시작한 일요특강, 오늘로 5번째를 맞이했습니다. 평소라면 주로 3번째 일요일에 특강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 일정이 잡혀 있는 관계로 날짜를 잡다보니 첫 번째 일요일이 되었지요. 오늘의 강의를 맡아주신
분은 월요일 사기열전 강의를 해주시는 황효순교수님, 우연한 인연으로 함께 공부하게 되면서 제겐 중국이란
나라를 새롭게 느끼는 시간, 동양 고전과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문에
대한 무식을 뻐저리게 느끼고 조금씩 한문과 친해지는 시간이 되고도 있고요. 중국어, 이상하게 인연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계속 신호가 오고 있기도 한 여러가지 자극을 생각해보면 한 사람과의 만남이
갖고 있는 파장이란 우리들 각자에게 어떤 확장이 가능한 놀라운 기회이고 은총인지요!!
행복한 왕자의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한 번 특강을 해주실 수 있는가 하고요. 흔쾌히 받아주셔서 어른들, 아이들이 모여서 4시부터 6시가 조금 넘어서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숲을 이루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담, 멘토와의 만남, 보물지도를 알려주고 싶다는 이야기, 중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이야기,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읽는 인문학에 대한 것, 신화속에 숨겨진 길 이야기
90년대에 네비게이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지 못했었던 반응, 그러나 그것이 현실화된 지금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꿈꾸지 못한 것들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그것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고전읽기와 역사
그리고 중독을 차단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한 것, 예와 악의 균형에 대한 것, 이야기를 하다보면 멀리
돌아가는 것같아도 다시 핵심으로 돌아오는 화법으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뇌의 구조와 작용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뇌의 표면장력에 대한 이야기, 나노 기술이란 무엇인가
결국 쪼개고 또 쪼개서 그것을 엵는 것, 그것이 퀼트와의 연관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음악회에서도 음악회가 끝나고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여학생, 바이올린을 다시 하고 싶다는
여학생,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남학생, 연주가 미진했다고 느끼고 겨울 음악회에서는 조금 더 잘 연주하고 싶다는
남학생, 이렇게 다양한 반응이 있어서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마찬가지로 오늘의 강의를 듣고 어른들중에서도
아이들중에서도 뭔가 새로운 기운을 얻은 아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표정만으로도 그렇고 실제로 두 시간 이상동안
아이들의 반응도 상당히 차분하면서도 내용에 호응하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져오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어떤 강연이라도 참여한 사람들에게 실천이 이어지는 것은 거의 극소수라는 통계가 있다고 하네요.
습관이란 참 무서운 내부의 적인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씨앗이 뿌려졌을 경우 그것이 지금 당장은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한 번 들은 말은 기억의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기회가 되면 마음속을 건드려서
행동하게 하는 촉매가 되지 않을까요?
여름에 시작한 고전읽기, 한 번 지핀 불을 끄기가 아쉬워서 일요일 밤에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지요. 이것으로 읽은 것이 아니고 맛을 본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시
읽게 되면 그 전에 이해되지 못했던 것이 앗, 바로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깨달음이 오는 날이 올 것이라고요.
너무 여러번 강조하다보니 입을 벌리는 순간, 아이들이 뒷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언젠가
이렇게 함께 모여 책을 읽던 힘이 기반이 되어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책중에서 선별해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조금은 어렵다 싶은 것들도 호기심을 갖고 골라서 읽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네요.
현직 대학교수가 지역의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아이들이
이 시간이 정말 귀한 자리였다는 것을 느끼고 실제의 삶에서 변화가 있다고 좋아하는 그런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지난 금요일의 일입니다. 오랫만에 시간이 생겨서 아람누리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선생님하고
부르더군요. 다가가서 보니 오래전 함께 공부했던 여학생과 그녀의 엄마였습니다 .그녀의 엄마하고는 미술사 공부를
함께 했었는데 그것이 기반이 되어서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금은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 아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처음 전공은 정치학, 중간에 미술사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인턴을 하다가
우끼요에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일본어 공부를 한 다음 일본으로 미술사 공부하러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란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요. 그 아이가 하는 말, 옛날에 선생님이 미술에 관한 책 많이 보여주신 것이 씨앗이
된 모양이라고요. 큐레이터에도 관심이 있고 미술품 경매에 관한 공부도 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앞으로 많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sprout 이 말이 주는 울림을 좋아해서 앞으로 아이디를 만들 일이 있다면 이 말을 아이디로 삼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특강을 마치고 나서도 어쩌면 상당히 빠른 시간에 오늘 뿌려진 씨앗이
발아해서 싹이 트는 것을 보게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이 대학진학을 하면
고전읽기와 외국어공부로 서로 이어지고, 후배들에게도 그 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자극을 주는 그런 공동체의
장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강하게 해 본 날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기회가 생기겠지요?
내년 이맘때쯤 다시 한 번 교수님을 모시고, 오늘이 멤버들이 모여서 일년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 나누는 after 특강을 생각해봅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고요?
그렇게 김치국을 마시면서 생각하다보면 기회는 오게 마련이니까요.
강의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함께 듣고 싶어서 고른 곡입니다. 멘델스죤의 song without 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