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의 일입니다. 함께 독일어를 공부하는 쫑마마가 제게 카톡으로 기쁜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독일의 대학원에 원서를 내놓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첫 학교에서 불합격 소식을 받고 많이 위축되어 있던 상태라서
걱정을 하던 중인데 원하던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고요. 그리고 지난 번 졸업을 미루고 한 학기 더 취직 준비하던
친구 (제겐 입시공부를 함께 한 여학생 제자인데요 ) 가 드디어 정식으로 은행에 입사하게 되어서 지금은
연수받으러 들어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대학원 진학도 물론 기쁜 소식이지만 취직으로 마음 조리는 아이들이 많아서
이 소식 역시 한없이 기쁘더군요. 독일로 떠나기 전에 셋이서 한 번 만나자고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금요일 , 일본여행을 마치고 온 머라여님이 팜플렛을 모아서 전해줄 것이 있다는 말을 들은 상태라
가을에 어떤 전시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그녀가 전해주는 것을 보니 단순히
팜플렛이 아니라 초록색 표지로 된 파일에 정리된 한 묶음의 다양한 소식들입니다 우선 가을에 가서 볼 수 있는
최대의 전시라면 미켈란젤로, 지금 라파엘로 전시가 진행중인데 사실은 미켈란젤로를 로마에서 피렌체에서
밀라노에서 기회 닿는대로 보았기 때문에 차라리 라파엘로가 가을이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은 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 반가운 또 하나의 전시는 색을 주제로 한 마티스를 비롯한 색채의 마술사들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정리 정돈이 서툰 제겐 이런 선물이 준 감동이 오래 갈 것 같네요. 그리고 이번의 감동을 기회로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기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하는 작은 소망도 생겼습니다.
행복한 왕자에서 파일을 발견한 달래, 함께 일본 여행을 해서인지 반응이 아주 강하더라고요. 이런 선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하고 그 아이도 동시에 기뻐하고 놀라서 더 즐거웠답니다.
오늘 스페인어 수업하기 바로 전 arhet님이 부산에서 주문한 것이라고 유부 주머니 우동을 일부러 준비해 왔습니다.
저녁으로 먹으라고요. 이런 마음씀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늘 놀라고 있습니다. 제겐 거의 불가능한 마음씀이라서요.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그녀가 찾은 동영상으로 에디슨의 일대기를 보았지요. 에디슨, 책에서 읽은 것과 동영상을
통해서 오래 된 사진과 영상속의 그를 보는 것은 느낌이 참 다르더라고요. 여럿이서 감탄하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보는 동영상의 맛이란 혼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커서 이 공간, 이 시간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최숙자씨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더군요.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이런 역할들을 해나갈 수 있길
마음속으로 순간 바라게 되더라고요.
어제 밤 수업을 마치고 리코더 연습을 하던 중 살며시 문이 열리고 엠마님과 룰루랄라님이 잠깐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가 물어보려고 왔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음악이 있는 이 곳에서 마시자고 해서 셋이서 잠깐
놀려던 것이 상당히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엠마님이 마음이 아파서 힘든 아이의 이야기를
그 전에 들은 것을 기억하고 세 권의 책을 돌려주지 않아도 좋다고 하면서 전해주네요. 그녀의 마음을 항상
놀랍게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룰루랄라님도
자신의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가리지 않고 상당히 자유롭게 보여주어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 든 날이었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일들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면서 함께 앞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이 정말 축복이라고 느낀 날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저절로 하게 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