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
영국의 역사가 A.J. 토인비 교수의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지성인이었는데 그녀의
권유로 토인비는 13세 때 『웬체스터』의 기숙학교에 입학해, 6년간 서양의 고전어인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시를 지을 정도로 철저히 배우게 되었다지요.
이 토인비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림 전면의 디테일(detail, 작품의
세부묘사)이 생략되었다고 지적하자 그의 어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의
첫째가는 원칙은 무엇을 생략하느냐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지 그림을 그릴 때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사람의 일상이나 자녀
교육과 독서생활에 있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일부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어떤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크면 클수록 좋다.”는 생각
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풍요한 이들을
부러워하게 되지요. 그러나 양과 크기에 있어서 꼭 그럴까요?....... 사실 누구라도 인정
하겠지만, 현대의 문제는 ‘과잉’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생략’을 적시적절
하게 하지 못하면 이내 ‘과잉’으로 비대해지게 됩니다.
자녀 교육에 있어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기본과 상식을 바탕으로 개성과 그 진로를
열어가도록 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일부 학부모의 사례이긴 하겠지만
바람직스럽지 않은 교육 풍조가 성행하게 되면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들이 참고하거나,
그 분위기에 따라가게 되는 폐해가 당연히 발생하게 되겠지요.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개인의 지나친 의지를 ‘생략’하거나 비워 내려놓을 때 생기는 여백! 바로 나를 휴식하게
하는 공간이고,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배려입니다. 또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지출을
없애 시간과 재화財貨의 낭비를 막을 수가 있는 절제이기도 하답니다.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 1842년 작, 《눈보라》 혹은 《하버만의 증기선》
<Snow Storm> - <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
영국의 낭만주의 풍경화가 터너는, 바다에서 눈보라와 격랑에 휩싸여 출렁이는 증기선의
진실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자연과 배를 거의 묘사하지 않고, 대범하게 모든 대상들
(하늘, 눈, 바람, 바닷물, 증기선)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통합해, 사물의 움직임을 빛과
색채로 환원하여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긴장감을 그려냈지요.
큰 시각으로 대상의 동향動向을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 디테일을 생략한 독창적인 그림
들이 터너에 의해 세상에 처음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풍경화>인데도 마치 <추상화>처럼 보이지요? ..........
170여 년 전의 그림이지만 시대를 앞선 회화 작품이기에, 앞으로 수백 년 후에도 방금
화실에서 마무리돼 나온 듯 ‘현대성’을 간직한 명화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정지된 화면이지만 늘 움직이는 그림이란 생각이 들어요.)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1751년 작,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초여름, 소나기가 내린 후의 인왕산 풍경을 기운찬 붓질과 생략(산의 위아래‧좌우와 여백)
을 통해 그려냈습니다. 디테일 없이 집의 지붕선과 소나무들을 간결하게 표현한
실경산수實景山水의 명화로, 76세 때의 작품입니다. 262년이 된 그림인데도 화선지만 선명
하다면 최근의 작품으로 생각될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고 있지요.
◆ 실경산수 : 화실에서 관념으로 그리지 않고, 현장에서 산수의 경치를 보고 실제 그대로
그리는 화풍을 말합니다. 정선에 의해서 개척되었고 <진경산수眞景山水>라고도 해요.
《 논어집주 》위정爲政편 15장
공자의 이 말을 좀 더 쉽게 말하면,
“책을 읽고 사고思考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책을 읽지 않는다면
깊고 폭넓은 지식이 축적돼 있지 않아 위험하다.”라고 해도 되겠지요.
《 순자 》치사致仕편 8장
《 교육의 목적 》화이트헤드(1861~1947): 영국출신 수학자, 하버드대 철학교수
《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 경제학 석학, 런던 정경대학 교수
• 구와바라 다케오(桑原武夫): 불문학자, 평론가. 일본문화에 대한 평론으로 유명.
•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 물리학자, 소립자 이론을 연구.
1949년에 일본인 최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
• 도모나가 신이치로(朝永振一郎, 1906~1979): 이론 물리학자로 1965년에 노벨상 수상
<초등학생들> 방에 ‘위인전집’을 비롯해 거의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 <전집>으로 구비
되어 있겠지요. 학생 자신의 의지意志가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조바심과 과욕이 더 강하게
반영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등생 때부터 ‘잡학 박사’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기에
아직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은 구입해 주지도 않겠지만,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해서, 더 중요한 것에 집중시키거나 여백을 남겨주어 <자연>이라는 책을 읽게 하고, <놀이>
라는 책안에서 쉬게 할 것입니다.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Less is more.”
“자연은 불필요한 것을 행하지 않으며, 소량으로 족할 때는 그 이상의 양은 쓸데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은 ‘단순’에 만족하며 필요 이상의 과잉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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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한국일보 》 2011년 4월 1일자 기사를 간결하게 편집한 것입니다. ―
전문가들은 나이에 따라 적절한 운동법이 있듯이 두뇌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독서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수연(39ㆍ가명)씨는 지난해 봄 아들 민준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쯤 보육교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민준이가 다른
아이들과 전혀 못 어울린다. 좀 이상한 것 같으니 병원 진단을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사내아이라 말이 좀 늦었지만 책을 3,000여권이나 읽었을 정도로 영민했던 아이라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김씨는 그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문어체 문장을 중얼거리는 민준이에게 <유사자폐> 진단이 내려진 것
이다.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텍스트’를 주입한 결과, 의미는 전혀 모르면서 기계적
으로 문자를 암기하게 된 ‘초독서증(Hyperlexia)’ 증세였다.
영어 수학에 이어 독서에도 조기 교육 붐이 일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까지 아이에게 다량의 책을 읽히는 <조기 다독>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엄마들이 육아 블로그에 아이 독서 리스트와 누적 독서량을 일기로 남기는
‘리딩 트리’가 유행하고 있고, 수백~수천 권에 이르는 유아 대상 필독 전집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심지어 하루에 70~80권의 책을 읽는 두 돌배기 아기, 1만권에 육박하는 어린이 도서들로
거실을 어린이 도서관처럼 꾸민 집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과잉 조기
독서 붐으로 인해 유아들 사이에 <유사자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아기 다독이 오히려 아이의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뇌과학자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독서를
시키는 것은 가는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것과 마찬가지” 라며 “과부하로
전선에 불이 나는 것처럼 아이들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고 말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도 “요즘 불고 있는 유아 대상 독서 열풍은 너무
심각한 수준일 뿐 아니라 매우 잘못된 것” 이라며 “유아기에는 책 대신 온몸으로
정서적 교감을 많이 하는 것이 최고의 육아법”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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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방법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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