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묘하게 다른 날보다 더 연주소리가 귀에 확 스며들고 있습니다.이런 날, 연주를 듣는 것은 평소보다
마음속의 공명이 커서 즐겁지요. 모짜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고른 사연은 역시 이 곡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만난 첫 곡이어서인데요, 오래 전 구한 음반이 누구에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서 포기하고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벽을 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변하게 되고 같은 것도
다른 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요?
모짜르트를 듣기 시작하자 계속 골라서 듣게 되네요. 중학교 3학년이지만 읽기의 기본이 되지 않은 남학생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영어 선생을 해오고 있지만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중학교 1학년 책을 구해오라고했지요. 한 과의 내용을 읽는데 거의 모든 단어의 발음을 찾아서 듣게 하고 다시 읽도록 하고 함께 점검하고,그렇게 해서1과를 다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소감을 물었지요. 이렇게 읽게 되면서 어떤 기분인가 하고요. 이 아이가 중학교 1,2 학년 단계의 책을
읽고 나서 제 학년의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지는 모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것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무엇인가 읽는 것이 가능하게 될 때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진다고 생각하고 언어에 귀를 열게 되는
날을 상상해보게 되네요.그 때 그 녀석에게만 벽을 넘는 경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마 선생으로서 제게도
벽을 하나 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네요. 조심할 것은 조바심내지 말 것, 천천히 하고 커다란 벽에 부딪히면
거의 하나도 읽을 수 없었던 아이를 생각하면서 다시 호흡을 가다듬을 것, 이 날의 결심을 기억하기 위해서
메모해두고 있습니다.
모짜르트도 좋고 벽을 넘는 일의 중요성도 좋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올빼미 습관을 조금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기분이 좋으면 어느새 잊어버리고 한없이 놀고 있다니, 역시 한 순간에
사람이 변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